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시론]K스페이스와 스타샷 프로젝트

영화 '유랑지구'는 태양계 소멸 위기를 맞은 인류가 지구에 1만여개의 행성추진기를 건설해 2500년에 걸쳐 지구를 태양계에서 4.37광년 떨어진 알파 센타우리계로 이전시키려는 필사적인 노력을 그리고 있다. 과학적 실현 가능성을 떠나 행성 자체를 다른 항성계로 옮긴다는 영화의 아이디어가 매우 참신했다. 여태껏 본 SF 영화 중 스케일이 가장 크다고 느껴졌다.

얼마 전 우주항공청이 출범하면서 우리나라도 미국 등 우주 선진국처럼 본격적으로 우주경제 시대를 열 수 있게 됐다.

우주경제 실현을 위해서는 국가적 역량 결집이 필요한데 이는 국민의 관심과 응원이 바탕이 돼야 한다. 1960년대 초 미국의 케네디 대통령이 인간의 달 착륙을 목표로 하는 '문샷' 프로젝트로 미국인의 가슴을 설레게 했는데, 우주경제 시대에 접어든 우리는 문샷보다 더 거대하고 대담한 '스타샷' 프로젝트가 필요하다.

스타샷 프로젝트의 후보가 될 만한 아이디어와 추진 전략을 간단히 살펴보자.

◇우주태양광발전(Space Based Solar Power)

우주태양광발전 개념도 (출처=데일리메일)
우주태양광발전 개념도 (출처=데일리메일)

우주태양광발전은 지구 궤도에 위치한 발전 위성에서 생산한 전기를 지구상으로 무선 전송하는 기술이다. 저렴하고 청정한 에너지를 전 세계적으로 안정적이고 풍부하게 공급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졌다.

우주태양광발전 연구는 미국을 중심으로 1960년대 후반부터 진행됐다. 기술 발전(재사용 로켓, 무선 전력전송), 탄소 중립, 에너지 안보(우크라이나 전쟁) 등의 복합적 요인으로 인해 최근 수년 사이 관심이 급증했다.

유럽우주국(ESA)은 솔라리스 프로그램으로 유럽 산업계와 협력해 우주태양광발전의 잠재력을 탐색하고 기술적 타당성, 이점, 구현 옵션, 상업적 기회, 위험 등을 평가하고 있다. ESA는 우주태양광발전이 유럽의 2050년 탄소중립 목표 달성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기술 개발 여부는 내년에 결정될 예정이다.

영국 정부는 우주태양광발전의 기술적 가능성과 경제성에 대한 연구를 수행했다.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우주태양광은 기술적으로 가능하며 2040년까지 개발 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개발기간과 비용은 18년간 163억파운드(약 26조원)로 추산된다.

우주태양광 개발은 GDP 증대 등 긍정적 경제적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무선전력전송, 반도체, 재사용 로켓, 우주 로봇 등 다양한 분야의 혁신을 촉진할 것으로 분석됐다.

◇성간 천체(interstellar object) 탐사

지난 2017년 발견된 오무아무아는 태양계를 방문한 최초의 성간 천체다. 독특한 특성으로 인해 그 정체를 두고 천문학계에 큰 논쟁이 일어났다. 논쟁은 아직도 이어지고 있다.

빠른 속도로 지구로부터 멀어지고 있는 오무아무아는 현재 해왕성 궤도 밖의 카이퍼 벨트를 통과 중인 것으로 추정된다. 강력한 망원경으로도 탐사가 불가능하다.

고등 문명이 보낸 외계 탐사선일 수도 있다는 주장이 제기될 정도로 신비에 둘러싸인 이 성간 천체의 정체를 밝히는 유일한 방법은 우주선을 보내 오무아무아를 따라잡고 가까이에서 조사하는 것이다.

