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에너지솔루션이 12월부터 차세대 전기차 배터리로 주목받는 '4680(지름 46㎜·높이 80㎜)'을 대량 생산한다. 고객사인 테슬라가 4680 배터리를 발주, 양산이 확정됐다. 글로벌 경기 침체와 전기차 수요 둔화 등의 이유로 지연됐던 차세대 배터리 사업이 마침내 본궤도에 오를 전망이다.
6일 업계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은 12월부터 충북 오창 공장에서 4680 배터리를 양산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회사는 소재·부품 협력사에 이달부터 4680에 들어갈 제품을 차질 없이 공급해달라는 내용을 전달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그동안 4680 배터리를 개발하고 오창에서 시험 생산해왔는데, 이번에 양산을 최종 결정했다.
통상적으로 배터리 업계는 고객사 주문 물량이 확정돼야 생산에 돌입한다. LG에너지솔루션의 12월 양산은 곧 테슬라 주문이 확정됐다는 뜻이다.
업계 관계자는 “4680을 양산하는 건 고객사와 조율이 끝났기 때문”이라며 “향후 물량에 변동이 생길 수 있지만, 생산 일정 자체는 확정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4680은 테슬라가 2020년 상용화 계획을 처음 발표한 배터리다. 기존 2170(지름 21㎜·높이 70㎜) 원통형 전지 대비 에너지 용량은 5배, 출력은 6배 향상됐다. 성능과 공정 개선으로 생산성이 높아진다는 점에서 차세대 배터리로 주목받았다.
테슬라를 필두로 전기차 탑재가 빨라질 것으로 예상됐지만 업황 둔화로 개화가 늦어졌다.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으로 차량 판매량이 감소하면서 새로운 배터리를 채택하기보다 기존 제품을 사용하거나 개선하는 추세가 나타나서다. 4680의 높은 생산 난도도 허들로 작용했다.
LG에너지솔루션도 이에 영향을 받아 8월부터 양산하려던 계획이 차일피일 미뤄졌다. 회사는 지난 7월 가진 실적 설명회에서 “내부적으로 (4680) 양산 일정을 앞당기려고 했지만, 내부 정비와 고객사 일정 협의 등으로 3분기 말에서 4분기 초에 양산을 시작할 것”이라며 연기 사실을 알렸다.
테슬라가 미뤘던 주문을 확정한 건 새로운 전략 때문으로 풀이된다. 전기차 캐즘에도 주행 거리를 늘린 사이버트럭 인도량 확대를 계획 중이고, 내년 초 출시가 예상되는 모델Y 주니퍼 출하도 준비하고 있어 LG에너지솔루션에 4680 생산 요청을 한 것으로 해석된다. 테슬라 배터리 협력사인 파나소닉도 4680 양산 준비를 마쳤다고 밝힌 바 있다.
전기차 수요 침체로 배터리 업황이 위축된 가운데 테슬라의 4680 주문이 시장 반등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LG에너지솔루션 관계자는 “구체적인 공급 내용은 밝힐 수 없지만, 4분기 중 4680 배터리 생산을 시작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호길 기자 eagle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