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생명보험업권 제3보험 판매 증가율이 손해보험사를 앞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그간 손보사 영역으로 여겨지던 제3보험 공략이 본격화된 모습이다.
제3보험은 생보사와 손보사가 모두 다룰 수 있는 보험을 말한다. 대표적으로 질병, 상해, 어린이, 건강보험 등이 있다.
10일 보험개발원에 따르면 올 상반기 생명보험사가 거둬들인 개인 제3보험(사망외 보장성) 초회보험료는 2599억8153만원으로 전년 동기(2103억9999만원)보다 23.5% 상승했다. 초회보험료는 보험사가 가입자와 계약 체결 이후 처음 거둬들인 보험료를 말하며, 보험사 영업지표로 활용된다.
같은 기간 손보사 개인 장기 보장성보험 초회보험료(운전자, 재물 제외)는 4555억5321만원으로 전년 동기(3740억7115만원) 대비 21.7%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 상반기 전체 제3보험 초회보험료에서 생보사가 차지하는 비중은 36.6%로 전년(35.9%) 대비 소폭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22년까지 생보사 제3보험 점유율이 20%대로 여겨졌다는 것을 감안하면 고무적인 성장이다.
업계는 지난해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 이후 생보사 제3보험 영토 확장이 활발해진 것으로 보고 있다.
그간 생보사 효자상품으로 자리매김해 온 종신보험과 저축보험이 IFRS17에서 수익성이 낮은 것으로 인식되고 소비자들에게 인기를 잃어가면서, 체질 개선에 나서고 있다는 관측이다.
지난해 보험연구원은 IFRS17에서 무위험수익률을 적용할 경우 저축성 상품의 보험계약마진율이 1.2%라고 분석했다. 보장성 상품에선 종신보험이 9.7%, 건강보험(제3보험)은 19.1%의 마진율을 기록했다.
같은 금액으로 보험을 판매해도 수익성에서 차이가 발생하다 보니, 제3보험 위주 전략을 수립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의미다.
생보사 영역 침범이 본격화되면서 손보업계도 긴장하는 눈치다. 아직까진 금액에서 차이가 발생하고 있지만, 향후엔 소위 밥그릇 싸움이 치열해질 수 있다는 우려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인구가 고령화되고 저출산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이기에 결국엔 파이를 차지하기 위한 경쟁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갈수록 생손보 경계가 희미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2022년 기준 제3보험 시장 점유율은 손보사가 71.3%, 생보사는 28.7%를 기록했다.
박진혁 기자 spark@etnews.com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제3보험 초회보험료 추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