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버스와 웹3.0이 가져올 새로운 세상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웹3.0 시대의 메타버스는 단순한 가상 세계를 넘어 우리 삶과 사회, 경제에 큰 변화를 가져올 잠재력을 지녔다. 탈중앙화와 투명성, 개방성을 기반으로 한 메타버스는 더욱 공정하고 창의적이며 지속 가능한 미래 사회를 만드는데 기여할 수 있다는 점에 모두 동의한다. 반면 개인정보를 비롯해 저작권 침해, 중독, 디지털 격차 등 다양한 문제점도 무시할 수 없다. 이 문제를 해결하고 메타버스 긍정적 측면을 극대화하기 위해 기술 개발과 법적 규제, 사회적 합의 등 다각적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우리 정부는 강력한 규제보다는 시민의 자율적 노력과 최소한의 규제가 웹3.0 시대에 적합한 접근 방식이라 판단하고 2022년 메타버스 윤리원칙을 제정하고 지난해 실천지침을 개발했다. 8대 실천원칙별로 메타버스 생태계 구성원이 현장에서 적용하고 추구해야 할 구체적 행동양식을 조항 형태로 제공한다. 특히 공급·이용·창작 주체별로 세부조항을 마련함으로써 주체별 특수성을 반영하고 활용도를 제고하고자 했다. 이를 통해 자율적이도 건전한 메타버스 생태계 조성에 기여할 것이라 기대한다.
그리고 이 접근방식이 웹3.0 시대의 새로운 질서(신질서)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우리나라뿐 아니라 세계의 동참을 이끌어내려 한다. 이를 위해 오는 18일 양재aT센터에서 개최하는 글로벌메타버스컨퍼런스 '2024 GMC'에서 국내외 전문가와 함께 윤리·혁신적 메타버스 생태계 구축을 위한 방향을 모색하고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한 자리를 마련한다.
특히 이번 컨퍼런스에는 국내외 유명 인사가 기조강연을 맡는다. 첫 번째 기조강연자인 샘 리처드 펜실베니아주립대 교수는 사회학자이자 인종·문화 연구 세계 권위자로 '한류 전도사'로도 알려졌다. 그는 이번 컨퍼런스에서 '메타버스와 한국의 미래'를 주제로 웹3.0 시대의 한국을 전망한다. 두 번째 기조강연자인 현대원 교수는 서강대 메타버스전문대학원 원장이자 국제메타버스학회장으로서 메타버스 생태계 구축을 위한 다양한 정책·제도 마련에 핵심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이번 행사에서는 '윤리적·혁신적인 메타버스 생태계 구축을 위한 민간 자율 규제와 정부의 균형 전략'을 주제로 여러 제언을 전할 예정이다.
전자신문은 행사에 앞서 이들 두 기조연설자들로부터 웹3.0 시대를 조망하고 우리가 나아가야할 길에 대해 서면 인터뷰했다.
Q.웹 3.0을 어떻게 정의할 수 있을까.
◇현대원=웹 3.0을 쉽게 정의하자면, 블록체인과 같은 분산 네트워크 기술을 바탕으로 계약과 가치 교환의 방식을 혁신하는 새로운 인터넷 시대를 의미한다. 예를 들어, 웹 3.0에서는 사용자들이 자신이 만든 콘텐츠나 데이터를 직접 소유하고 통제할 수 있으며, 중개자 없이 스마트 계약을 통해 자동화된 거래와 가치 교환이 이뤄진다.
◇샘 리처드=웹 3.0은 매우 많은 수의 출입구가 있는 웹 슈퍼하이웨이 버전이다. 사용자는 이 슈퍼하이웨이를 여행하는 방식과 다른 사람들이 여행을 추적하는 방식에 대해 더 많은 권한과 통제권을 갖게 된다. 예를 들어 웹 3.0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가상 공간인 메타버스는 사람들이 현재 구현된 자아의 여러 측면을 웹에서 경험할 수 있는 가상 공간이다. 이 공간은 사람들이 오늘날 우리의 일상적인 사회적, 깨어 있는 삶과 크게 다르지 않은 방식으로 사회적 삶을 경험할 수 있는 가상 공간이 될 것이다.
