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밀감속기를 국산화한 에스피지(SPG)가 기존 산업용에서 로봇용으로 사업 영토를 확장한다. 경쟁력을 인정 받으면서 고객사가 늘어 정밀감속기 매출을 내년 2배 이상 성장시킨다는 계획이다.
여영길 에스피지 대표는 최근 전자신문과 만나 “2020년 상용화한 로봇용 정밀감속기가 올해부터 본격적인 성과가 나오기 시작했다”며 “올해 정밀감속기 부문에서 매출 130억원 이상 달성이 예상되고, 내년에는 300억원으로 늘어날 전망”이라고 말했다.
1991년 설립된 에스피지는 산업용 컨베이어 벨트와 가전제품에 들어가는 모터가 주력인 부품사다. 3500종에 달하는 모터를 생산해 지난해 매출 3938억원, 영업이익 160억원을 기록했다.
회사는 제조 공장 자동화와 무인화 트렌드에 정밀감속기 사업에 뛰어들었다. 감속기는 모터 회전 속도를 제어하는 동력전달 장치다.
정밀감속기는 크게 △유성감속기 △SH감속기 △SR감속기로 구분된다. 유성감속기는 강한 토크가 필요한 산업용 로봇이나 공작기계에 적용된다. SH감속기는 정밀도가 높은 협동로봇이나 휴머노이드 로봇, SR감속기는 가반하중(로봇이 들어올릴 수 있는 최대 무게)이 높은 로봇 팔 등에 각각 탑재된다. 에스피지는 이 3가지 제품 모두를 국산화했다.
여 대표는 “유성감속기는 독일 뉴가트, SH감속기는 일본 하모닉드라이브, SR감속기는 나브테스코 기업이 강자지만, 3가지 감속기를 모두 생산할 수 있는 기업은 에스피지가 유일하다”며 “정밀감속기는 고객사 기술 검증이 오래 걸려 성과 도출까지 많은 시간이 필요한 데, 올해 신규 고객사를 다수 확보했다”고 말했다.
에스피지는 구체적인 고객사를 밝히지 않았지만 글로벌 기업이 출시하는 웨어러블 로봇과 반도체 장비에 탑재된다고 소개했다. 또 내년에는 미국 의료장비 기업에 메디컬 수술 로봇용 정밀감속기도 수출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메디컬 로봇에는 신소재를 적용해 기존 정밀감속기 대비 경량화·슬림화를 구현했다.
여 대표는 “현재 레인보우로보틱스 협동로봇과 휴머노이드 로봇에 에스피지 정밀감속기가 탑재되고 있는데, 고객사 확대는 에스피지 정밀감속기가 기술력을 인정 받은 결과”라며 “올해 정밀감속기 매출이 전년 대비 70% 이상 증가하고 내년부터는 매년 2배씩 성장이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에스피지는 감속기 시장 후발주자지만, 납기와 원가 경쟁력을 확보해 시장 진입에 성공했다는 평가다. 매년 40억원 이상을 감속기 연구개발(R&D)에 투입해 정밀감속기 납기를 일본 경쟁사의 10분의 1 수준으로 단축하고, 가격은 약 50% 낮췄다.
여 대표는 “소재사와 협력해 감속기 소재인 특수합금강까지 내재화했다”며 “정밀감속기 부문에서 글로벌 최고 기업으로 거듭나고, 국내 핵심 부품 자립도 향상에 기여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이호길 기자 eagle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