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비대면 대출에 지정 법무사 강제 논란…고객은 비용 덤터기

게티이미지(c)
게티이미지(c)

은행들이 앞다퉈 비대면 채널을 활용한 주택담보대출 비중을 늘려가고 있는 가운데, 대다수 은행이 법무사를 강제 지정해 논란이 되고 있다.

고객이 주택 구입을 목적으로 주택담보대출을 받으려면 목적물에 대해 '저당권 설정 등기'와 '소유권 이전 등기'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이 중 저당권 설정 등기는 은행에 소속된 법무사가 진행을 하게 되는데, '소유권 이전 등기'는 은행 지점과 협약을 맺은 외부 법무사가 진행하도록 강제하고 있다.

소유권 이전 등기는 부동산 매입 과정에서 비교적 비 전문적 영역으로, 약간의 지식이 있으면 고객 본인이 직접 등기소를 방문해 진행하는 '셀프등기'도 가능하다. 최근에는 법무사 플랫폼을 통해 견적을 받고 법무사를 고용하는 사례도 늘어나고 있다.

문제는 비대면 채널로 대출을 받을경우 은행에서 선정한 법무사가 소유권 등기를 이행하도록 규정으로 못박아 뒀다는 점이다. 이 경우 고객 선택권이 거의 보장되지 않기 때문에 법무사가 법정 최고 요율로 비용을 청구하는 사례가 많고, 고객이 이를 모두 부담해야 한다. 통상 2억원 가량 주택을 거래하면 약 50만원 정도 수수료 부담이 든다.

법무사 수수료는 법적으로 최고한도 요율이 정해져 있을 뿐, 일반적으로는 고객과 협의에 따라 재량으로 청구한다. 그런데 은행에서 특정 법무사로 계약을 제한함으로써 협상이 필요 없어져 일종의 바가지를 씌우는 일이 잦다는 것이다. 또 서비스 품질이 낮아도 다른 법무사로 교체하는 것이 쉽지 않다.

최근 시중은행을 통해 비대면으로 주담대를 받은 한 고객은 “은행이 지정해주는 법무사가 시중가보다 등기 수수료는 두 배 이상 비쌌는데 되레 업무처리는 문제가 많아 교체를 요청했음에도 은행 측에서 '불가하다'고 통보했다”며 “해당 영업점에 협약을 맺은 법무사가 한 명 뿐이라 대안이 없다며 일부 수수료를 깎아주는 선에서 해결을 보려 했다”고 말했다.

은행은 고객 셀프 등기나 외부 법무사가 금융사고를 일으킬 가능성을 고려해 지정 법무사 제도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고객과 짜고 법무사가 가짜 등기 서류를 제출하거나 대출금을 빼돌릴 가능성을 방지하기 위한 목적도 있다고 해명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오프라인 영업점 역시 기본적으로는 은행과 협약을 맺은 법무사를 쓰는 것이 원칙”이라며 “셀프등기 등은 은행 직원이 직접 과정을 참관하고 체크하는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업무 효율상 믿을 수 있는 법무사에게 이를 맡기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이형두 기자 dud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