오무아무아를 따라잡으려면 오무아무아의 속도(26㎞/s)보다 더 빨라야 하지만 현재의 화학 로켓은 자체적으로 이러한 속도에 도달할 수 없다. 하지만 태양이나 목성 등에 가까이 접근해 이들 천체의 중력을 이용하는 중력 보조(gravity assist) 기동으로 속도를 높일 수 있다.

프로젝트 라이라(Lyra)는 오무아무아와의 랑데부를 위한 다양한 임무 계획을 연구 중이다. 태양 중력 보조 기동을 하는 경우 2030년에 발사하면 22년 뒤 오무아무아에 도달할 수 있다.

하지만 태양의 중력을 이용하면 열 차폐 장치로 인해 탑재체 질량에 불이익이 따르게 된다. 연구팀은 목성 중력 보조 기동을 추가 검토했는데, 이 경우 기간은 31년으로 늘어난다.

연구팀은 오무아무아의 현재 위치가 불확실하기 때문에 먼저 정찰 임무를 보내 정확한 위치를 파악한 후 후속 임무로 관측 우주선을 발사하는 것을 제안했다.

정찰 임무는 성간 탐사 프로젝트인 '브레이크스루 스타샷'과 같이 수백·수천대의 초소형 우주선 군집 형태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오무아무아가 지적 생명체의 탐사선이 아니더라도 성간 천체를 가까이서 직접 볼 수 있다면 이는 천문학의 역사에서 중요한 사건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성간 여행

브레이크스루 스타샷 개념도 (출처=Tamil Astronomy)
브레이크스루 스타샷 개념도 (출처=Tamil Astronomy)

브레이크스루 스타샷은 레이저세일 기술을 활용해 그램 규모 우주선을 광속의 5분의 1까지 가속해 발사 20년 후 알파 센타우리계에 도달하는 야심찬 프로젝트다.

지상에 설치된 100GW(기가와트) 규모 레이저 어레이가 지구 궤도 상의 라이트세일 초소형 우주선을 가속하게 된다. 레이저 어레이가 주요 고정 비용이고 초소형 우주선과 레이저 에너지의 한계 비용은 상대적으로 낮으므로 한 대보다는 여러 대의 군집(swarm)을 보내는 것이 합리적일 것이다.

초소형 우주선 군집은 경제적 측면 뿐 아니라 임무 성공을 위해서도 중요하다. 수천개의 초소형 우주선으로 구성된 군집은 순항기간 동안 우주먼지 등에 의한 상당한 손실을 견뎌낼 수 있다. 또 수천개의 개별 우주선 관측을 결합하면 단일 우주선을 사용할 때보다 훨씬 더 풍부한 데이터를 얻을 수 있다.

레이저 발사 시스템은 성간 여행 외에 태양계 탐사에도 활용할 수 있다. 즉 초소형 우주선은 상대론적 속도까지 가속시켜 성간 임무로 보내고, 뉴 호라이즌스 크기의 우주선은 초당 수십 ㎞로 가속해 1년 이내에 태양계 어디든 보낼 수 있을 것이다.

◇궤도태양반사경(orbiting solar reflectors)

궤도태양반사경 개념도 (출처=글라스고우 대학교 연구팀, NASA)
궤도태양반사경 개념도 (출처=글라스고우 대학교 연구팀, NASA)

탄소중립을 위해서는 재생에너지의 급속한 확대가 필수적으로 특히 태양광이 핵심적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글로벌 태양광 누적 설치량은 2022년 1TW(테라와트)를 넘어섰다. 올해 예상 설치량은 650GW로 조만간 연간 1TW 시대에 접어들 것이다.

하지만 태양광 발전소 부지 확보가 점점 어려워짐에 따라 기존 발전소의 운영 효율을 높이는 것이 중요해졌다.

