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과학 스페셜리스트 KBSI] 〈3〉 첨단바이오의약연구부 “신약개발 과정 리스크 줄이는 데 큰 역할”

류경석 KBSI 첨단바이오의약연구부장이 '타깃 단백질에 대한 약물 작용점(MOA)' 파악의 중요성을 설명하고 있다.
류경석 KBSI 첨단바이오의약연구부장이 '타깃 단백질에 대한 약물 작용점(MOA)' 파악의 중요성을 설명하고 있다.

신약개발 과정에서 특히 중요한 것이 '타깃 단백질에 대한 약물 작용점(MOA)'을 파악하는 것이다. 이를 등한시하고는 신약 개발이 불가능하다. 그리고 이 영역에서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KBSI)이 높은 역량을 발휘하고 있다.

그 주인공, 충북 오창에 자리를 잡은 첨단바이오의약연구부 구성원을 만나 관련된 얘기를 들을 수 있었다.

류경석 KBSI 첨단바이오의약연구부장은 MOA 파악이 곧 '약물이 타깃 단백질과 정확히 만나 작동하는지 여부'를 파악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사실 약물이 타깃 단백질과 상호작용하지 않고도 약효를 발휘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 경우 '신약개발 실패'로 귀결된다는 것이 류 부장 설명이다.

그는 “생명은 워낙 복잡해 신약이 당초 계획한 작용점과 상관없이 효능을 내는 경우가 있는데, 이 경우 작용기전이 부정확해 부작용이 발생할 때 원인 파악이나 대응이 어렵고, 신약 승인 자체가 불가능하다”며 “우리 연구가 중요한 이유가 여기 있다”고 피력했다.

이동한 박사가 핵자기공명(NMR) 분광기 원리를 설명하고 있다.
이동한 박사가 핵자기공명(NMR) 분광기 원리를 설명하고 있다.

뒤이어 이를 위한 '무기'를 접할 수 있었다. '핵자기공명(NMR) 분광기'다. 부서 내 이를 담당하는 NMR 연구그룹의 이동한 박사에게서 소개를 들을 수 있었다. 이 박사에 따르면 NMR은 자기장 속에 놓인 원자핵이 특정 주파수 전자기파와 공명하는 현상이다.

이 박사는 “NMR 분광기 원리는 자기공명영상(MRI)과 유사한데, MRI가 이미징으로 위치를 파악한다면 NMR은 에너지 준위를 분석해 분자 형상을 파악한다”며 “이렇게 분자구조, 화학성분 변화 등을 파악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당연히 단백질과 결합하는 약물 작용기전, 특성을 밝혀낼 수 있어 신약개발 과정 리스크를 줄이는 데 큰 역할을 한다”고 덧붙였다.

그룹은 이런 NMR 분광기를 다수 갖추고 있었다. 400, 600, 700, 900메가헤르츠(㎒) 장비를 갖추고 있고 최근 세계에서 가장 주파수가 높은 1.2기가헤르츠(㎓) 분광기도 도입했다.

실제 마주한 1.2㎓ NMR 분광기에는 '10'이라는 숫자가 적혀 있었다. 10번째 장비라는 뜻이라고 했다. 미국보다 빠른 계약이며, 아시아에서 최초 도입이라는 설명이 뒤따랐다. 세계에서 1㎓ 이상 장비는 22개에 불과하다고도 했다.

김은희 NMR 연구그룹장이 1.2기가헤르츠(㎓) 분광기를 설명하고 있다.
김은희 NMR 연구그룹장이 1.2기가헤르츠(㎓) 분광기를 설명하고 있다.

이를 안내한 김은희 NMR 연구그룹장은 “약 200억원에 달하는 도입비용이 들었는데, KBSI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지원에 힘입어 연구역량 강화, 미래를 위해 투자를 한 것”이라며 “연내 시범 운영하고, 내년부터 정식 운영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그룹은 NMR 관련 인프라를 면밀하게 갖춘 곳이다. 필요한 대응이 가능한 다양한 자기장의 NMR 분광기를 기반으로, 단백질-약물 작용기전을 규명할 수 있는 바이오피직스(생명체 내 분자 기전을 물리적으로 규명하는 개념) 분석장비와 기술을 두루 갖췄다.

류 부장은 “MOA 연구에는 NMR, 방사광가속기, 초저온 투과전자현미경(Cryo-EM) 등 서로 다른 분석 영역이 고려돼야 하고, 이들을 연결할 수 있는 바이오피직스 분석 또한 중요하다”며 “이곳 한 자리에 다양한 인프라를 갖춰, 높은 시너지를 낸다는 것이 우리 그룹의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장비만큼 인력도 중요하다. 류 부장은 그룹 인력이 세계적 수준이라고 밝혔다. 이 박사만해도 국내 대기업 요청을 거절하고 막스플랑크 그룹리더, 미국 루이빌대 석좌교수를 거친 유망한 연구자다. 2년 전 KBSI에 합류했다.

류 부장은 “NMR 분광기 장비와 기술을 잘 아는 사람이 없으면, 아무리 좋은 장비도 소용이 없다”며 “우수한 인력을 바탕으로 우리 그룹이 국내 신약 개발에 기여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김영준 기자 kyj8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