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듀테크 공교육 안착 희망이 실망으로”
AI 디지털교과서 검정 심사 결과를 둘러싼 후폭풍이 거세다. 모호한 평가 기준에 따른 공정성 논란부터 대형 출원사 쏠림 현상에 대한 우려까지 다양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AI 디지털교과서를 통해 에듀테크가 공교육에 안착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지만 실망감이 크다는 것이 업계의 대체적인 반응이다.
검정 탈락 출원사들은 우선 교과별 평가 기준의 모호성을 지적한다.
익명을 요구한 한 출원사 대표는 “서책형 교과서 검정도 보통 50% 이상을 합격시키는데 심사 기관의 자의적인 평가가 아니냐”면서 “평가 결과를 봤을 때 과연 평가 기준이라는 것이 존재하는지 의문이 든다”고 비판했다.
AI 디지털교과서 검정 심사에서 한국교육과정평가원과 한국과학창의재단의 합격률이 현저히 차이 나는 것도 평가 기준에 관한 뒷말이 나오는 이유 중 하나다.
업계에서는 이번 심사 결과가 다양성을 내세운 정부의 AI 디지털교과서 도입 취지에 반한다는 의견이 많다.
특히 수학·정보 과목의 경우 대형 출원사가 검정에 통과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교과서 시장의 승자 독식구조가 고착화할 것이라는 우려마저 나온다.
W출원사 대표는 “교육부가 AI 디지털교과서 개발을 앞두고 '500만 학생을 위한 500만 개의 교과서'라고 홍보를 했지만 대형 출원사만 선정되는 결과가 나왔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M출원사 관계자는 “검정 심사 결과에 따르면 특정 출원사의 독과점이 되는 것 아니냐. 이것이 과연 검정 취지에 맞는지 모르겠다”면서 “다양성이 완전히 사라진 상황에서 학교 현장에서는 서책형 교과서도 AI 디지털교과서 검정에 통과한 출원사를 선택할 확률이 높아졌다”고 비판했다.
탈락한 출원사들은 일제히 이의신청을 준비하고 있어 논란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심사 결과 중소 출원사 가운데는 도산 위기에 몰린 곳도 있다. 업계에 따르면 출원사들은 AI 디지털교과서 도입을 준비하면서 수십억 원부터 수천억 원까지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가운데 탈락 출원사의 회수 불가능한 투자 비용만도 3000억원가량으로 추산된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한 출원사 대표는 “국가 정책 방향을 믿고 AI 디지털교과서 개발에 많은 돈을 투자했는데 이번 검정 결과로 수십억 원 손해를 보게 돼 파산 위기에 몰렸다”면서 “이의신청을 통해 검정에 통과하지 못한 출원사가 수정·보완을 통해 구제될 수 있도록 문을 열어놔야 한다”고 주장했다.
검정 심사에 통과한 출원사도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현재 AI 디지털교과서 가격이 확정되지 않았을 뿐 아니라, 하반기 시도 교육청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이 줄 것으로 예상돼 AI 디지털교과서 관련 예산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진 탓이다.
AI 디지털교과서 검정 통과 여부를 공개할 수 없는 상황에서 잘못된 정보가 양산되고 있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검정 심사에 합격했지만 불합격했다는 정보가 돌아 속앓이하는 출원사도 있다.
업계의 시선이 곱지 않지만 한국과학창의재단은 공식적인 대응을 꺼리고 있다. 한국과학창의재단 관계자는 “AI 디지털교과서 검정 이의신청 심사는 정해진 기간에 맞춰 진행할 것”이라면서 “별도의 독립된 심의위원회가 운영되고 있기 때문에 재단이 언급할 수 있는 것은 없다”고 밝혔다.
한국과학창의재단은 다음 달 23일까지 이의신청 접수를 받고 11월 5일 그 결과를 발표한다. AI 디지털교과서 최종 선정 출원사는 11월 29일 공개된다.
마송은 기자 runni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