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차세대 디스플레이 대응 실기 말아야

최근 미국 메타가 공개한 증강현실(AR) 안경에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의 '레도스(LEDoS: LED on Silicon)' 패널이 적용된 것으로 나타났다. '오라이온'이라고 불리는 이 안경은 렌즈에 3차원(3D) 홀로그램 이미지를 투사시켜 AR을 구현하는데, 이 이미지 표현을 레도스가 한다.

레도스는 신개념 디스플레이다. 1인치 안팎의 작은 화면에 수 천 PPI(인치당 픽셀수)를 지원하는 초고해상도를 구현한 제품이다. 눈에 보이지도 않을 정도로 작은 발광다이오드(LED)를 형성해야 하기 때문에 미세공정이 필수고, 반도체처럼 실리콘 웨이퍼를 쓴다.

아직 양산된 적 없는 첨단 패널인 레도스를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가, 특히 세계 최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업체이자 가상현실(VR)과 AR시장 개척자로 평가 받는 메타에 공급한다는 점이 주목된다.

레도스 패널 공급사는 중국 JBD로 알려졌다. 이 회사는 일찌감치 투자에 나서 현재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레도스 패널을 양산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마이크로 디스플레이 구현 개념도(자료: 삼성디스플레이)
마이크로 디스플레이 구현 개념도(자료: 삼성디스플레이)

메타 AR 안경에 앞서 올해 출시된 애플 VR 기기 '비전프로'에는 소니 '올레도스(OLEDoS)'가 채택됐다. 올레도스 역시 레도스처럼 초고해상도 구현을 위해 실리콘 기판 위 유기물로 화소를 형성해 만들어 차세대 디스플레이로 꼽힌다. 레도스는 발광소재로 무기물을, 올레도스는 유기물을 사용하는 것이 특징이다.

AR 안경이나 VR 기기들은 아직 세계적으로 판매량이 많지 않다. 애플 비전프로도 올해 초 출시 당시에는 많은 관심과 화제를 모았지만 활용성이나 성능에 비해 가격이 고가여서 현재는 인기가 시들해졌다.

하지만 차세대 디스플레이 시장을 해외 경쟁사들이 잇단 선점하고 있다는 점에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기술적 완성도가 떨어지고, 수요도 형성되지 않아 서둘러 대응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은 자만이다. 세상에 없던 제품,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기 위해 경쟁국, 경쟁사들은 누구보다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중국 정부도 이제 올레도스, 레도스와 같은 차세대 디스플레이 기술이 아니면 보조금을 지원하지 않는다는 이야기까지 나온다.

자만은 실패의 지름길이다. 한국이 OLED 원조인 일본을 꺾고 1위를 할 수 있었던 건 양산에 대한 확신과 과감한 투자였다. 도전의 DNA가 끊이지 않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