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광 칼럼] 중도 탈락하는 CTO vs 실패하는 CTO

[김호광 칼럼] 중도 탈락하는 CTO vs 실패하는 CTO

스타트업에서 기술 개발 총괄 역할을 맡는 CTO(Chief Technology Officer)의 중요성은 날로 커지고 있다. 그만큼 미국의 빅테크에서 경력을 쌓은 개발자를 스타트업 CTO로 모시는 경우도 흔해 졌다. 그러나 CTO는 단순히 기술 개발만 책임지는 것이 아니라, 다른 C 레벨 임원 및 외부 투자자들과의 호흡을 맞추며 적정 기술을 선택하는 중대한 역할도 담당해야 한다.

CTO가 종종 겪는 어려움 중 하나는, 달리는 자동차의 엔진을 교체하는 것 같은 복잡한 상황이다. 서비스는 확장하면서 오래된 소스 코드, 레거시를 제거하는 상황을 자주 만나게 된다. 또한 기술 환경의 변화나 회사의 성장에 따라 기술 스택을 바꾸어야 하는 경우가 자주 발생한다.

예를 들어, PHP에서 Java Spring으로 플랫폼을 전환하는 것처럼 긴 호흡을 필요로 하는 기술적 결정이 이뤄지곤 한다. 그러나 이런 변화는 단지 기술적인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개발자 채용, 장기적인 기술 목표, 유지 보수까지 모두 고려해야 하며, 특히 개발 팀이 수십 명 이상일 때 기술 스택 전환은 더 큰 리스크를 동반한다.

기존 개발자들이 새로운 언어를 배워야 하거나 클라우드 환경으로 전환하는 등의 기술적 과제가 있을 때 개발팀은 새로운 학습과 성장하는 사업의 우선 순위에서 혼란을 느끼며 동요하는 경우가 생긴다. 하지만 스타트업 성장에 따라 새로운 기술 리드가 오게 되면 기존 기술은 잠재적 폭탄인 레거시로 취급되고 그동안 회사에서 쌓아온 기술 스택을 뒤엎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

실패 사례: WordPress.com의 Node.js 도입 실패

기술적 선택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사례로는 WordPress.com의 Node.js 도입 실패를 들 수 있다. WordPress는 전통적으로 PHP로 개발되어 왔으나, Node.js를 도입해 기술 스택을 혁신하려는 시도가 있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이 시도는 예상보다 큰 기술적 혼란을 초래했다. 기존 기술 스택과의 충돌, 운영상의 문제들로 인해 Node.js는 결국 프로젝트에서 제외되었고, WordPress는 기존의 기술적 기반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이 사건은 기술 리더십과 전략적 판단의 중요성을 다시금 일깨우는 사례가 되었다.

성공 사례: 아마존의 AWS 혁신

반면, 기술 혁신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진 사례는 아마존의 AWS(Amazon Web Services)다. 아마존은 단순히 온라인 서점으로 시작했지만, 내부 인프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혁신적인 기술 선택을 통해 전 세계 클라우드 시장을 선도하는 기업으로 성장했다. 아마존 CTO인 워너 보겔스(Werner Vogels)는 안정적이면서도 유연한 기술 플랫폼을 구축해, 다른 기업들이 클라우드 인프라를 활용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했다. AWS는 결국 아마존의 비즈니스 확장과 성장에 있어 핵심적인 역할을 했으며 아마존 전체 순이익에서 절반을 차지할 정도로 캐시카우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CTO의 중대한 역할

이처럼 기술 선택의 성공 여부는 스타트업의 성패를 좌우할 수 있다. 실패한 CTO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 비즈니스 모델이나 기술의 실패, 팀 관리의 실패 모두 다음 단계에서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된다. 반면 중도 탈락하는 CTO는 더 큰 문제가 될 수 있다. 회사의 비전과 목표에 맞추지 못해 창업자와의 호흡이 어긋나거나, 내부에서 팀과의 마찰로 인해 손발이 묶여 제대로 된 성과를 내지 못하는 경우다.

대표적인 예로, 어느 스타트업이 시리즈 B, C 투자를 받고 기술 역량 강화를 위해 외부에서 뛰어난 CTO를 영입했으나, 창업자들과 호흡이 맞지 않아 중도에 회사를 떠난 경우가 있다. 이런 사례는 단순히 개인의 기술적 역량 부족 때문이 아니라, 회사 내 다양한 이해관계자들과 조율 실패에서 비롯된 것일 수 있다.

중도 탈락 vs 실패의 차이

CTO의 실패는 성장의 기회가 될 수 있지만, 중도 탈락은 그보다 큰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 스타트업은 팀 플레이가 중요한 만큼, 기술 리더가 팀 내에서 원활하게 소통하지 못하고 독불장군처럼 행동할 때 회사는 큰 위기를 맞는다. 기술적 팬덤이나 개인의 뛰어난 능력도 중요하지만, 결국 스타트업에서 성공하려면 협업과 팀워크가 필수적이다. 여러 번 스타트업에 합류하고 중도 탈락이 반복되는 CTO라면 구인 과정에서 좀 더 면밀한 주의가 필요하다.

결국, 실패한 CTO는 다음 기회에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는 배움의 기회를 얻는다. 하지만 중도에 탈락하는 CTO는 팀과 회사에 더 큰 트라우마를 남기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회사의 성장과 목표 달성에 방해가 될 수 있다. CTO의 역할은 기술뿐만 아니라 비즈니스 목표, 팀 관리, 투자자와의 협력을 모두 아우르는 중요한 자리다. 인사가 만사라는 말처럼 스타트업에서 기술 총괄이 만드는 결정은 스타트업의 미래를 결정짓는 경우가 많다.

결론

스타트업이 성장함에 따라 기술을 총괄하는 CTO의 역활과 책임은 점점 커지고 있다. 열정을 빼고 자본과 인력, 모든 것이 부족한 스타트업에서 CTO의 기술적인 선택은 폭발적인 성장의 기폭제가 될 수 있고 추락하는 로켓이 될 수 있다.

아무리 뛰어난 엔지니어라도 회사의 구성원과 화합을 이루어야 한다. 어느 스타트업에서는 빌런이라고 소문났지만 다른 스타트업에서는 극단적으로 성공하는 기술 리드도 있을 수 있다. 사람은 겪어봐야 하기 때문에 스타트업에서 HR, 구인은 사업이 본격화되면 마케팅 다음으로 집중해야하는 사업 부서이다. 좋은 인력이 스타트업에 들어오는 것은 스타트업에게 바꿀 수 없는 기회와 경쟁력이 되기 때문이다.

우리는 스타트업에서 귀중한 실패 경험이 자산인 CTO에게 재도전의 기회를 줘야 한다. 한국 사회가 그동안 고질적으로 가지고 있었던 실패한 사람에 대한 색안경과, 부정적 인식에서 벗어나 스타트업의 경험과 자산으로 삼아 성장의 동력으로 삼아야 할 때가 되었다.

필자 소개: 김호광 대표는 블록체인 시장에 2017년부터 참여했다. 나이키 'Run the city'의 보안을 담당했으며, 현재 여러 모바일게임과 게임 포털에서 보안과 레거시 시스템에 대한 클라우드 전환에 대한 기술을 지원하고 있다. 최근 관심사는 사회적 해킹과 머신러닝, 클라우드 등이다.

소성렬 기자 hisabisa@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