궤도태양반사경은 지구 궤도상의 반사경으로 지상 태양광 발전소에 햇빛을 공급하는 개념이다. 햇빛이 없지만 에너지 수요가 큰 저녁과 이른 아침에 태양광 발전소가 15~20분 정도 전기를 생산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반사경은 태양광 발전소 위를 지나갈 때마다 각도를 조절해 태양광 발전소를 비춤으로써 태양광 발전소의 '하루'를 연장해 발전 시간을 늘려준다.

글라스고우 대학교 연구팀의 제안은 250m 길이 육각형 반사경을 사용하는데 각각의 무게는 약 3톤이다. 궤도 발사 비용이 ㎏ 당 수백달러 수준이 된다면 궤도태양반사경의 경제성이 확보돼 상용화할 수 있을 것이다.

◇행성 차양막(planetary sunshade)

기후위기 심각성이 커짐에 따라 지구공학 솔루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태양복사관리(SRM)는 태양 빛을 차단하거나 반사해 지구 기온 상승을 줄이는 지구공학 기술이다. 이산화황과 같은 에어로졸을 대기 중으로 방출해 햇빛을 반사하는 성층권 연무질 개입 등이 대표적이다.

행성 차양막은 우주 기반의 태양복사관리 아이디어로서 태양-지구 라그랑주점(SEL-1)에 거대 우주 구조물(차양막)을 설치해 지구 온도 상승을 억제하고자 한다. 차양막이 우주태양광발전의 기능도 제공해 우주나 지구에서 사용할 수 있는 전력을 생산할 수도 있을 것이다.

행성 차양막은 대기권 밖의 심우주에 위치하므로 대기 화학 등 지구 시스템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개념적으로는 거대한 솔라세일로서 이미 존재하는 기술이지만 문제는 규모다.

지구온도를 1도 낮추려면 100만㎢ 정도는 돼야 하며, 질량은 국제우주정거장의 최소 10만 배에 달한다. 스페이스X가 화성 도시 건설을 위해 계획 중인 1000대 스타십 함대는 행성 차양막 건설을 위한 충분한 발사 능력을 제공할 것이다.

행성 차양막의 건설 초기 단계에는 지구에서 만든 구조물을 우주로 보내 조립하다가 점차 우주 자원을 이용해 우주에서 건설하는 방식으로 전환될 것으로 예상된다.

◇우주 선진국들과 협력해야

이 글에서 소개한 스타샷 아이디어들은 방대한 규모와 긴 기간, 그리고 지구적 성격으로 인해 개별 국가보다는 다수 국가가 참여하는 국제 협력 프로젝트로 진행하는 게 적합하다.

NASA 첨단 개념 연구소(NIAC)는 '획기적이고 근본적으로 개선되거나 완전히 새로운 항공우주 개념을 창출해 광범위하고 장기적인 첨단 개념을 개발'하기 위한 NASA의 프로그램으로 최근 초소형 우주선 군집으로 프록시마 센타우리를 탐사하는 제안(Swarming Proxima Centauri)을 선정했다.

우주항공청에 스타샷 프로젝트들을 담당하는 NIAC와 같은 전담 조직을 만들어서 UN 후원 아래 미국, EU 등 우주 선진국과 협력한다면 역량 확보와 비용 절감 차원에서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기후 위기, 불평등, 전쟁 등 현재 인류가 처한 상황은 결코 긍정적이지 않다. 많은 국가가 참여하는 스타샷 프로젝트가 인류의 시야를 우주로 확장해 현재의 갈등을 해소하고 장기적 번영을 가져오는데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김선우 성균관대 소프트웨어융합대학 융합보안대학원 교수 sunkim11@skku.edu

김선우 성균관대 소프트웨어융합대학 교수
김선우 성균관대 소프트웨어융합대학 교수

〈필자〉성균관대 소프트웨어융합대학 산학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2019년부터 지속가능성을 위한 세계지방정부협의회(ICLEI·이클레이) 한국사무소 전문위원, 2021년부터 경기도 지속가능발전위원회 위원으로 활약하고 있다. 지난해 5월부터 전라북도의 새로운전북 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