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연한 불안감이 퍼지는 게 가장 큰 문제죠.”
자동차 업계 관계자들은 최근 차량 급발진과 화재 등 시장 전반에 퍼진 포비아(공포증)를 경계했다. 영업 현장에선 수년간 공들여 출시한 신차에 대한 문의가 크게 줄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들린다.
포비아가 순식간에 확산한 것은 포털사이트나 유튜브, TV 등 누구나 쉽게 접하는 영상 채널로 자극적인 콘텐츠가 빠르게 퍼진 영향이 크다. 전기차가 갑자기 가속해 큰 인명사고를 내거나 화염에 휩싸이는 모습을 소개하는 영상이 수백만 조회수를 기록하기도 한다.
TV에 자주 등장하는 교통사고 전문 변호사는 급발진 의심 사고에 대해 “우리나라는 급발진을 인정한 사례가 없다”면서 “사고기록장치(EDR)가 급발진 여부 판단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겁을 준다. 소비자를 혼란에 빠트릴 수 있는 발언이다.
전기차 화재 사고도 새로운 포비아 콘텐츠 소재다. '의문의 사고'처럼 자극적인 제목을 달고 위험성을 강조한 콘텐츠가 주를 이룬다. 화재 발생 시 대처법이나 향후 대응책에 대한 내용은 찾아보기 어렵다. 화재 원인이나 해법에 대해 자신과 다른 의견을 낸 이들을 비난하는 콘텐츠는 눈살이 찌푸려질 정도다.
오해와 편견은 자동차 회사와 고객이 함께 쌓아온 신뢰를 한순간에 무너트릴 만큼 치명적이다. 과거 국내 제조사가 수출용과 내수용 차량의 소재를 달리해 차별한다는 확인되지 않은 루머가 퍼지면서 곤혹을 치르기도 했다. 이를 해소하려면 막대한 사회적 비용이 투입된다는 점을 간과할 수 없다.
무분별한 자동차 포비아 콘텐츠는 만들어서도 소비해서도 안 된다. 특정 유튜브 채널처럼 편향된 의견보다는 정부 부처와 공인된 협회, 자동차와 부품 제조사 개발자, 사고 전문가 등 더 많은 사람의 다양한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올바른 정보인지 먼저 따져봐야 한다. 잘못된 자동차 정보를 바로잡는 인식 개선 활동도 시급하다.
정치연 기자 chiye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