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산업부 장관들이 일제히 한국 반도체 산업이 심각한 위기라고 진단했다.
우리나라가 메모리반도체 세계 선두이지만 인공지능(AI) 시대에 기술 한계, 중국의 추격, 부족한 전력 수급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본원적 경쟁력을 상실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정부가 반도체 산업 지원에서 '대기업 특혜' 우려를 이겨내고 '국가 전략산업 지원'으로 시각을 바꾸지 않으면 '회색 코뿔소'를 물리칠 수 없다고 강도높게 비판했다.
한국경제인협회가 14일 개최한 역대 산업부 장관 초청 특별대담 '반도체 패권 탈환을 위한 한국의 과제'에서는 한국 반도체 산업이 복합 위기에 직면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이윤호 전 지식경제부 장관은 이날 “반도체 산업 지원을 단순히 대기업 혜택으로 봐서는 안 된다”고 꼬집었다.
그는 “미국, 중국, 일본이 반도체 산업에 막대한 보조금을 지원하는 것은 국가 경쟁력과 직결하기 때문”이라며 “글로벌 산업 경쟁력은 물론 현대 군사 기술의 90% 이상이 반도체 기술에 의존하므로 국가 안보와도 밀접하다”고 지적했다.
성윤모 전 산업부 장관은 “다른 국가보다 빠르고, 다양하고, 질 좋은 지원을 전폭적으로 실시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또 팹리스 육성과 소재·부품·장비 산업 지원을 강화해 국내 반도체 산업 생태계를 보다 탄탄하게 조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규 원전 건설과 차세대 소형모듈원전(SMR) 조기 상용화로 심각한 전력수급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주문도 제기됐다.
윤상직 전 장관은 “2030년경에는 현재 발전용량 144기가와트(GW)의 절반 이상이 추가로 필요할 것”이라며 “특별법을 제정해 지체된 송전망 건설을 조속히 완공하는 등 적극적인 정책 노력이 절실하다”고 역설했다.
이창양 전 산업부 장관은 “에너지 문제는 앞으로 세계 산업 강국의 순위를 뒤바꿀 수 있을 정도로 심각하다”면서 “국가 차원의 어젠다로 삼고 전력확보에 대한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주제 발표한 황철성 서울대 석좌교수는 현재 D램 기술이 향후 5년 내 한계에 직면할 것이라 전망했다.황 교수는 “현재 D램 기술은 물리적 한계로 인해 5년 내 한계에 봉착하고 극자외선 노광장비(EUV)와 주변 기술 중요성이 상대적으로 줄어 우리나라 고유의 D램 기술 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다”며 “특히 중국 정부의 메모리 반도체 육성은 향후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 발전에 큰 도전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반도체 전문가로 특별 초청된 이종호 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산학연이 협력해 저전력 반도체 기술을 신속하고 실효성 있게 개발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컴퓨팅 인프라 구축·지원이 시급하며 AI 기업 지원 펀드도 조성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배옥진 기자 with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