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머크가 한국에 차세대 반도체 박막 소재 연구 기지를 마련했다. 박막 소재는 머크 전자재료(일렉트로닉스)의 핵심 사업 중 하나로, 인공지능(AI) 등 차세대 반도체를 위한 소재 개발 능력을 키우려는 포석이다. R&D 거점을 현지화해 한국 고객 대응 능력도 강화할 계획이다.
머크는 10일 경기도 안성사업장에서 '한국 스핀온절연막(SOD) 애플리케이션센터(KSAC)'를 개소했다고 밝혔다.
SOD는 반도체 금속 배선 사이에 들어가는 박막 절연체다. 차세대 D램, 낸드 플래시 메모리, AI 가속기를 위한 고대역폭메모리(HBM), 첨단 로직 칩 개발에 사용된다. 원자층증착(ALD)·화학기상증착(CVD)과 함께 머크의 박막 기술 역량을 입증할 핵심 제품이다.
KSAC는 머크가 확보한 글로벌 SOD R&D 거점 중 두번째다. 머크는 한국 연구소 개소와 SOD 기술 역량 확보를 위해 총 910만유로(약 120억원)을 투자했다고 설명했다. 연구소는 이산화규소(SiO2) 필름에 코팅된 SOD 소재 측정·분석 장비를 갖췄다. 향후 관련 인력 추가 확보도 예상된다.
머크는 국내 SOD 생산기지가 있는 안성사업장에 KSAC를 설립했다. 한국 고객사와 업무 협력을 강화, 현지 대응 속도를 높이기 위해서다. '고객에 인접한 위치에서 사업을 전개한다'는 머크의 현지화 전략이 깔렸다. 안성사업장은 SOD 뿐 아니라 감광액·극자외선(EUV) 세정액(린스),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박막필름, 반사방지코팅(ARC) 등도 생산하고 있다.
슈레시 라자라만 머크 박막 솔루션 수석부사장은 “새로운 SOD R&D 센터는 한국과 광범위한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서 고객사들의 요청에 대한 대응 시간과 납품주기(리드 타임)을 단축하고, 첨단 고순도 SOD 소재 개발과 안정적인 공급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KSAC 개소는 머크가 2025년까지 한국에 투자하기로 발표한 6억유로(약 8700억원) 투자 일환이다. 특히 박막 사업 경우 엠케미칼(옛 메카로 화학사업부) 인수를 통해 생산 능력을 확대한데 이어 R&D 역량까지 고도화하는 것이라 주목된다. 머크는 현재까지 반도체 소재 설비 확대, 인력 확보 등을 위해 6억유로 중 50% 이상의 투자를 완료했다.
이날 개소식 참석을 위해 카이 베크만 머크 전자사업 CEO, 라자라만 머크 박막솔루션 수석 부사장 등 머크 수뇌부가 방한했다. 김동연 경기도지사, 박성준 삼성전자 소재개발 부사장, 길덕신 SK하이닉스 기반기술센터 소재개발 부사장 등도 참석했다.
카이 베크만 머크 전자 사업 부문 CEO는 “한국 KSAC 개소는 반도체 산업 혁신을 주도하기 위한 머크 여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전했다.
김영호 기자 lloydmind@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