Q. 웹3.0은 웹2.0과 큰 차이가 있다. 웹3.0 시대에 중요한 가치와 규범은 무엇인가?
◇현대원=기본적으로 웹 2.0은 이용자 간 상호작용에 기반한 혁신이 주를 이룬다. 웹 3.0은 창작자가 데이터와 콘텐츠에 대한 주권을 가지며 탈중앙화된 방식으로 계약과 가치 교환이 이뤄지는 새로운 인터넷의 진화로 볼 수 있다. 이 네트워크에서 창작자와 소비자는 중개자 없이 직접 거래하고 상호작용함으로써 인터넷을 보다 공정하고 자율적인 공간으로 변화시키는 것이 핵심이다.
Q. 웹 3.0 시대에도 달라지지 않고 시대를 관통하는 가치와 규범이 있다면?
◇샘 리처드=웹 3.0과 메타버스가 성공하고 사회를 긍정적으로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과 협력하려는 의지와 함께 타인에 대한 존중의식을 강화해야 한다. 여기서 '타인'이라 함은 완전히 낯선 사람을 의미한다. 사실 한국 정부가 제안하고 있는 메타버스에 대한 8가지 윤리 원칙은 각각 존중과 협력을 기반으로 구축됐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문제는 우리가 인터넷에서 개인의 자율성이 훨씬 더 커진다는 것이다. 이러한 자율적 삶은 개인의 삶이 전체 커뮤니티의 지원을 받아야만 가능하기 때문에 사람들이 공동체 정신을 강하게 느끼지 못한다면 불가능할 것이다.
Q. 웹3.0 시대에 새로운 가치와 규범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질서가 필요해 보인다. 조만간 열리는 GMC 2024에서 이에 대한 발표가 있다고 들었다. 웹3.0 시대를 이끌어 갈 디지털 신(新)질서는 무엇이라고 보는가?
◇현대원=창작자가 자신의 데이터와 콘텐츠에 대한 주권을 가진다는 개념은 현재 웹 질서를 지탱하는 법적 체계의 근본적인 변화를 요구한다. 저작권, 메타버스, 가상 경제와 관련된 법 제도의 개정이 시급하며, 콘텐츠와 서비스 규제를 위한 자율 규제 체계의 도입도 반드시 병행돼야 한다. 웹 3.0 시대의 긍정적인 기여와 지속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윤리와 시민성 교육도 필수다. 이러한 맥락에서 최근 시행된 가상융합산업진흥법은 자율 규제 도입과 임시 기준 마련 등 매우 진보적인 제도적 장치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Q. 1990년대 인터넷 도입시에도 자율 규제를 지향한바 있지만 현재 인터넷 환경을 보면 제대로 작동한 것 같지 않다. 민간 주도의 자율 규제 방식이 이상적이라는 비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현대원=자율규제는 거버넌스가 생명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인터넷 자율 규제는 사업자가 직접 거버넌스에 참여하면서, 흔히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다'는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반면, 모범사례로 여겨지는 영국은 사업자들이 자율 규제 시스템에 재정적으로만 기여하고, 규제 주체로는 참여하지 않아 독립성과 투명성을 인정받고 있다. 이번에 자율 규제를 법적으로 뒷받침한 것은 실효성 면에서 긍정적이지만, 앞으로 자율 규제위원회가 얼마나 독립적이고 투명하게 운영될지는 여전히 주의 깊게 지켜봐야 할 부분이다.
Q. 한국 사회는 어떤 잠재력을 갖고 있는가? 특히 한국 사회의 규제와 통제의 경직성과 유연성, 한국 시민의 자율성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나
◇샘 리처드=아이러니하게도 경험할 가치가 있는 대부분의 개인의 자유는 각자가 주변의 다른 사람들을 인식하고 그 사회적 인식을 염두에 두고 개인적인 결정을 내릴 때만 가능하다는 것이다. 자유롭게 행동하고 싶지만, 이 행동이 주변의 다른 사람들의 삶을 방해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전적으로 받아들이고 포용한다. 이것은 개인과 지역사회 사이의 복잡한 사회학적 균형이다. 현대 사회에서 이러한 균형을 바탕으로 도덕적 질서를 구축하고 유지하는 능력을 습득한 사회는 상대적으로 거의 없다. 한국은 몇 안 되는 사회 중 하나다. 한국은 개인의 소위 '권리'가 제한적이더라도 대부분 더 큰 공동체뿐만 아니라 자신의 더 큰 이익을 위해서라고 생각하는 곳이다. 한국인들은 웹 3.0 초고속도로에서 스스로를 조종하고 제동하고 가속하는 방법을 알고 있을 것이다.
