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대는 어떤 교육을 할까. 어떤 사람들이 사이버대에서 공부할까. 우리는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며 초등부터 고등교육까지 학령기 인구 대부분이 원격교육을 경험했다. 그러나 20여 년 전부터 온라인 교육을 지켜온 사이버대에 대한 인식은 미미하다.
재학 중인 사이버대 학생들은 연령과 직업 등 매우 다양한 배경을 가지고 있다. 타 대학 자퇴 후 다른 학문에 관심을 가지고 재입학한 유턴 입학자, 직장 퇴직 후 사업체를 설립한 뒤 필요한 분야를 공부하기 위해 입학한 재 교육자, 교육자로 재직 중 노후 준비를 위해 입학한 장년까지. 실제 사이버대에서 학업을 이어가고 있는 학생들은 사이버대 교육을 어떻게 평가할까. 사이버대 재학 중인 4인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편집자 주)
“법학이란 분야도 정말 다양해요. 최종적으로 미국 로스쿨에 입학해 지식재산 분야 전문 변호사가 되고 싶어요. 인공지능(AI), 컴퓨터공학을 다시 공부하는 이유죠.”
송창훈 씨(27)는 2021년 중국 인민대 법학과를 졸업했다. 학기 중 AI 관련 법률 수업을 들으며 컴퓨터공학 분야에 관심을 갖게 됐다. 로스쿨 진학을 꿈꿨지만, 개인적인 사정으로 한국에 돌아와 직장생활을 하게 되면서 청주에 자리를 잡았다. 대학원을 염두에 두기도 했지만, 사실상 통학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송 씨는 우선 관심 있는 분야를 선택해 학점은행제에 등록했다. 지식재산권 수업을 들을 수 있는 학점은행제에서 2023년 학위를 취득했다. 그다음에는 좀 더 체계적으로 수업을 듣고 싶다는 생각에 국내 사이버대를 떠올렸다. 송 씨 또한 사이버대를 단순히 '직장인이 다니는 곳'이라고만 어렴풋이 알고 있었다. 입학과 졸업도 쉬울 것이라 생각했다. 코로나 팬데믹 당시 온라인 수업을 들었던 경험을 떠올리며 고려사이버대 컴퓨터공학부에 편입했다.
하지만 실제 사이버대 수업을 듣고 나서는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다. 송 씨는 “학점은행제는 여러 센터의 수업을 나눠서 들었는데 사이버대는 학문에 대한 커리큘럼이 짜여 있어 체계적으로 공부할 수 있었다”면서 “보통 사람들이 사이버대는 일반대에 비해 강의의 질도 낮고, 학습도 훨씬 쉬울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전혀 그렇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온라인으로 수업을 듣지만, 자격증 취득, 세미나 참석 기회도 있다. 송 씨는 “8월에는 데이터 품질관리 세미나에 참석해 AI 데이터 품질관리 분야 트렌드를 파악할 수 있어 굉장히 만족스러웠다”고 말했다.
학부생이지만 송 씨는 다음 달 논문 학술발표를 앞두고 있다. 주제는 AI 창작물에 대한 저작권법 개정이다. 컴퓨터공학부에 논문작성 프로그램이 있어 교수가 온라인으로 논문지도를 해준다. 송 씨가 가져온 주제에 대해 교수가 필요한 자료와 방향에 대해 조언한다. 자료를 정리해 다시 교수에게 전달하면 함께 문헌분석을 통해 살펴보며 도움을 줬다.
송 씨의 고려사이버대 졸업 후 진로는 미국 로스쿨 진학이다. 미국이 지식재산권 분야 시장 규모가 크기 때문이다. 송 씨는 “미국에서 공학·IT지식재산권 분야를 다루고 싶다”며 “우리나라 기업들이 해외 진출 시 지식재산권 손해를 보는 경우가 많은데 대한민국 지식재산권 보호를 위해 일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직장인이거나, 지방에 거주한다면 시간과 장소에 제약이 많죠. 사이버대에는 생각보다 다양한 프로그램이 있어서 학교에서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잘 활용한다면 경력과 업무 역량 향상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지희 기자 eas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