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 강아지가 재주를 넘는데 감탄 밖에 나오질 않더라고요.”
25일 경기 수원컨벤션센터 전시장에서 열린 '2024 경기 스타트업 서밋 X 사우스 서밋 코리아(South Summit Korea)'에 참여한 첨단 사족보행 로봇 기업인 '모빌리오' 부스 앞에는 국내외 방문객들이 너나할 것 없이 스마트폰을 꺼내들었다. 바로 봐도 강아지 형상을 한 로봇이 기다리기, 걷기, 달리기 등 간단한 동작들을 선보이다 관람객들의 관심이 고조되기를 기다렸다는 듯이 덤블링을 돌자 “와~”하며 여기저기서 감탄사가 나왔다. 사진을 찍지 못한 관람객은 덤블링을 다시 보여달라며 요청하는 등 큰 관심을 끌었다.
또 국내에서 배달 로봇 기업으로 잘알려진 뉴빌리티의 실내외 자율주행 로봇 '뉴비'가 이번 행사에 참가해 스스로 계단을 오르내리는 모습을 선보여 주목을 받았으며, 캐릭터 이모티콘 업체인 '애니모먼트'는 디즈니, 픽셀 등 4종 스타일을 제공하는 인공지능(AI) 포토부스를 설치해 국내외 관람객을 줄세웠다.
디즈니 스타일로 사진을 찍은 성균관대 외국인 학생은 “평범한 사진인 줄 알았는데 AI로 디즈니 스타일로 바꿔줘 신기했다. 귀엽게 잘 나온 것 같다”며 “친구들과 단체 사진도 찍어야겠다”고 만족해 했다.
이날부터 사흘간 열린 '2024 경기 스타트업 서밋'은 경기도가 주최하고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과 스페인 사우스 서밋(South Summit)이 공동 주관한 이번 행사로, 아시아 최초 글로벌 스타트업 축제다.
경기도와 경과원은 결산 결과 관람객 1만2000여명, 비즈니스 상담 220여건, 상담액 530억원 규모 투자 상담 성과를 거뒀다고 29일 밝혔다.
이번 행사는 AI, 메타버스, 클라우드, 무인 이동로봇 등 글로벌 디지털 기술이 한자리에 모였다.
스페인, 중국, 인도 등 10개국에서 리벨리온, 뉴빌리티, 42MARU 등 AI 분야를 선도하는 딥테크 스타트업(국외 63개, 국내 190개)이 대거 참여해 253개 부스에서 혁신적인 기술과 솔루션을 소개했다.
특히 제조업, 서비스업 등 전 산업에 무인 로봇 등 정보통신기술(ICT)을 결합해 새로운 비즈니스를 창출한 사례들이 눈길을 끌었다.
행사장 내에 마련된 밋업부스에서는 70여명의 국내외 벤처캐피털(VC)이 현장에서 스타트업들과의 1대1 심층 상담을 통해 530억원 규모 상담실적을 이끌어 냈다.
특히 공유 모빌리티 전문 스타트업 M사는 20억원 규모의 투자 상담을 진행해 실제 투자 유치가 유력한 상황이다.
아울러 행사 기간 동안 마련된 총 3개의 스테이지에서는 국내외 83여 명의 업계 리더들이 참여해 54개의 주제 강연과 AI 콘서트를 진행했다. 데니스 홍 UCLA 교수, 최재식 KAIST 교수, 수잔 마샬 엔비디아 디렉터 등 세계적인 전문가들이 AI 기술의 혁신적 가능성과 미래 전망에 대한 인사이트를 제공해 큰 호응을 얻었다. 데니스 홍 교수는 강연이 끝난 뒤에도 관객들이 함께 사진을 찍기 위해 줄을 서는 등 인기를 실감했다.
피칭 무대에서는 사우스 서밋이 주관한 '글로벌 기업설명회(IR) 챌린지' 결선과 경기도의 'G-스타 오디션' 결선을 개최했다. 총 60여 개사가 참가한 글로벌 IR 챌린지에서는 청각장애인 대상 AI 수화번역 서비스를 제공하는 VSL랩스(이스라엘), 시공간 빅데이터 처리 가속화 엔진을 개발하는 디토닉(한국) 등 5개사가 우수 기업으로 선정됐다.
G-스타 오디션의 최우수 기업으로는 프리리그의 한국주택정보, 스케일업리그에서는 고큐바테크놀로지가, 환경·사회·지배구조(ESG) 리그에서는 소프트랜더스가 선정됐다.
개막식날 진행된 G-스타 오디션의 프리리그에서는 최초로 도민 평가단이 직접 참여해 우수한 스타트업에 모의 투자를 진행하는 독특한 방식이 주목을 받았다.
또 이번 행사에는 스타트업을 위한 다양한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 경기창조경제혁신센터가 기후테크관(5개 기업)과 K-스타트업 그랜드 챌린지관(10개 기업) 등 홍보관을 마련, 총 15개 기업과 참여해 자리를 빛냈다.
행사에 참여한 모빈의 담당자는 “CES 박람회와 같이 다양한 글로벌 고객들과 교류할 수 있는 기회가 있어 잠재적인 해외 고객사 발굴에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한 중국계 투자기업 관계자는 “첫 행사임에도 참여 기업 하나하나가 투자가치가 높은 기업들이 많았다”며 “서울에 비하면 규모는 작았지만 내실이 훌륭했다. 벌써 투자 계약한 건수도 있고, 눈에 들어온 기업도 있어 좋은 성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성천 경과원 원장은 “경기도에서 처음으로 개최한 이번 서밋으로 경기도가 글로벌 스타트업 생태계의 중심지로 자리매김하고 있음을 확인했다”며 “앞으로도 경기도는 AI, 로보틱스 등 혁신 기술 분야 스타트업을 지속적으로 발굴해 글로벌 진출을 위한 지원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수원=김동성 기자 esta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