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반도체 사업 수장인 전영현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장(부회장)이 고개를 숙였다. 기술 경쟁력 우려 등 반도체 사업 부진에 대한 우려가 커지자 직접 쇄신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전 부회장은 8일 고객과 투자자, 임직원에게 발송한 메시지에서 “시장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성과로 근원적인 기술 경쟁력과 회사 앞날에 대해서까지 걱정을 끼쳤다”고 사과 메시지를 냈다.
이어 “모든 책임은 사업을 이끌고 있는 저희에게 있다”며 “저희가 처한 엄중한 상황도 꼭 재도약의 계기로 만들겠다. 위기 극복을 위해 저희 경영진이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이날 3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79조원과 9조1000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공시했다. 영업이익은 전 분기 대비 12.84% 감소했고, 10조7000억원 수준인 시장 전망치에 미치지 못했다.
사업부문별 실적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증권업계는 DS부문 영업이익을 5조원 수준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는 전 분기(6조5670억원)보다 역성장한 수치다.
삼성전자 DS부문은 실적 부진과 함께 경쟁사 대비 반도체 기술력이 뒤처져 사업 불확실성이 높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고대역폭메모리(HBM) 부문에서 SK하이닉스에 시장 주도권을 빼앗겼고, 파운드리도 고객사 확보가 지지부진하다는 평가다.
전 부회장은 △기술의 근원적 경쟁력 복원 △철저한 미래 준비 △조직 문화와 일하는 방법 혁신으로 위기를 타개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기술과 품질은 우리의 생명이고, 결코 타협할 수 없는 삼성전자의 자존심이다. 단기적인 해결책보다는 근원적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며 “더 나아가, 세상에 없는 기술과 완벽한 품질 경쟁력만이 삼성전자가 재도약하는 유일한 길”이라고 선언했다.
이어 “두려움 없이 미래를 개척하고, 한번 세운 목표는 끝까지 물고 늘어져 달성해내고야 마는 우리 고유의 열정에 다시 불을 붙이겠다”며 “신뢰와 소통의 조직문화를 재건해 현장에서 문제점을 발견하면 그대로 드러내 치열하게 토론해 개선하겠다”고 강조했다.
전 부회장은 지난 5월 삼성전자 DS부문장에 임명, 반도체 부문 '구원투수' 역할을 맡았다.
그는 “저희가 치열하게 도전한다면 지금의 위기는 반드시 새로운 기회로 반전시킬 수 있다고 확신한다”며 “삼성전자가 다시 한번 저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많은 응원과 격려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이호길 기자 eagles@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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