Q. 웹3.0 시대에 맞는 사회 규제와 통제, 그리고 시민 자율성을 위해 국가의 역할은 무엇인가. 그리고 정부와 민간의 균형을 이루기 위해 어떠한 노력이 필요한가.
◇현대원=국가는 웹3.0 시대의 기술 혁신과 시민 자율성을 지원하면서도, 법적 기준과 윤리적 규제를 통해 사회적 안전을 보장하는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정부와 민간이 협력적 거버넌스를 구축하고 자율 규제를 활성화하며, 공정한 규제 환경을 조성함으로써 지속 가능한 웹3.0 생태계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인공지능과 메타버스의 윤리적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이를 준수할 수 있도록 감독해야 한다. 동시에 공정한 규제환경 조성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웹3.0은 기술의 발전 속도가 매우 빠르기 때문에 정부의 규제도 기술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런 측면에서 임시기준 제도를 처음으로 도입해서 규제의 유연성과 예측가능성을 높이려는 시도는 높게 평가할 만 하다.
Q. 인터넷에는 국경이 없고 메타버스로 연결되는 웹3.0 시대에는 이러한 경계가 더 허물어 질 것이다. 디지털 신질서가 이상적이더라도 다른 국가에서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한계가 분명하다. 웹3.0 시대에 한국 정부가 제안하는 디지털 신질서가 실현되기 위해 어떤 국제 협력이 필요할까.
◇샘 리처드=웹 3.0과 메타버스를 발전시키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다. 상대적으로 적은 수의 기업이 지배하고 개인이 오늘날과 다른 방식으로 인터넷을 경험할 수 있는 자율성이 많지 않은 인터넷을 의미한다. 하지만 한국인들은 더 큰 이익을 위해 높은 수준의 협력과 개인의 희생으로 특징지어지는 독특한 문화를 갖고 있다. 좋은 삶을 살기 위해 사려 깊은 규제와 통제를 받아들이는 곳이다. 한국이 우리가 만들고 있는 이 새로운 온라인 세계를 가장 잘 경험하는 방법을 전 세계에 보여줄 수 있다고 믿는다. 한국인들은 사려 깊은 협력을 통해 개인의 삶이 어떻게 더 나은지를 다양한 방식으로 보여줄 수 있다. 우리 모두는 웹 3.0과 삶, 메타버스에 의해 사회학적으로 향상될 수 있다. 아니면 길고 어두운 길을 걸을 수도 있다.
Q. 웹3.0 시대에 한국의 미래는 어떠할까. 웹3.0 시대에 한국이 어떤 역할을 하고 이를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나.
◇샘 리처드=한국이 국제 무대에서 독보적이고 중추적인 위치를 받아들이고 웹 3.0 시대의 '한국적 비전'을 위해 열심히 노력하기를 바란다. 이 중 상당수는 우리가 '정치적 게임맨십'이라고 부르는 것에 달려 있고 개별 행위자의 통제에서 벗어날 것이지만, 한국은 인류가 이 새로운 인터넷 시대에서 어떻게 나아가야 하는지를 열심히 보여주길 바란다. 그리고 K-컬처가 전 세계에 널리 퍼져 있기 때문에 한국인들은 앞서 나갈 수 있는 저력이 있다. 많은 사람들이 디지털 콘텐츠와 인간 참여 관련된 것을 떠올리면 한국을 우선 생각할 것이다. 이것이 바로 5100만 명의 인구가 사는 이 반도에서 뿜어져 나오는 소프트 파워다.
Q. 앞서 민간 주도의 자율 규제 방식이 성공하기 위해서 교육이 중요한다는 점을 언급했다. 구체적으로 어떠한 교육이 중요하다고 보는가.
◇현대원=웹 3.0 시대에 맞는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은 모든 시민이 디지털 환경에서 주체적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돕는 필수 요소다. 정부가 발표한 디지털 권리장전의 제14조에 '디지털 리터러시 향상'이 포함됐고 가상융합산업진흥법에도 사업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자율규제 교육 및 이용자 보호 교육 등이 포함됐다. 이처럼 기업 뿐만 아니라 국민 전체를 대상으로 한 포괄적인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이 필요하다. 이러한 교육은 단순한 기술 습득을 넘어 시민의 책임과 윤리를 포함한 전방위적인 디지털 역량을 다룰 필요가 있다. 관련 교육에는 디지털 시민성 함양, 저작권·프라이버시 보호, AI 활용, 창의적 콘텐츠 제작 등이 폭넓게 다뤄져야 한다. 이와 관련된 보다 자세한 내용은 10월 18일에 AT센터에서 개최되는 GMC 2024에서 들을 수 있다.
김지선 기자 riv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