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기업공개(IPO) 시장의 최대어 케이뱅크가 수요예측을 개시했다. 공모금액과 시가총액 기준 2022년 상장한 LG에너지솔루션 이후 최대 규모다. 케이뱅크의 흥행 여부로 올해 중 가장 많은 수의 수요예측이 몰린 10월 IPO 시장 열기를 가늠할 수 있을 전망이다.
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케이뱅크는 이날부터 오는 16일까지 국내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수요예측을 실시한다. 희망공모가 범위는 9500원~1만2000원으로 희망가 상단 기준으로 총 9840억원을 공모한다. 공모가 기준 예상 시가총액은 최대 5조원에 이른다.
케이뱅크는 이번 상장을 통해 2022년 1월 LG에너지솔루션의 이후 가장 큰 규모로 공모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한다. 희망가 상단으로 공모가가 형성될 경우 올해 코스닥 시장 전체 상장 공모총액 63%에 이르는 규모다. 희망가 하단 기준으로도 공모총액 50% 이상이 이번 케이뱅크 상장 과정에서 움직이게 된다.
올해 IPO 시장은 상장 첫 날 가격제한폭이 확대되면서 불타오르는 듯 했지만 실상을 들여다 보면 기대만 못했다. 올해 코스닥 시장의 공모금액은 1조5528억원으로 시장 침체로 인해 상장을 꺼리던 지난해에 비해서도 크게 못미친다. HD현대마린솔루션 등의 상장에 힘입어 유가증권시장의 공모총액은 지난해를 넘겼지만 2021년의 13조원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차이가 크다.
여기에 지난달 수요예측을 마친 코스닥 상장 추진 기업 루미르는 올해 처음으로 공모희망가 최하단을 밑도는 가격으로 공모가를 확정했다. 기관 경쟁률도 13.1대 1로 올해 최저 수준을 기록하면서 IPO 투자 심리는 급격하게 식은 분위기다.
이렇다보니 케이뱅크의 수요예측 결과에 대한 기대도 여느 때보다 크다. 케이뱅크의 흥행 여부가 전체 IPO 시장의 투심을 가늠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여기에 케이뱅크의 몸값을 둘러싸고 고평가 논란이 지속 제기되면서 시장의 우려 역시 커지는 분위기다.
특히 이차전지 부품 제조사인 성우도 이날부터 케이뱅크와 같은 기간 동안 수요예측을 실시한다. 최소 공모희망금액은 750억원으로 올해 코스닥 상장 기업 가운데 가장 큰 규모다.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추진하는 더본코리아보다도 공모규모가 크다. 오는 16일까지의 기관투자자 수요예측 결과가 향후 IPO 시장 흐름 전체를 살필 수 있는 가늠자가 될 공산이 크다.
한 상장 추진 기업 관계자는 “연초 IPO 시장 흥행에 힘입어 상장을 추진했는데 예상보다 빠르게 열기가 식고 있다”면서 “이미 기업간 편차가 크게 나타나고 있는 상황에서 유가증권시장 대어인 케이뱅크마저도 외면을 받는다면 증권신고서 정정 요구를 받고 있는 상장 추진 기업 다수가 스스로 상장을 철회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류근일 기자 ryu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