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도입되는 AI 디지털교과서를 두고 사회적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야당과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시민단체 등의 반대에도 정부는 예정대로 AI 디지털교과서 도입을 강행할 움직임이다. 교과서 출판사와 에듀테크 업계도 뒤숭숭하다. 지난달 AI 디지털교과서 검정 결과 발표 이후, 탈락한 출원사들은 이의신청을 준비 중이다. AI 디지털교과서가 정부 의도대로 안착할 수 있을까. 에듀플러스는 작년부터 논의가 시작된 AI 디지털교과서 추진현황과 현재 상황을 정리해봤다.
AI 디지털교과서 도입은 작년 2월, 교육부의 '디지털 기반 교육혁신 방안'을 통해 알려졌다. 당시 정부는 AI 디지털교과서를 도입하면서 해당 교과의 효과적인 학습을 도울 수 있도록 교과 특성에 맞는 AI 기술을 도입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후 정부는 'AI 디지털교과서 추진방안'(6월)을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2025년부터 초등3·4학년, 중학교 1학년, 고등학교 1학년을 대상으로 수학, 영어, 정보, 특수교육 국어 과목에 AI 디지털교과서를 단계적으로 도입한다. 2026년 국어, 사회, 과학, 기술·가정, 2027년 역사, 2028년 고등학교 공통 국어, 통합사회, 한국사, 통합과학 등의 과목으로 확대한다.
정부가 내세운 AI 디지털교과서 강점은 '학생별 맞춤형 학습'이다. AI 디지털교과서가 개별 학생 역량과 속도에 따라 학습할 수 있는 맞춤 학습지원 도구라는 것이다. 교사 한 명이 교실의 모든 학생의 학습 상황을 파악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AI를 통해 학생의 학습 상황을 분석하고 교사는 학생 맞춤 지도를 할 수 있다.
교육부는 AI 디지털교과서를 본격 도입하면서 기존 공교육에서 사라진 질문하고 토론하는 수업으로 변화를 이끌 수 있다고 봤다. 학생은 AI 디지털교과서로 기본 개념을 수준별로 학습하고, 교사는 토론, 프로젝트 학습 등 수업 설계를 맡는다.
일각에서는 AI 디지털교과서 도입이 교사의 역할을 제한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이에 대해 정부는 단순 개념을 가르치는 업무에서 벗어나게 되면서 교사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고 강조한다. 학생의 고차원적 역량을 키울 수 있도록 수업을 설계하고, 사회 정서를 지도하는 멘토, 학습 디자이너로서 역할을 맡게 될 것이라는 이야기다.
교육부가 AI 디지털교과서 도입을 앞두고 가장 중요한 과제로 내세웠던 것은 무엇일까. 바로 '교사 연수'다. 교육부는 6월부터 1만2000여 명의 교사를 대상으로 '2024 교실혁명 선도교사' 연수를 실시했다. AI 디지털교과서가 교육 현장에 제대로 안착하기 위해서는 교사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AI 디지털교과서 프로토타입 연수 신청 서버 마비, 해당 교사 연수 공문 발송 지연 등의 이유로 혼선이 이어졌다.
AI 디지털교과서 도입을 위해 정부는 'AI 디지털교과서 매칭데이' 등을 통해 기존 교과서 출판사와 에듀테크 기업의 컨소시엄을 구성해 AI 디지털교과서 개발에 착수했다. 8월 19일부터 21일까지 21개 출원사가 146종의 AI 디지털교과서 심사본을 접수했다.
최근 발표된 AI 디지털교과서 검정 본심사 결과, 초등 수학 2개사, 중학교 수학 3개사, 고등학교 수학 4개사, 중학교 정보 2개사, 고등학교 정보 2개사가 통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영어의 경우, 초등 3·4학년 1개사를 제외한 6개사가 합격했다. 검정 심사에서 탈락한 출원사들은 이의신청을 준비하고 있어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시민단체 등 국민 여론도 AI 디지털교과서 도입에 대해 우호적인 상황은 아니다. 문해력 하락, 스마트 기기 중독, 개인정보 침해 가능성 등의 이유로 반대의 목소리가 만만치 않다. 지난 8월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초·중·고교생 자녀를 둔 전국 학부모 1000명에게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자녀가 초·중·고교에 다니는 학부모 10명 중 8명이 AI 디지털교과서에 관한 사회적 공론화가 필요하다고 대답했다.
AI 디지털교과서 도입을 둘러싼 정부와 야당 간 갈등도 커지는 모양새다.
지난달 27일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25명 국회의원이 '초·중등교육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지능정보화기술을 활용한 학습지원 소프트웨어(SW)를 교과용 도서가 아닌 학교의 장이 학교운영위원회 심의를 거쳐 활용할 수 있는 교육자료로 규정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교육부는 AI 디지털교과서 도입을 추진하면서 2023년 10월 교과용 도서 범위에 관한 기본적인 사항을 대통령령에 위임한 헌법에 따라 지능정보화기술을 활용한 학습지원 SW를 교과서 정의에 포함시키는 '교과용도서에 관한 규정' 제2조 제2회를 개정한 바 있다.
이런 가운데 교육부는 예정대로 AI 디지털교과서 도입에 속도를 내고 있다. 교육부는 지난달 30일 AI 디지털교과서 도입에 따른 개편·수정 제도 보완을 위해 '교과용도서에 관한 규정 일부개정령(안)'을 입법예고하고 나섰다. AI 기술을 활용한 디지털교과서 도입에 따라 교과용 개편·수정 시 내용뿐 아니라, 기술·서비스도 변경할 수 있다.
한편, 국회교육위는 8일부터 시작하는 국정감사에서 AI 디지털교과서 도입에 관한 현안을 다룰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AI 디지털교과서에 관한 정부와 야당의 입장 차이가 첨예한 상황에서 명확한 정책 방향이 결정되지 않는다면 사회적 손실이 불 보듯 뻔하다”면서 “AI 디지털교과서 정책 추진에 관한 정부의 소명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마송은 기자 runni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