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엔비디아(NVIDIA)가 헬스케어 기업 히포크라틱AI와 함께 '인공지능(AI) 간호로봇'을 개발했다. 간호사를 닮은 모습으로 모니터에 나타나 영상으로 이야기를 나누면서 환자의 상태를 묻고 질문에 답하는 공감형 원격간호시스템이다. 후속치료나 약물요법을 설명하고 환자의 상태를 의료진에게 알려준다. 환자와 의료진 사이에서 믿을 수 있는 연결고리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의사 100명과 간호사 1000명이 테스트한 결과, 약물영향을 파악하는 능력이 79%대 63%로 간호사보다 뛰어나다. 또 일반의약품 감별(88%대 45%), 약물가치 비교(96%대 93%), 의약품 독성감지(81%대 57%) 같은 항목에서도 간호사를 능가한다. 게다가 어려운 전문정보를 묻는 환자의 질문에 머뭇거리지도 않고 바로바로 상냥하게 응답한다.
환자는 의료진 앞에서 질문할 거리를 잊어버린다. 생활 속에 떠오르는 질문을 바로 해결하고 싶지만, 의료진은 너무 멀다. 현장에서 의료진은 환자의 온갖 질문에 시달린다. 당연한 질문에 뻔한 대답을 반복하고, 터무니없는 질문도 친절하게 응답해야 한다. 어려운 전문정보는 확인해서 알려줘야 한다. 가끔은 환자나 보호자의 언어폭력에 시달리기도 한다. 간호로봇이 도움을 줄 수 있을까?
이 놀라운 간호로봇을 운영하는데 드는 비용은 1시간에 9달러다. 미국 노동통계국 기준으로 미국 간호사의 평균 시간당 급여 39달러의 1/4 수준이다. 간호로봇은 수요에 비해 공급이 너무 부족한 간호사의 업무를 얼마나 보완할 수 있을까? 실제로 엔비디아는 간호로봇이 의료인력 부족을 해결하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보건의료기술은 서비타이제이션(servitization) 전략이 중요하다. 서비타이제이션이란, 기술의 융합을 통해 고객의 요구를 최대한 충족시키는 전략으로, '서비스 간의 융합' '제품이나 기술의 서비스화'와 '서비스의 제품 및 기술화'를 포괄하는 개념이다. 간호로봇에서 서비타이제이션이 작동하려면 환자와 의료진이 기술을 이해하고, 현장적합성을 판별하며,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간호로봇을 도입하면 간호의 범위가 달라지고, 간호사의 업무가 바뀌며, 환자의 대응 방식도 변화하게 된다. 간호로봇과 함께 구성하는 의료서비스시스템의 구성에 따라, 의료제공자와 수요자의 상황에 따라 간호서비스의 품질이 달라질 수도 있다. 같은 기술이라도 상황에 따라 '좋은' 기술, 또는 '좋지 않은' 기술이 될 수 있는 것이다.
기술 자체가 좋거나 나쁠 수 없다. 기술은 현장에서 여러 이해관계자의 가치판단에 따라 판가름 나기 때문이다. 특히 수요자, 제공자, 생산자, 보험자, 정부처럼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복잡하게 얽힌 보건의료 기술은 단박에 '좋음'과 '좋지 않음'을 판단하기 어렵다. 보건의료 현장에서 기술이 어떻게 '좋음'으로 형성되는지 탐구해야 한다. 보건의료서비스에서 '좋음'은 외부에서 규정된 것이 아니라, 실제 현장에서 만들어지는 과정을 거치기 때문이다.
간호로봇처럼 기술은 보건의료현장에 점점 가까이 우리 곁으로 다가오고 있다. 인공지능(AI)의 옷을 입은 다양한 기술들이 의료진을 도와주겠다고 나서고 있다. 어쩌면 간호로봇은 병실에서 이야기를 나누면서 환자를 돌보는 '인간적인' 일을 하게 될 수도 있지 않을까? 간호인력이 심각하게 부족한 지역에 먼저 들어가겠다고 자원하지 않을까? 간호로봇, 나아가 기술이 슬쩍 말을 걸어올 때 우리 보건의료는 어떻게 응답할 것인가?
신광수 가톨릭대 보건의료경영대학원 의료기술경영전공 교수 ksshin@catholic.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