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한국경영학회(회장 김연성, 인하대학교)와 (사)한국벤처창업학회(회장 이일한, 중앙대학교)는 공동으로 '국가 플랫폼 자본주의 환경에서의 콘텐츠 플랫폼의 가치 창출 전략'을 주제로 27일 서울대학교에서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 세미나는 국가 플랫폼 자본주의 시대에 국내의 콘텐츠 플랫폼을 포함한 콘텐츠 생태계 발전 전략과 정책 이슈를 논의하고자 개최됐다.
제1 주제 발표자인 최영근 상명대 교수는 “전 세계적으로 국가가 플랫폼을 활용하여 경제적, 지정학적 목표를 달성하려는 국가 플랫폼 자본주의(SPC, State Platform Capitalism) 경향이 뚜렷하다”라며 “미국과 중국은 플랫폼을 국가 경쟁력 강화의 도구로 활용하며, 이는 국내 플랫폼에 위협이 되고 있다”라고 우려했다.
최 교수는 “EU는 해외 기업의 역내 시장 잠식을 방지하기 위해 디지털 시장법(DMA)을 마련했고, 미국도 해외 기업을 견제하는 법안이 확대되고 있으며, 중국 역시 자국 토종 플랫폼 보호 정책을 마련하고, 대만은 자국 플랫폼 성장을 위해 규제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라고 설명하며,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은 오히려 국내 플랫폼에 대한 규제에 집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 교수는 “현재 넷플릭스가 영상 산업에서 시장 지배력을 확보했고, 음원 서비스 분야에서는 유튜브 뮤직이 1위이다”라며 “아직까지는 스토리 산업에서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네이버 웹툰 등이 글로벌 경쟁력을 갖고 있지만 아마존, 애플이 웹툰 서비스를 시작하고, 일본도 디지털 웹툰 서비스를 시작한 상황에서 이를 지속할 수 있을지 걱정이다”라며 현재 국내 콘텐츠 산업 전반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이어 “국가 플랫폼 자본주의 심화 속에서 국내 콘텐츠 플랫폼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공급시장 실패의 최소화를 위한 수직적 통합과 범위의 경제의 시너지를 위한 원소스멀티유즈를 통한 플랫폼 확장이 필수적이다”라며 “동시에, 문화산업공정유통법과 같은 규제는 법의 취지와는 역설적으로 한류 콘텐츠의 글로벌 경쟁력 약화를 초래할 수 있어 해당 법안 추진에 대해 국가 플랫폼 자본주의를 고려한 정부의 전략적 제고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제 2 주제 발표자인 강형구 한양대 교수는 “콘텐츠 산업은 문화전파, 외교적 교류 촉진, 브랜딩 등 소프트파워에 기여하고 있으며, 콘텐츠 플랫폼은 창작, 유통, 소비, 분석, 수익화 등 각 가치사슬 영역에서 눈에 보이는 수익화는 물론 눈에 보이지 않는 기여까지 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특히 “창작자들이 콘텐츠 제작에 있어 애로사항이라고 언급한 자금 조달 및 관리, 콘텐츠 제작 프로세스의 효율화, 해외진출 및 신기술 개발 등은 플랫폼이 해결할 수 있는 문제”라며 콘텐츠 플랫폼이 발전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또한 강 교수는 콘텐츠 분류에 따른 콘텐츠 플랫폼 가치를 추정, 제시했다. 이 추정은 글로벌 플랫폼 가치를 기준으로 국내 GDP 비중을 기초로 거시적 관점에서 계산되었으며 이 중 콘텐츠 플랫폼 '알고리즘'의 가치는 약 15조로 도출됐다. 콘텐츠 플랫폼 알고리즘이 우리나라 콘텐츠 매출 137.5조원의 약 11%에 기여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강 교수는 “해당 수치는 콘텐츠 플랫폼의 소프트 파워, 콘텐츠 라이브러리 등을 제외한 순수한 콘텐츠 플랫폼 알고리즘의 가치만을 분석한 보수적 수치”임을 강조하며, “콘텐츠 플랫폼 알고리즘은 효율적인 데이터 분석을 통해 콘텐츠 추천과 크리에이터-사용자 매칭을 최적화함으로써 생산성과 수익성을 높이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강 교수의 분석 결과, 콘텐츠 플랫폼 알고리즘의 파급효과도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음원, 스토리, 영상 플랫폼의 경우 생산유발 효과가 각각 1.9조 0.8조 1조에 달하고, 고용유발 효과는 각각 9,164명, 49,530명, 21,223명이다. 수출유발효과는 각각 1,576억, 21억, 1,554억에 달한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토론자들은 국내 콘텐츠 플랫폼들에 대한 근시안적 규제는 콘텐츠 생태계 전반의 경쟁력 상실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날 패널 좌장을 맡은 유병준 서울대 교수는 “플랫폼 책임 강화 정책은 크리에이터들의 창작 활동을 위축시키고, 새로운 플랫폼의 성장을 저해하여 결과적으로 유튜브와 같은 글로벌 플랫폼의 독점을 심화시켰다”라며 “보다 더 심각한 점은 이 일 이후로 동영상 분야에 스타트업들이 벤처캐피탈의 투자 유치를 하지 못해 국내 동영상 콘텐츠 시장에 전혀 혁신이 없는 상황이다. 허울만 좋은 규제들로 미래 산업인 콘텐츠 산업의 성장이 저해되지 않도록 과감한 규제철폐와 산업생태계, 글로벌 관점 지원이 시급하다”라고 제언했다.
