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배의 AI 레볼루션] 디지털 자산:기회와 도전

이경배 연세대·성균관대 겸임교수
이경배 연세대·성균관대 겸임교수

디지털 혁신 산물인 '디지털 자산(Digital Asset)'은 전통적인 금융 시스템에 혁신적인 도전장을 내밀며 글로벌 경제에서 새로운 가치 창출과 거래 방식을 제공한다. 대표 디지털 자산인 '코인' '대체 불가능 토큰(NFT)' '토큰증권' 등은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안전성과 투명성을 확보해 다양한 기능과 용도로 사용되고 있다.

비트코인, 이더리움과 같은 코인은 전 세계 어디서나 저렴한 비용으로 송금이 가능하다. 금융 접근성이 낮은 지역에서 특히 유용하다. NFT는 각각 고유한 정보를 담고 있어 디지털 아트나 미디어 콘텐츠는 물론 실물 자산 소유권을 입증하는데 사용된다. 토큰증권은 부동산이나 채권 등 실물자산을 작은 조각으로 만들어 증권으로 발행하면서 소액투자를 활성화 하는 것이다.

미국 루이지애나주는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코인)로 주 정부 서비스나 과태료를 받기 시작했다. 올해 미국 대통령 선거 각 후보들은 디지털 자산을 포함한 디지털 경제의 혁신을 지지하는 입장을 밝혔다. 이는 디지털 자산이 기존 금융 시스템에 제기하는 도전과 기회를 국가 정책 어젠다로 가져가면서 향후 글로벌 경제 리더십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것을 보여준다.

특히 동남아시아나 아프리카 지역 저개발 국가들이 직면한 금융 접근성 문제를 해결하는 데 디지털 자산이 큰 역할을 할 수 있다. 대다수 국민이 은행이나 카드 계좌를 보유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송금이나 공과금 납부 등을 할 때, 주위에 은행이 없거나 계좌가 없거나 10%가 넘는 높은 송금 수수료 때문에 돈을 못 보내는 경우가 많다. 현금을 직접 전달하다 보니 사고나 도난 등 위험도 크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모든 금융기관을 연결하는 온·오프라인 오픈뱅킹 시스템과 같은 포괄적인 금융 접근성과 함께 거래가 용이한 새 코인 개발이 필요하다.

실리콘밸리에 본사를 둔 '크레딧코인'은 저개발국가에서 코인을 사용하도록 인공위성을 제공해 통신 접근성을 수월하게 하는 금융환경을 만들고 있다. 남아공의 'AUC코인'은 전 금융기관을 연계하는 오픈뱅킹 플랫폼으로 개발도상국의 금융 인프라를 개선하겠다는 목표를 갖고 사업을 시작한 스타트업이다.

페이스북(현 메타)은 2020년 전 세계 금융 소외계층 17억명을 타깃으로 암호화폐 '리브라'를 개발하겠다며 인도적 관점에서 리브라를 봐줄 것을 호소했으나, 각 나라는 초국가적 인터넷 기업이 자체 개발한 화폐를 전 세계인이 사용한다는 것에 큰 불안감을 느껴 불허했었다. 30억명이 넘는 페이스북 사용자들이 사용한다면 리브라가 달러화 대신 기축통화가 될지 모를 일이었다.

일반적인 코인은 가치 변동성이 있지만 스테이블코인 형태로 활용하면 법정 화폐와 연계도 가능하다. 우리가 일상에서 자주 활용하는 멤버십 포인트나 상품권 또한 디지털 자산 범주 안에서 활용이 재고될 수 있다.

디지털 자산인 코인과 NFT 인기가 감소한 원인으로는, 변동성이 크고 규제가 미비한 영역에서 운영되기 때문에 투자자들은 리스크를 감수해야 한다. 실물에서 디지털로 전환에 대한 두려움도 중요한 요인이다. 기존 법이나 제도가 빠르게 변화하는 디지털 자산 시장을 따라잡지 못하고 있는 상황도 시장 불안정성을 높이고 있다. 특히 코인 사업자들이 금융 시장을 개선하려는 노력보다는 일확천금 수익만을 쫓고 있는 것도 디지털 시대를 더디게 하고 있다.

디지털 자산은 여전히 진화하고 있으며, 디지털 잠재력을 최대한 활용하려는 노력은 피할 수 없는 현실이 됐다. 향후 디지털 자산은 금융 포용성을 높이고, 인접 산업과 에코시스템을 만들어 글로벌 경제에 깊숙이 통합될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 지속적인 연구와 정책 개발로 핀테크 기술 혁신을 촉진하고 동시에 사용자를 보호하는 접근 방식이 필요하다.

이경배 연세대·성균관대 겸임교수 kb.lee@yonsei.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