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찬희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준감위) 위원장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등기임원 복귀와 과거 미래전략실(미전실)과 같은 컨트롤타워의 부활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이 위원장은 15일 발간한 준감위 2023 연간 보고서에서 “경영 판단의 선택과 집중을 위한 컨트롤타워의 재건, 조직 내 원활한 소통에 방해가 되는 장막의 제거, 최고경영자의 등기임원 복귀 등 책임경영 실천을 위한 혁신적인 지배구조개선이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 위원장은 삼성이 사면초가의 어려움에 빠졌다고 진단했다.
이 위원장은 “예측이 어려울 정도로 급변하는 국내외 경제 상황 변화, 경험하지 못한 노조의 등장, 구성원의 자부심과 자신감 약화, 인재 영입의 어려움과 기술유출 등 사면초가의 어려움에 놓였다”고 평가했다.
이어 이 위원장은 “경영도 생존과 성장을 위해 과감하게 변해야 하며 과거 삼성의 그 어떤 선언이라도 시대에 맞지 않다면 과감하게 폐기해야 한다”며 “모든 것을 극복하고 외형적인 일등을 넘어 존경받는 일류 기업으로 변화해야 할 중차대한 시점”이라고 언급했다.
삼성그룹 컨트롤타워 부활 필요성이 지속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이 위원장의 발언으로 컨트롤타워 부활이 수면으로 부상할 지 주목된다.
삼성그룹은 국정농단 사태로 2017년 그룹 컨트롤타워인 미래전략실(이하 미전실)을 해체했고 이후 사업영역별로 3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운영하고 있다. 전자 계열사의 사업지원TF와 금융 계열사의 금융경쟁력TF, 삼성물산 계열 EPC TF 등이 사실상 미니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는 구조다.
하지만, 삼성그룹 안팎에서는 당면한 복합 위기를 타파하고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새로운 컨트롤타워 가동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이 회장의 삼성전자 등기임원 복귀도 공론화 가능성이 커졌다. 앞서 이 위원장은 책임경영 강화 차원에서 현재 미등기임원인 이 회장의 빠른 등기임원 복귀가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밝힌 바 있다.
이 회장은 2019년 10월 임기 만료로 등기이사에서 물러난 후 5년 가까이 미등기 임원을 유지하고 있다.
이 회장은 2016년 10월 사내이사를 맡았으나 2019년 10월 임기 만료로 등기이사에서 물러났다. 국정농단 사태로 등기이사에 복귀하지 못했으나 2022년 8·15 광복절 특별사면을 받아 등기이사 선임 조건을 갖췄다. 같은 해 10월 삼성전자 회장으로 승진했으나 여전히 등기이사 복귀는 하지 않고 있다.
사법 리스크가 지속되면서 이 회장의 등기임원 복귀 시점도 수년째 불투명한 상태다. 이 회장은 4대 그룹 총수 중 유일하게 미등기 임원 신분을 유지하고 있다.
이 회장의 등기임원 복귀는 책임경영 의지로 해석될 수 있다. 등기임원인 사내이사는 이사회 구성원으로 주요 경영 사안을 주도하고 결정하는 권한을 갖는다. 이 회장이 최고경영자로서 역량을 보여줄 시점이라는 지적도 적지 않다.
한편, 삼성준감위는 연례보고서에서 지난해 삼성전자 평택사업장(3월), 삼성SDI 천안사업장(12월)을 방문해 ESG, 안전·환경, 온실가스 배출 감소 등 준법경영 현안을 논의했다고 소개했다.
올해 1월에는 베트남 하노이 복합단지를 방문해 관계사 법인장 등과 만나 현지 법령과 준법경영 현황, 노동, 환경안전 등을 논의하고 생산 환경을 직접 점검했다.
지난해부터는 실효성 있는 준법통제기준 운영을 평가하는데 준감위 사무국이 참여하는 등 관계사 준법경영 활동에 대한 협력을 강화했다고 설명했다.
배옥진 기자 with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