전성민 가천대 교수는 “콘텐츠 플랫폼에 있어서 비즈니스 모델은 사용자로 하여금 콘텐츠의 가치를 느끼게 하고, 지불의사를 높이는 역할을 한다”라며 “카카오페이지의 '기다리면 무료'의 경우, 웹툰은 10배, 웹소설은 35배 정도의 매출을 더 높이는 것으로 분석됐다”라고 설명하며 “콘텐츠 플랫폼이 끊임없이 실험하고 테스트하여 안정화하는 과정까지의 노력에 대한 인정과 지원이 필요하며, 콘텐츠 유통의 핵심적인 비즈니스 모델이 문화산업공정유통법과 같은 획일적 규제로 말미암아 그 가치가 훼손되어서는 안된다”라고 강조했다.
한국행동경제연구소 정태성 대표는 “국내 콘텐츠 플랫폼은 기다리면 무료, 팬덤 비즈니스 모델 등은 데이터 분석을 통해 소비자에게 '넛지'하는 방식으로 지불의사를 높이고 콘텐츠 산업 성장에 기여한 부분이 크다”며 “특히, 클러스터 조성에 대한 정부의 정책에서, 콘텐츠 플랫폼이 온라인 클러스터 역할을 할 수 있다. 산업 발전을 위해 오히려 기존 규제도 풀어줘야 한다”라고 말했다.
정혜련 경찰대 교수는 “해외 시장에서는 한국 콘텐츠에 대한 보호무역주의가 강화되어 진출이 어려워지고 있다”며 “해외 진출 기업을 위한 새로운 지원 방안을 마련하고, 투명한 시스템을 구축하여 기업들이 빠르고 안정적으로 해외 시장에 진출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정연승 단국대 교수는 플랫폼의 다양성에 대해 언급하며, “일률적인 규제보다는 핀셋 규제나 맞춤형 정책이 필요하다. 정책 입안자들이 플랫폼 전반에 걸쳐 통용되는 규제를 만드는 것은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한 기업의 일탈적이거나 위법한 행위가 발생할 경우, 이를 전체 플랫폼 문제로 확대하여 새로운 법안 제정과 기존 법 개정을 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현재의 법은 문제가 없으며, 불필요하게 세분화된 규제를 만들면 오히려 이상한 법이 될 수 있으며, 새로운 법이 만들어지면 산업의 어려움을 가중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조영기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사무국장은 “콘텐츠 산업의 특성 상, 공급자가 절대 을의 위치에 있지도 않고, 플랫폼도 절대 갑의 위치에 있지도 않다”라며 “규제 설계자들은 몇몇 사건을 토대로 현상을 있는 그대로 보지 못한 채 규제를 만들고 있다. 규제의 효과성에 대한 입증, 그에 따른 부작용, 산업 전체를 몰락시킬 수 있는 정도의 부작용 발생에 대한 충분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한국경영학회 김연성 학회장은 ”한국 콘텐츠 플랫폼은 단순한 엔터테인먼트를 넘어 국가 경쟁력 강화에 기여하는 중요한 자산으로서 학계와 산업계가 긴밀하게 협력하여 콘텐츠 생태계의 지속적 성장을 이끌어야 한다”라고 세미나를 마무리했다.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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