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한의사협회가 한의사 6년 교과과정에 2년을 추가해 지역 필수 의사 부족 문제를 해결하자는 방안을 내놓으면서 의사단체와 한의사단체간 갈등이 한층 더 첨예해질 것으로 보인다.
올해 의과대학 정원 문제로 촉발된 의대생 휴학·전공의 사직 등 의료 현장 이탈 사태를 두고 한의사협회는 한의사를 '계약형 필수의사제'와 유사한 공공의료기관 근무 및 필수 의료에 종사하도록 한정하는 의사 제도를 신설하자고 밝혔다. 필수 의료과목 수료 및 공공의료기관 의무 투입을 전제조건으로 해 연간 300~500명씩 5년간 시행해 공공의료 의사 수급난을 조기에 해결하자는 주장이다. 의대 정원 확대로 의사가 충원되려면 6~14년이 필요하지만 한의사를 활용하면 이를 4~7년 앞당겨 의사 수급난을 조기에 해소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의협은 의대와 한의대는 교육과정이 다르기 때문에 이 같은 제도는 의료 현장 개선이 아니고 붕괴·퇴보시키는 방향이라고 지적했다. 또 현재 한의사가 의사가 되려면 편입 절차가 있기 때문에 이를 활용하면 된다고 반박했다.
두 단체간 갈등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의협이 지난 6월 18일 총파업에 돌입한 당시 한의사들은 의료 공백을 최소화하겠다며 전국적인 야간진료에 나섰다. 또 한의사 초음파 진단기기 사용과 관련해 지난 6월 대법원에서 합법임이 최종 확정되면서 두 단체는 각각 다른 입장을 표명했다.
한의협은 초음파가 합법이 됐으니 건강보험 적용을 서두르고, 모든 현대 의료기기를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제도 개선을 촉구했다.
한의협은 현재 한의사들은 약침시술(매선요법), CO2레이저, 매화침레이저, 의료용레이저조사기(레이저침시술기) 등 의료기기를 활용해 아무런 법적 제한 없이 피부 미용 시술을 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또 한의사들도 보다 적극적으로 의료기기를 활용해 양질의 한의의료서비스를 제공하라는 것이 시대 흐름이라고 밝힌다.
반면 의협은 면허 범위를 벗어난 한의사들의 의료행위가 범람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의협은 한의사들은 현대의료기기 사용을 두고 제대로 교육받거나 임상을 해 본 능력이 입증된 적이 없다고 지적했다. 환자 안전과 건강보험 재정 건전성을 위해 한의사의 현대의료기기 활용에 대한 급여 적용을 해선 안 된다고 강조한다.
지난해 말부터는 한의사 첩약(한약) 건강보험 적용과 관련해 갈등이 계속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4월부터 첩약 건강보험 적용 2단계 시범사업을 시작했다. 이 시범사업은 첩약에 건강보험 시범 수가를 적용해 국민 의료비 부담을 감소시키기 위해 2020년 11월 20일부터 시작했다. 월경통, 안면신경마비, 뇌혈관질환 후유증, 알레르기 비염, 기능성 소화불량, 요추추간판탈출증까지 총 6개 질환이 포함된다. 환자 본인부담률은 일괄적으로 50%에서 한의원 30%, 한방병원·병원 40%, 종합병원 50%로 바뀌었다.
의협은 첩약 급여가 건보재정을 파탄시킬 것이라는 입장이다. 또 필수 의료 위기 상황에서 과학적 근거 및 유효성도 없는 첩약 시범사업에 건보 재정을 투입하는 것을 비판했다.
송혜영 기자 hybrid@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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