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의 알파벳(구글 모기업) 자회사이자 자율주행 기술 기업 웨이모(Waymo)와 전략적 파트너십 체결은 '자율주행 파운드리 사업' 신호탄이다.
양 사는 웨이모의 6세대 완전 자율주행 기술 '웨이모 드라이버(Waymo Driver)'를 현대차 아이오닉 5에 적용, 차량을 자율주행 택시 서비스 '웨이모 원(Waymo One)'에 투입하기로 했다. 2025년말 도로 주행 테스트에 돌입할 예정이다. <본지 9월19일자 1면 참조>
현대차는 웨이모에 로보택시용 아이오닉5 100대를 우선 공급할 것으로 전망된다. 양 사가 아이오닉 5 공급 규모를 공개하지 않았지만 사안에 정통한 관계자는 “현대차가 통상 고객 요구에 공급하는 로트(LOT) 방식의 최소 생산량을 고려하면 초기 공급규모는 100대 정도로 추산된다”고 말했다.
◇현대차·웨이모, 최상의 파트너 선택
현대차·웨이모의 협력은 양사의 이해관계가 부합된 결과다.
웨이모는 아이오닉 5가 자율주행 기술을 적용하기에 적합한 차량이라는 판단 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 미국에서 안정적 차량 공급이 가능한 완성차가 필요했다. 당장 현대차는 웨이모에 공급하는 아이오닉 5를 조지아 전기차 전용공장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에서 생산할 예정이다. HMGMA는 향후 대량생산을 감안하면 최적의 공급망이다.
웨이모는 미국에서 재규어 i-페이스 전기차, 크라이슬러 퍼시피카 하이브리드, 중국 지리차 지커 전기차에 자율주행 기술을 적용해 무인 로보택시를 운영했다. 하지만, 미국 상무부가 지난달 27일부터 중국산 전기차에 부과하는 관세를 25%에서 100%로 인상했고, 2026년부터 중국산 소프트웨어(SW)나 하드웨어(HW)를 탑재한 차량 판매를 금지한다. 웨이모는 중국 지리차 지커 전기차 조달 비용 급증과 공급망 불확실성 등 전략 수정이 불가피했다.
일각에선 웨이모가 중국 지리차를 현대차로 완전 대체, 현대차 공급 규모가 연간 1000대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현대차는 웨이모와 제휴로 새로운 영역에 진출할 수 있게 됐다. 현대차의 수준높은 자율주행 하드웨어 제조 기술이 인정받은 것이나 다름없다.
웨이모는 미국 로보택시 시장에서 독보적 입지를 구축하고 있다. 현재 미국에서 운전자가 없는 유료 로보택시를 운영하는 기업은 웨이모가 유일하다. 웨이모와 협력으로 현대차는 자율주행 기술 경쟁력을 지속 제고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현대차 '자동차 파운드리 사업' 본격화
현대차는 웨이모에 로보택시용 시스템 안정성을 위해 중요한 부품을 이중 설치해 하나가 고장 나더라도 다른 하나가 정상 작동하는 '하드웨어 이중화', 전동식 문 같은 자율주행 특화 사양을 적용한 아이오닉5를 웨이모에 인도할 예정이다.
앞서 현대차는 8월 '최고경영자(CEO) 인베스터데이'에서 다양한 글로벌 자율주행 기술 기업에 차량를 공급하는 파운드리 사업을 전개하겠다고 밝혔다.
현대차가 자율주행에 필요한 기능과 안전 사양을 차량에 적용해 생산·공급하면 자율주행 기술 기업이자율주행 기술을 차량에 적용하는 방식이다. 웨이모와 제휴로 현대차는 사업 발표 한달여만에 글로벌 최대 고객을 확보하게 됐다.
현대차가 하드웨어 개발과 제조 경쟁력을 활용, 글로벌 자율주행 기업과 협력을 확대할 수 있는 교두보를 확보한 것이다.
한편, 현대차는 로보택시 시장 공략에도 속도를 낼 것으로 관측된다. 현대차는 자율주행 합작법인 모셔널을 중심으로 미국에서 로보택시 상용화를 목표로 기술 개발 중이다.
김지웅 기자 jw0316@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