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5일부터 시행되는 퇴직연금 현물 이전을 앞두고 금융투자업계가 분주하다. 증권가에서는 약 190조원에 이르는 뭉칫돈이 유입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여기며 저마다 고객 유치에 분주하다. 자산운용사들이 일제히 장기투자에 적합한 '디딤펀드'를 선보인 것은 물론 로보어드바이저(RA)를 필두로 한 핀테크 기업까지 나서며 자본시장 전체가 들썩이고 있다.
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오는 7일부터 20여개 자산운용사는 자산운용업계가 공동으로 출시한 디딤펀드를 대중에게 알리기 위한 릴레이 간담회를 실시한다. 15일부터 본격 시행되는 현물 이전에 앞서 각 운용사별 운용 전략과 투자 철학, 연금 상품으로서의 장기적 수익구조 등을 알리기 위해서다.
디딤펀드는 주식 편입 비중을 50%보다 낮게 설정해 퇴직연금 계좌에서 100% 한도로 투자가 가능하다. 장기간 안정적인 수익을 추구할 수 있는 밸런스펀드(BF) 유형의 연금 특화 상품이다. 전체 퇴직연금 적립금 가운데 88%에 달하는 원리금보장형의 비중을 실적배당형으로 자연스레 이전하기 위한 목적으로 도입됐다. 원리금보장형의 1년 수익률은 2분기 기준 3.47%으로 물가상승률을 소폭 웃도는 수준에 그친다.
증권사도 분주하다. 총 14개 증권사(삼성·미래·KB·한투·신한·한화·NH 등)에서 디딤펀드 판매를 먼저 개시한 것은 물론 사전예약 및 수수료 면제 등 각종 이벤트를 내걸고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 삼성증권, 미래에셋증권 등 이미 다수의 증권사가 퇴직연금 사전예약 서비스를 개시한데 이어 NH투자증권도 퇴직연금 계좌로 일정금액 이상 입금 고객을 대상으로 모바일 상품권을 지급하는 서비스를 이날 개시했다.
특히 퇴직연금 투자일임 시장은 현물 이전에 따른 시장 확대가 가장 크게 기대되는 분야다. 실제 지난달 27일 지정 신청을 마친 혁신금융서비스에는 RA 알고리즘을 보유한 업체가 일제히 뛰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6월 실시한 코스콤의 22차 RA테스트베드 심사를 통과한 알고리즘만도 208개다.
디셈버앤컴퍼니(서비스명 핀트), 업라이즈투자자문(든든), 콴텍투자일임(콴텍), 쿼터백자산운용(쿼터백), 파운트투자자문(파운트) 등 핀테크 RA업체는 물론 증권사 역시 대거 심사를 완료한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시장 확대를 꾀할 전망이다.
핀테크 뿐만 아니라 자산운용업계와의 협업도 활발하다. KB국민은행은 미래에셋자산운용, 신한은행은 쿼터백자산운용과의 협업 체계를 꾸려 경쟁력 강화에 나서고 있다. NH농협금융은 디셈버앤컴퍼니에 전략적 투자(SI)를 단행하는 등 협업 방식도 다양하다. 기존 퇴직연금 적립금을 '수성'하기 위한 움직임에 은행, 증권사 모두 여념이 없는 분위기다.
업계 관계자는 “당장 15일부터 현물 이전이 가능해졌다고는 하지만 당장 시장에서 장기수익률과 안정성에 의구심을 거두기는 어려운 만큼 편의성을 갖춘 인공지능(AI) 기반의 투자일임 서비스부터 미국 국채 등 다양한 자산군을 보유했는지 여부에 따라 승부가 크게 갈릴 수 있다”면서 “우선은 고객군을 폭넓게 확보한 뒤 얼마나 혁신적인 서비스를 선보일 수 있을지가 이번 '머니무브'의 관전 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류근일 기자 ryu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