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결정 금액만 1조↑…보험사, 자본성증권 발행 '러시'

2024년 9월, 채권발행 결정 보험사 현황 - (자료=각사 취합)
2024년 9월, 채권발행 결정 보험사 현황 - (자료=각사 취합)

이달에만 보험사들이 1조원 이상 자본확충을 결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빅컷 등 시장금리 하락과 함께 채권 발행에 순풍이 불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IB업계에 따르면 코리안리는 다음달 최대 2300억원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할 예정이다. 지난 2019년 발행했던 자본성 증권에 콜옵션 행사일이 도래하자 조기 상환에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신종자본증권은 만기가 30년 이상으로 긴 채권이다. 갚아야 할 빚이지만 만기가 길고 차환을 전제로 발행되는 특성 탓에 소위 영구채로 불리며, 보험업법상 일부를 자본으로 인정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국내 최대 재보험사 코리안리가 안정적인 자본 관리를 위해 선제적인 조치를 취한 것으로 보고 있다. 재보험은 보험사들이 가입하는 보험으로, 올 상반기 기준 코리안리 자산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12조2495억원, 1554억원으로 우리나라에 진출해 있는 타 재보험사 대비 10배 이상 크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이번 코리안리 채권에 AA(안정적)을 부여했다. 코리안리가 우수한 시장지위와 영업 기반을 바탕으로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갖췄다는 평가다.

아울러 최근 금융위원회 주도로 진행되고 있는 부동산PF 사업성 재평가 이후에 되려 부실 자산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나는 등 보수적인 자산운용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올 상반기 코리안리 고정이하자산비율은 0.31%, 안전자산비중은 27.3%로, 6월말 기준 부실PF는 1건(고정)에 불과했다.

앞서 이달 초엔 한화생명이 3000억원 신종자본증권 수요예측에서 176%에 달하는 모집액을 기록하며 완판에 성공한 바 있다. 한화생명은 추가 청약을 통해 최대 6000억원까지 확보할 계획이다.

ABL생명도 2000억원 규모 후순위채 발행을 준비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지난주 수요예측에서 2230억원 매수 주문이 접수되면서 완판에 성공했다.

업계는 보험사 채권 발행 결정이 이어지는 이유로 최근 시장금리 하락을 꼽는다. 올해 초까지만 하더라도 고금리 기조가 지속되면서, 채권에 콜옵션 행사일이 도래해도 상환만 진행하고 차환하지 않는 등 발행 수요가 적었다.

다만 최근엔 국고채 10년물 금리가 2.9%대를 찍는 등 연초(3.3%대) 대비 하락하면서 분위기가 반전됐다. 특히 이달엔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기준금리 50bp를 인하하는 빅컷을 단행하면서, 발행 시장에 활기가 도는 모습이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금리 인하는 보험사 자본 감소로 이어질 수 있기에 채권 발행 등으로 대비할 필요가 있다”며 “발행 환경이 우호적이고 시기가 적절하다 보니 자본확충이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진혁 기자 s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