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부교과전형과 논술전형의 상당수는 수능최저학력기준(수능최저)을 두고 있어 수능이 매우 중요하다. 수능최저 충족률 또는 이를 반영한 실질 경쟁률을 공개한 일부 대학들의 자료를 바탕으로, 작년 대입에서의 학생부교과전형 수능최저 충족률을 진학사와 살펴봤다.
학생부교과전형에서 가장 높은 수능최저를 적용해 온 곳은 고려대로, 2024학년도 교과전형의 수능최저 충족률은 인문계열 62.4%, 자연계열(의과대학 제외) 56.3%를 기록했다. 그동안 인문계열에 더 높게 적용했던 수능최저를 2024학년도에 자연계열과 같은 수준으로 완화하면서 인문계열의 충족률은 2023학년도 대비 상승했다.(58.2%에서 62.4%)
다만, 같은 기준을 유지한 자연계열 충족률은 하락했고(69.1%에서 56.3%), 충족률 상승을 보인 인문계열도 같은 기준의 2023학년도 자연계열 충족률에 비해 수치가 낮은 편이다. 이는 졸업생도 지원할 수 있게 했던 자격 조건을 재학생으로 제한하고 2024학년도 수능 영어가 어렵게 출제된 것이 원인으로 예상된다.
서강대는 2023학년도 '3개 합 6등급 이내(탐1)'이던 수능최저를 2024학년도 '3개 영역 각 3등급'으로 크게 완화했다. 이에 따라 인문계열(지식융합미디어학부 포함), 자연계열 모두 수능최저 충족률이 매우 높아졌다.(인문 69.2%에서 78.3%, 자연 59.5%에서 71.1%) 성신여대 또한 인문계열에 더 높게 책정했던 수능최저를 2024학년도에 완화해 자연계열과 같이 적용해 인문계열 충족률이 크게 상승했다. 자연계열은 2023학년도와 유사한 84.1%로 나타났다. 인하대는 자연계열(의예과 제외)의 수능최저가 더 높은 대학이다. 2024학년도에 인문계열의 기준을 1등급 완화하면서 2023학년도 대비 수능최저 충족률이 상당히 높아졌다. 동일 기준을 유지한 자연계열의 충족 비율은 2023학년도보다 소폭 하락했다.
올해는 숭실대가 인문계열 수능최저를 완화해 인문계열 지원자의 충족 비율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반대로 경희대는 탐구 적용 시 '상위 1과목 반영'에서 '2과목 평균 반영'으로 변경함에 따라 수능최저 충족률이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
인문·자연계열 모두 동일한 기준을 적용한 대학들의 수능최저 충족 비율은 대체로 인문계열에서 더 높았다. 서울시립대의 경우, 인문계열과 자연계열 수능최저 충족률 차이가 10%p를 넘었다. 인문계열의 충족률은 2023학년도와 유사한 반면(54.8%%에서 56.2%), 자연계열 충족률이 크게 낮아졌다.(51.9%에서 45.0%)
서울시립대 외에도 고려대와 서강대, 중앙대처럼 3개 영역을 반영하는 대학에서 계열 간 차이가 크게 벌어진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영어 외에도 자연계열 수험생들이 주로 치르는 수학 미적분 과목이 어렵게 출제된 점 등이 영향을 준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2개 영역 반영 대학인 경희대, 서울과기대, 성신여대의 경우 계열 간 충족률 차이가 크지 않았으며, 이 중 서울과기대는 자연계열의 충족률이 인문계열에 비해 높게 나타났다.
수능최저 충족률은 실질경쟁률로 이어져 입결에 영향을 주는 경우가 많다. 인하대가 발표한 입시결과 자료에 따르면, 2024학년도 수능최저기준을 동일하게 유지한 자연계열은 수능최저 충족률이 하락하면서 합격자 50%컷도 소폭 낮아졌다. 수능최저를 완화한 인문계열은 충족률 상승과 함께 모집단위별 합격자 50%컷도 2023학년도 평균 2.60등급에서 2024학년도 평균 2.51등급으로 높아졌다.
우연철 진학사 입시전략연구소장은 “입시결과가 수능최저만으로 형성되는 것은 아니지만 최저 충족 여부는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며 “수능 난이도와 엔(N)수생 변수를 염두에 두고 준비하되, 9월 모평 결과에 연연하지 말고 남은 기간 수능 준비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지희 기자 eas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