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청년창업재단 디캠프(대표 박영훈)가 '비전 2.0'을 선포하고 투자 시스템 개편을 발표한 가운데, 8000억원이 넘는 출연금 중 '직접투자' 비중이 여전히 미미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예산은 전년 대비 20억원 늘어나는 데 그쳤는데, 그마저도 투자수익률 증가를 전면에 앞세워 사회공헌이라는 설립 목적과 더욱 멀어졌다는 것이다.
9일 업계에 따르면 디캠프는 새로운 투자 프로그램 '배치'를 통한 직접투자 연간 예산으로 약 120억원을 책정했다. 매 분기 10개 스타트업을 선정해 연간 40개 내외 회사에 각각 최대 5억원(후속투자 포함 시 최대 15억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디캠프는 새 투자 프로그램을 통해 앞으로 초기 스타트업보다는 프리A-시리즈A 라운드 기업 투자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추가 출자가 없는 한 디캠프는 투자 수익을 재투자하는 방식으로 연속성을 가져가야 하는데, 이 구조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수익을 만들어 '에버그린' 형태를 가져가야 한다는 입장이다.
디캠프는 지난 2012년 19개 은행 출연금 8450억원으로 설립된 공익재단이다. 설립 초기에는 직접 투자 시스템을 갖추지 못해 위탁 투자만 진행했으나, 여건이 갖춰진 2015년 이후에도 직접투자 비중을 크게 늘리지 못했다.
직접투자가 중요한 이유는 투자법인이 생태계 내에서 직접 영향력을 미치고 플레이어로 인정받기 위한 상징성 때문이다. 성장금융과 펀드출자가 조직 유지를 위한 수익성 목적이 크다면 직접투자는 유망 스타트업을 직접 발굴한다는 공익적 목적이 좀 더 크다.
디캠프의 직접투자 누적 금액은 지난 2012년 출범 당해 55억원에서 지난해 기준 273억원으로 218억원 증가했다.
같은 기간 성장금융 출자 누적 금액은 44억원에서 6393억원, 펀드출자 누적금액은 182억원에서 924억원으로 각각 6349억원·742억원 늘어났다. 직접투자 증가분 대비 약 30배·3배 증가폭이 컸던 셈이다.
올해 잠정치 역시 직접투자 누적 금액은 353억원으로 80억원 늘어나는데 그쳤지만 성장금융은 334억원 펀드 출자는 321억원 증가했다. 전체 투자자산(AUM)에서 직접투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4.1%에 불과했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에 따라 공익재단인 디캠프는 특정 회사의 지분을 5% 이상 소유할 수 없다. 이 때문에 한때 투자 기능을 분리해 별도 투자사를 설립하는 방안을 고려했으나 이 역시 무산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 박영훈 디캠프 대표는 “별도 투자사 설립에 대한 논의가 몇년 전 잠깐 있었던 것 같은데, 지금 시점에서는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지는 않다”고 말했다.
이형두 기자 dudu@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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