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 도중 오류를 발견해 추가로 모든 학생에게 20분 시간을 줬다고 하지만 누군가에게는 불리한 상황일 수도 있다. 제일 문제는 시험 1시간 전 시험지를 배부하고 다시 걷었다는 것인데, 소위 일류대에서 벌어질 수 있는 일인지 답답하고 화가 난다.” (고3 수험생)
12일 치러진 연세대 수시모집 논술시험 문제 유출 논란에 수험생들은 부실한 관리를 지적하며 불만이 확산하고 있다. 연세대는 “재시험은 없다”는 입장이지만 일부 수험생은 교육청 민원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재시험을 요구한다는 입장이다.
이번 사태의 발단은 연세대 자연계열 논술시험을 치르는 한 고사장에서 시험지가 약 1시간 일찍 배부되면서다. 시험은 오후 2시 시작 예정이었으나 감독관이 시험시간을 오후 1시로 착각해 12시 55분경 시험지와 답안지를 교부했다. 일부 수험생이 시험 시작 여부를 묻자 감독관이 실수를 인지하고 시험지와 답안지를 회수했다. 시험지를 나눠준 지 약 15분 뒤였다.
이후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논술시험 문제가 유출됐다는 주장이 나왔다. 실제 한 커뮤니티에는 시험 시작 전인 오후 12시 52분 시험 내용을 묘사한 게시글이 올라온 것으로 전해졌다. 대학은 13일 “감독관 착오로 문제지가 배부됐지만, 문제지 회수 후 절차에 따라 논술시험이 진행됐다”고 해명 자료를 냈다.
대학가 관계자들은 이 같은 사태를 두고 허술한 시스템을 지적했다. A대 관계자는 “아마 시험을 치르는 인원이 늘면서 대학이 관리가 어려웠던 것 같다”며 “그렇다고 해도 이렇게 중요한 시험에서 이런 실수는 이해하기 힘든 일”이라고 말했다.
B대 관계자는 “논술 감독관은 교직원을 포함한 정·부감독관 2인이 함께 들어간다. 시간 단위로 타임테이블이 정해져 있고, 거기에 사인을 하도록 하고 있다”며 “애초에 시험시간을 착각한다거나 시험지 회수를 20여 분 만에 했다는 것도 시스템상 말이 안 된다”고 설명했다.
C대 관계자는 “논술은 중요한 시험이니 정·부 감독관 3명이 들어가고 있다”면서 “오전, 오후 고사 시간을 정해뒀고 시험 40분 전 들어가서 배부하는 시스템으로 우리 대학에서는 그런 오류가 발생할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연세대 입학처 관계자는 “감독이 최소 2명, 많게는 7명이 들어간다. 이 시험장의 경우 2명이 들어갔는데 공교롭게도 두 감독관이 시험시간을 착각했다고 진술했다”면서 “이런 실수가 벌어진 것이 대학 입장에서도 당혹스럽다”고 말했다.
이번 사태로 수험생 사이에서 재시험 요구가 나오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받아들여지기 힘들 것이란 의견이 나온다.
D대 관계자는 “수시는 6번 치를 수 있다. 대학들은 최대한 중복되는 일정을 피해 논술 일자를 정해놨는데 재시험을 치르게 된다면 날짜를 조정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며 “불이익을 당한 학생들은 재시험을 원하겠지만, 반대로 시험을 잘 본 학생들은 재시험에 반대해 제동을 걸 수도 있다. 대학이 재시험을 치를 가능성은 현실적으로 낮다”고 내다봤다.
연세대 입학처 관계자는 “사전 유출이라고 했던 문제는 직사각형 있다고 설명한 문제였는데 해당 문제는 도형이나 벡터 문제가 아닌 텍스트가 더 중요한 확률 문제였다”면서 “도형을 안다고 해서 이득이 갈만한 상황은 없었기 때문에 사전 유출은 아니라는 판단”이라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온라인 게시글을 모니터링 한 결과 사전 유출 증거는 발견하지 못했으며, 재시험도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덧붙였다.
이지희 기자 eas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