현재 입찰이 진행 중인 총 1700억여원 규모의 철도 차세대 통신망 사업을 두고 통신 업계가 시끄럽다. 전송설비 설치를 위한 사전 준비가 미비하고 입찰 마감과 개찰 일시가 9일이나 차이 나는 것에 대해 의구심과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잡음이 나오고 있는 사업은 지난달 국가철도공단이 조달공고를 낸 전송설비(IP-MPLS) 구매설치 입찰이다. 철도공단은 해당 사업을 △고속철도 전송설비(IP-MPLS) 구매설치(약 260억원) △일반철도 남부권역 전송설비(IP-MPLS) 구매설치(약 690억원) △일반철도 북부권역 전송설비(IP-MPLS) 구매설치(약 720억원)의 3개로 입찰 공고를 낸 상황이다.
사업 목적은 전기설비 IoT(유지보수센터, 자동검측 시스템, 원격감시 시스템 등), 시설물 IoT 및 각종 필요회선 제공하기 위하여 캐리어이더넷 기반의 광전송망(IP-MPLS)을 구축하기 위함이다. 기존 철도 통신체계를 IP기반으로 개선하는 것으로 오래간만에 나온 공공 대규모 사업이다.
반면, 이번 사업을 바라보는 통신 업계의 시선은 곱지 않다. 먼저 입찰서 접수마감일시가 10월 15일 것에 반해, 개찰일은 10월 24일로 정한 것에 일반적이지 않다는 반응이다. 다른 입찰 공고를 살펴보면 대부분 접수 마감일과 개찰일 차이는 3일에서 5일 정도다.
일각에서는 9일 늦는 개찰 날짜에 대해 국정감사 일정이 고려된 것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한다. 10월 7일부터 25일로 예정된 국정감사 막바지에 선정 사업자를 발표해 국회의 지적을 피하기 위함이라는 관측이다.
이에 대해 철도공단은 “본 입찰은 '협상에 의한 계약체결' 방법으로 입찰하는 건으로 입찰자가 제출(10월 15일)한 제안서를 평가하고 가격입찰 점수와 합산하여 점수가 높은 입찰자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한다”며 “IP-MPLS 구매설치 관련하여 동시에 3건의 입찰을 진행함에 따라 통상 7일(근무일 5일)의 평가기간을 9일(근무일 7일)로 조정했다”고 답했다.
사업자 선정 이후 IP-MPLS 설치 공사 과정에서의 문제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현재 각 역사의 통신실 상황을 볼 때 IP-MPLS 장치가 들어갈 공간도 부족하고 이를 운용할 전력용량도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때문에 이번 사업 자체가 기초 인프라 상황을 살피지 않고 서두른 측면이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통신 업계는 철도공단이 굳이 불필요한 의혹을 감수할 필요 없이 이번 입찰을 조달청으로 넘기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보고 있다. 기존 철도공단의 평가의원이 아닌 새로운 평가의원 풀이 적용되는 만큼 공정성 시비가 없을 것이라고 설명한다. 특히 최근 전체 150억여원 규모의 국방부 국군지휘통신사령부 MW통신체계 성능개선사업도 조달청을 통해 진행되는 등 사례가 나오는 만큼 관련 목소리는 점점 커지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번 철도공단의 IP-MPLS 사업은 규모가 큰 만큼 업계서의 관심과 말도 많은 상황이다”라며 “9일 늦는 개찰 일자를 시작해 잡음이 있는 만큼 제로베이스에서 조달청 평가 풀을 활용한 입찰이 나아 보인다”고 말했다.
조정형 기자 jeni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