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구글 딥마인드는 알파고로 이세돌과의 바둑 대결에서 승리함으로써, 전 세계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했지만, 알파고로 돈을 버는 방법을 제시하지는 못했다.
인공지능(AI)에서 비즈니스 모델이 중요해지게 된 결정적 계기는 오픈AI의 챗GPT 등장이다. 초거대 AI 모델을 개발한 회사들이 어떻게 생존할 것인가? 초거대 AI 모델을 활용한 이른바 AI 에이전트 기업은 어떻게 생존할 수 있을 것인가? AI로 인해 기존의 상거래, 미디어, 교육, 의료, 제조 등 각 산업과 그 안에 속해있는 기업들의 비즈니스 모델은 어떻게 혁신되고 변화할 것인가? 그러한 과정에서 어떠한 새로운 비즈니스모델로 무장한 기업들이 탄생할 것인가? 이런 질문들이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세계 역사에 한 획을 그은 오픈AI도, 적절한 비즈니스모델과 전략을 실행하지 못하면 회사의 존속이 불투명하다. 2024년 10월 오픈AI는 66억달러 규모의 투자를 추가로 유치하였다. 8조원이 넘는 이 돈으로 어떤 AI 기술, 제품, 서비스를 만들어내는가도 중요하지만, 이를 어떤 비즈니스모델로 사업해 나갈 것인가가 어쩌면 더 중요한 것이다.
인터넷 시대에 여러 회사가 비즈니스모델에서 시행착오를 겪고, 흥망성쇠했듯이, AI 시대에도 많은 기업들이 비즈니스모델의 성공과 실패를 겪을 것이기 때문이다.
1990년대 초중반 대우조선의 생산일정계획 AI 시스템을 개발했고, 1995년부터는 현대건설의 공정계획 AI 시스템 개발에 참여했다. 이 AI들은 실무적으로는 배를 만들고, 아파트를 짓는 제조 계획을 세우는 것이지만, 경영진의 입장에서는 수주 프로세스를 혁신하여 매출을 더 올리기 위한 목적이 컸다.
2018년에 개발한 프론텍의 품질관리 AI 역시 실무적으로는 용접 너트의 정품 여부를 자동 판정하여 품질 관리를 혁신하는 것이었지만, 경영진의 입장에서는 고객사의 새로운 품질 요구를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반영함으로써, 매출을 지속, 확대하기 위함이었다.
2023년에 진행한 기업은행과의 생성AI 프로젝트에서는 현업부서와 십수번을 거친 인터뷰를 통해, 업무 현황, 병목, 가용 데이터, 필요 데이터 등을 파악해, AI 적용 혁신 분야 30개를 추출하고, 시급성, 파급성, 실현가능성, 위험을 고려해 평가했다. 이 중 여신업무 지원 헬프 데스크 자동화 시스템을 선정해 파일럿을 개발했는데, 은행 창구에서의 여신고객의 상담 시간을 단축하고, 본사 부서 직원 한 사람이 하루에 600여콜을 응대하는 부담을 줄이는 혁신 노력인 동시에, 고객 응대 효율화에 따른 매출 증대 노력이었다.
이렇게, AI를 비즈니스모델 혁신에 활용하는 첫걸음은 매출과 연결짓는 것이다. 고객의 새로운 요구를 해결하고, 수주 활동의 애로사항을 없애고, 영업 활동을 혁신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과정에서 AI를 활용하는 것이다.
광고 홍보 마케팅 회사 피티코리아는 생성AI 기술의 발전으로 고객에게 제안하는 프로세스와 업무 범위가 급격히 변화하고 있다. 예전에는 고객사의 요청에 대응하는 형태로 주로 일해왔다면, 생성AI의 발전으로 영업 자료를 만드는 비용과 시간이 단축돼, 고객에게 선제안하는 경우가 많아졌으며, 생성 AI 역량을 강력하게 갖춰감에 따라, 기존의 광고, 영상 제작에 한정되었던 회사의 업무도, 팝업·리테일 스토어 등 공간 디자인과, 제품 디자인 등 새로운 영역으로 확장을 시도하고 있다. 또, 개인과 조직이 축적한 생성AI 활용 역량을 자체 시스템화 한 마케팅업무용 생성AI 도구인 오리진(Origin)을 개발해, 자료 조사, 아이디에이션, 카피라이팅, 크리에이티브, 콘티제작 등에 필요한 생성형 AI 프롬프트와 결과물을 구조화된 입력폼을 통해 쉽고 빠르게 활용하는 형태로 내부 프로세스를 혁신했고, 이를 외부에 플랫폼 형태로 공개하는 새로운 사업도 고려 중인데, 이 경우 광고 홍보 마케팅 산업계의 큰 변화가 예상된다. 특정부서, 개인 차원이 아닌 조직전체의 변화가 일어나고 있어서, 기술, 노하우, 결과물, 학습데이터를 자산화하게 되었고, 나아가 기존 역량과 조합한 새로운 비즈니스모델을 발견하고 있는 것이다. 지원규 피티코리아 대표는 지금까지 경험한 AI는 어시스턴트에 불과하지만 근미래엔 사업을 위한 새로운 엔진이 될 것이라고 강조한다.
