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통신망 관리 자회사 설립…6000명 인력 재배치

KT 네트워크 관리 직원이 통신 장비를 점검하고 있다.
KT 네트워크 관리 직원이 통신 장비를 점검하고 있다.

KT가 경영효율 개선을 위해 대규모 조직개편과 6000명 규모의 인력구조 대수술에 들어간다. 통신망 운용·관리를 전담하는 자회사를 세우고 현장인력을 재배치한다. 이 과정에서 희망퇴직도 실시한다. AICT(인공지능+정보통신기술) 기업으로 전환을 위한 고강도 구조조정이다. 다만 산업의 핏줄인 통신망 관리를 자회사에 맡기면서 네트워크 경쟁력 저하 우려도 제기된다. 〈관련기사 5면〉

KT는 오는 15일 이사회를 열고 네트워크 운용, 유지보수를 전담하는 신설법인 2곳 설립 안건을 의결한다. 신설 자회사는 KT오에스피(KT OSP)와 KT피앤엠(KT P&M)이다. 두 곳 모두 KT 지분 100% 자회사다. 내년 1월 1일자로 법인 설립 등기를 마칠 예정이다.

KT는 물적분할 대신 현물출자를 택했다. 사업을 선별해서 이관할 수 있고 주주총회 없이 이사회 결의만으로 가능하다. KT는 KT오에스피에 610억원, KT피앤엠에 100억원을 출자한다. 두 회사는 각각 KT수서빌딩과 과천스마트타워에 둥지를 튼다.

KT는 3780명의 본사 인력을 신설 자회사로 전출한다는 방침이다. 선로설비 시공과 비즈개통·AS 업무를 하는 3400여명은 KT오에스피에 배치되며, 전원시설 설계, 도서산간 무선망을 담당하는 380여명은 KT피앤엠로 이동한다.

또 고객민원·기업고객 마케팅 업무를 KTis와 KTcs 등 기존 그룹사로 이관하고 관련 인력 170명을 전출한다. 760명 인력이 맡아왔던 상권영업·법인가치영업, 현장지원 업무는 비효율 사업으로 판단해 폐지하기로 했다.

이번 현장 인력 조정 대상은 지역 광역본부 중심으로 6000여명에 이른다. KT는 전출을 원하지 않은 직원 대상으로 특별희망퇴직을 실시한다. 지난해 김 대표 취임 후 첫 희망퇴직이다. 대상은 실근속 10년 이상 직원 중 정년이 1년 이상 남은 직원이다. 일부는 3억원이 넘는 퇴직금을 수령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네트워크 사업·인력 재편은 김영섭 KT 대표의 AICT 전략과 맞닿아 있다. AI에 조단위 투자에 나선 상황에서 인건비 절감과 조직 슬림화로 경영 효율을 높일 필요가 있었다. 경쟁사 대비 비대한 본사 조직 집중도를 낮추면서 미래 신사업으로 낙점한 AI에 집중하겠다는 포석이다.

다만 이통사의 핵심 근간인 네트워크 외주화가 통신산업 경쟁력 저하를 불러올 것이라는 우려도 적지 않다. 이성엽 고려대 교수는 “통신사 핵심 기능은 네트워크 구축·관리·운용”이라며 “이를 별도로 분사해 처리하는 것은 KT 내부에서 네트워크 중요성이 감소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KT노동조합도 오는 17일부터 반대 집회를 열 예정이다.

박준호 기자 junho@etnews.com, 남궁경 기자 nk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