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우리나라 의약품 판매량이 역대 두 번째로 많았던 것으로 집계됐다. 의정갈등에 따른 장기 처방과 여름철 코로나19 유행 절정이 영향을 미쳤다. 제약사들도 3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예고하는 등 시장이 활기를 띠고 있다.
13일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올해 8월 국내 의약품 소매 판매량(경상금액)은 2조7221억원으로 전년 동월 2조4645억원과 비교해 10.4% 늘었다. 올해 들어 8개월 연속 전년 동기 대비 성장을 보인 동시에 첫 두 자릿 수 성장률을 기록했다.
8월 의약품 판매량은 2022년 3월(2조7408억원)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많았다. 종전 두 번째였던 지난 7월(2조6094억원) 기록을 한 달 만에 넘어섰다. 월간 의약품 판매가 가장 많았던 2022년 3월은 16일 기준 코로나19 확진자 62만1266명, 사망자 429명을 기록할 정도로 유행이 최고조에 이르렀던 시기였다. 코로나19 치료제와 백신 접종, 감기약 판매 등이 폭발하면서 의약품 판매량이 역대 최고치를 찍었다.
역대 두 번째 판매량을 기록한 올해 8월 역시 여름철 코로나19 유행이 절정을 기록했다. 질병관리청 코로나19 표본감시 입원환자 수는 32주(8월 4~10일) 1360명을 기록한 뒤 33주(8월 11~17일)에는 올해 최대인 1452명으로 절정에 달했다. 코로나19 환자가 크게 늘면서 감기약 판매까지 덩달아 증가, 전반적인 의약품 수요를 견인했다. 여기에 2월부터 시작된 의정갈등 영향으로 장기 처방 환자 증가, 상비약 구매 확산 등까지 겹치며 시장 성장을 이끌었다.
저성장 구조의 국내 제약시장이 활기를 띠면서 제약사들도 호실적을 예고하고 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유한양행은 올해 3분기 매출액 5516억원을 기록, 분기 사상 최대치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GC녹십자 역시 해당 분기 4969억원 매출로 종전 분기 최대치(4657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기대된다. 이외에 한미약품, 대웅제약 등 '톱5' 제약사 대부분이 올해 3분기에 사상 최대치를 경신하거나 유사한 수준의 실적을 거둘 것으로 전망된다. 기술수출, 해외시장 공략 강화 등이 성장 주요인이지만, 국내시장이 예상을 뛰어넘는 성장을 보이면서 최대 실적 기록에 기여했다는 분석이다.
연말로 접어들면서 코로나19 접종과 독감 유행 대비 등으로 인해 의약품 수요는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11일부터 75세 이상 고령자를 대상으로 코로나19와 인플루엔자 백신 접종이 시작됐다. 오는 15일부터는 65~69세 접종까지 이어진다. 독감 시즌을 맞아 제약사별 백신과 치료제 공급을 대폭 늘리고 있고, 감기약 생산을 위해 공장도 풀가동에 돌입했다.
제약사 관계자는 “의정갈등이라는 변수에도 만성질환 치료제를 중심으로 의약품 수요가 지속되고 있고, 코로나19를 비롯한 유행병까지 더해져 성장세를 이어간 것으로 보인다”면서 “겨울철 코로나19 재유행 가능성이 제기된데다 독감 등 전염병이 예상되는 만큼 하반기에도 의약품 수요는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용철 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