생성 AI 기반 커머스 플랫폼 '티딜(tdeal.kr)'은 큐레이션 문자 커머스 서비스로, 고객의 라이프스타일과 관심사를 기반으로 상품을 추천한 결과, 클릭률이 16%까지 증가했고, 티딜의 거래액이 전년 동기 대비 80% 이상 증가했다. 초기에는 식품 중심이었으나 가전, 의류, 잡화 등으로 확장됐다. AI가 최적의 상품 카테고리를 추천하고, 마케팅 문구를 생성하며, 고객 리뷰와 의견을 분석해 품질 관리와 고객 대응에 활용한다.
이와 같이, 회사의 수주를 지원하는데에, 매출 창출의 핵심 고리에, 매출이 끊기지 않을 방법을 찾는 데에 AI를 우선 투입하면, AI는 회사의 비즈니스 프로세스를 혁신하는 동시에 비즈니스 모델을 확장시킨다.
더존비즈온은 이메일 작성, 재무제표 분석, 데이터 분석, 예측 등의 업무를 AI로 자동화하는 전사자원관리(ERP)를 제공한다. 챗봇에게 '감사하다는 내용의 답장을 공손한 어투로 써줘'라고 명령해, 답장을 송부하고, '지난 3년간 재무제표 분석해 20% 이상 변동이 있는 계정과목의 리스크를 분석해' 하면, 전년 대비 20% 이상 증감된 항목과 분석 내용을 보여준다. 문서정보 추출, 계약 관리 등에 AI를 도입해, 많은 시간과 비용 절감이 가능하다. 기업 데이터 기반으로 맞춤 생성 AI를 적용해서 오류없는 답변과, 업무에 최적화된 UI를 통해 효율성이 극대화한다. AI로 자사의 비즈니스모델이 확장되는 동시에, 고객사의 비즈니스 프로세스가 혁신되는 것이다.
AI기업들도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을 실험하는 동시에, 온디바이스 AI, AI 에이전트 등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에 기반한 AI기업들이 나타나고 있다.
구글도 퍼플렉시티도 생성AI기반 서비스에 광고 모델을 곧 개시한다고 발표하고 있다. 생성AI 기반 서비스가 광고모델과 결합될 수 있을지 세계가 지켜보고 있다. 고객이 AI를 사용한 결과에 따라 비용을 지불하는 성과 기반 과금도 나타나고 있다. 젠데스크, 인터콤, ForeThought.ai는 고객 응대 챗봇이 고객 응대를 성공적으로 마쳤을 때 과금하며, 고객이 일정수의 AI 해결 건수를 미리 구매하는 방식을 사용한다.
사용자 경험을 극대화하는 UI를 개발하고, 특화 기능을 추가하며, 서비스의 질을 높여 기존 단일 AI 엔진을 넘는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퍼플렉시티와 뤼튼 같은 AI 에이전트 모델은 GenSpark와 Stanford Storm과 같이 심화된 답변 에이전트와 작문 에이전트 모델로 진화 중이다.
FireEdge는 Private AI 앱을 출시하였다. 사용자는 자신의 휴대폰에 수십개의 AI 모델들 중의 하나를 설치해 사용해 볼 수 있다. 스마트폰에 AI를 설치하고 비행기 모드에서 사용하는 경험을 사람들이 함으로써, 비로소, 모든 사람이 AI를 소유하게 될 것이라는 것을 실감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온디바이스 AI는 2024년이 되어서야 비로소 태동하고 있는데, 매우 흥미롭게 지켜봐야 할 비즈니스모델이다.
AI는 에이전트라는 새로운 주체를 등장시키고 있고, 그에 따라 새로운 거래 방식과 새로운 기업 모델이 등장할 것이다. 대화로 주식을 투자하는 서비스, 대화로 자동차를 판매하는 서비스 등의 등장은 기존의 상거래 비즈니스모델을 위협하게 될 것이다.
인터넷에 의해 탈매개화와 재매개화가 논의되었던 것처럼, AI에 의해 어떤 분야의 사업자가 사라지고, 어떤 분야에 새로운 사업자가 나타날지도 중요한 이슈다. AI가 인간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AI를 사용하지 않는 인간이, AI를 잘 사용하는 인간에게 대체된다는 말처럼, AI에 의해 탈매개화되는 것이 아니라, AI를 활용하지 않는 비즈니스모델이, AI를 잘 사용하는 비즈니스모델에 의해 탈매개화되고 재매개화되는 과정을 거칠 것이다.
이경전 경희대 경영대학 빅데이터 응용학과 교수 klee@khu.ac.kr
〈필자〉KAIST에서 경영과학 학사, 석사, 박사 학위를 받았고 서울대에서 행정학 석사,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미국 카네기멜런대 로보틱스연구소와 MIT, UC버클리에서 연구했다. 미국인공지능학회(AAAI)가 수여하는 혁신적 인공지능 응용상을 네 차례 수상했고 AI Magazine 등 국제학술지에 40여편의 논문을 게재했다. 현재 경희대 경영대학, 빅데이터응용학과, 첨단기술비즈니스학과 교수이며 빅데이터 연구센터 소장을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