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독대 재요청과 여야의정 협의체 구성이 난맥에 빠지면서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대통령실은 독대 재요청에 별다른 답이 없고, 여야의정 협의체도 의료계가 참여 의사를 밝히지 않으면서 3주 채 표류하고 있다.
29일 여권에 따르면 한 대표의 독대 무산과 재요청 과정에 대한 당내 의견이 갈리면서 공방이 지속되고 있다. 여기에 대통령실에서도 독대와 관련한 답을 일체 내놓지 않으면서 사실상 성사 가능성은 갈수록 옅어지고 있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독대는 당분간 어려울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국민의힘 한 의원은 “지금은 서로에게 모두 부담이 되는 타이밍이지 않겠냐”며 “서로 방향성이 너무 달라 만나도 성과를 내기 힘들다”고 말했다.
앞서 한 대표는 독대가 이뤄질 경우 의제로 김건희 여사 문제를 거론할 수 있다고 발언하면서 친한계와 친윤계간 집안싸움으로 번지고 있는 분위기다. 친한계는 당정갈등 회복을 위해선 김건희 여사 문제를 짚고 넘어가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친윤계는 한 대표의 독대 요청 방식, 대통령과의 신뢰 문제 등을 연일 지적하고 있다.
한 대표가 의정갈등 해법 창구로 제안한 여야의정 협의체도 한달여 동안 제자리걸음이다. 한 대표는 지난 6일 협의체 구성을 제안한 이후 지속적으로 의료계에 협의체 참여를 설득해왔으나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지난 27일까지 대한의사협회를 포함한 일부 의료단체에 참여 의사를 확정해 달라고 요청했으나 이날까지도 답변을 받지 못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시간이 흐를수록 여론만 악화될 수 있다”며 “대통령이 의료 개혁에 대한 의지가 강하기 때문에 의대 정원과 관련해 한 대표와 지도부는 출구 전력을 고민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한 대표의 리더십도 크게 흔들리고 있다. '거야'에 당정이 '원팀'으로 맞서도 힘에 부칠판에, 독대 요청과 여야의정 협의체 등 모든 스텝이 꼬이면서 당정 간 갈등만 깊어지는 상황이 되고 있어서다.
이에 한 대표측은 먼저 10·16 재보궐선거에 사활을 걸겠다는 입장이다. 기초단체장 4명을 선출하는 소규모 선거이지만, 취임 이후 첫 선거를 통해 리더십을 부각시키겠다는 전략으로 읽힌다. 특히 지난해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의 참패 경험을 교훈 삼아 신중한 전략을 펼치고 있다.
한 대표는 주말동안 부산 지역 지원 유세를 이어갔다. 윤일현 금정구청장 후보 선거사무소 개소식에 참여한 그는 “국민의힘은 부산 금정의 힘이 될 것”이라며 “또 우리는 산업은행을 부산에 이전해 끈질기게 부산의 발전을 위해서 챙기고 뛸 것”이라고 강조했다.
성현희 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