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플러스] “LMP, 권역별 동일요금 역차별” vs “전력자급률 큰 영향 없어”

지자체, 전기요금 지역 차등 우려
수도권·비수도권·제주도 구분
지역별 발전량·소비 고려해야
서울·경기·인천도 형평성 지적
“포천·오산 등 낙후지역 피해 커”
전문가 “오해 해소·설득 필요”
산업부 “다양한 관계자와 논의”

2023년 지역별 전력자급률 현황
2023년 지역별 전력자급률 현황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5월, 전력 시장제도 개편의 주요 축으로 지역별차등요금제도(LMP) 도입을 예고했다. 내년 상반기, 발전사업자가 생산하는 전력 도매가격(SMP)을 시작으로 2026년엔 소비자가 구매하는 소매요금까지 LMP를 확대 시행한다고 밝혔다.

산업부가 제도 설계에 속도를 내는 가운데 지방자치단체, 발전사업자, 산업계는 연이어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들은 LMP의 주요 이해관계자들로 지역 간 역차별 발생, 제도 취지와 이행 방향 간 불일치, 산업 경쟁력 약화 등을 맹점으로 꼽고 있다.

전문가들은 관련 규칙제정 과정에서 이해관계자의 우려와 오해를 불식하지 못하면 LMP 시행 이전부터 혼란만 가중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LMP 시행 앞두고 지자체 전기료 차별 우려

산업부가 LMP를 도입하려는 이유는 지역별 전력 수급 불균형과 재생에너지 편중에 따른 송전·계통 부담의 확대다.

우리나라 전력시장은 수도권에 전력 소비가 쏠렸지만, 발전원은 대부분 비수도권에 집중돼 있다. 이에 따라 비수도권에서 생산된 전력을 수도권으로 전송하기 위한 송전망 투자를 지속 확대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러나 지역 반발 등으로 인해 송전망 확충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송전 제약에 따른 손실이 커지고 있다.

한국전력,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국내 발전설비 용량은 2010년 76GW에서 지난해 144GW로 89% 증가했다. 같은 기간 송전망 회선길이는 3만675c-km에서 3만5596c-km로 16% 증가하는 데 그쳤다. 345kv 가공선로 기준 지자체 인허가에만 평균 13년이 걸린다.

산업부는 이같은 상황을 해소하기 위해 '분산에너지 특별법'을 근거로 발전소 위치와 계통 여건 등을 고려해 지역별 전기요금을 차등 부과하는 LMP를 시행할 계획이다. 발전사업자가 한국전력에 판매하는 SMP를 지역별로 먼저 차등하고 나아가 소매요금에 이를 반영할 예정이다. 도매요금엔 내년 상반기 내, 소매요금은 내 후년 시행이 목표다.

아직 구체적 LMP 이행 방안이 나오진 않았지만 송전망에 부담을 많이 주는 비수도권 발전소의 SMP가 하락할 게 확실시된다. 이를 소매요금까지 확대 적용해 비수도권의 전기료를 낮추면 공장 등이 이전해 전력 수요를 분산할 수 있다는 게 산업부의 구상이다.

각 지지체는 낮은 전기요금으로 인한 소비자 부담 경감, 기업 유치 등 순기능을 기대했지만 LMP 시행 계획이 일부 알려지면서 우려의 소리도 나오고 있다.

전력거래소의 LMP 기본설계(안)에 따르면 대상 권역은 △수도권 △비수도권 △제주도다. 수도권은 서울·경기·인천, 비수도권은 그 외 지역을 모두 포함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 계획대로 2026년 소매 요금 LMP가 시행되면 전국 전기료는 3개 체제로 운영된다.

지자체는 비수도권 내 지역 간 전력 생산·소비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채 제도가 시행될 것을 우려한다. LMP 취지를 감안하면 지역별 전력자급률 등을 고려해 전기료를 차등해야 하지만 현 계획대로라면 전 비수권의 전기료가 똑같이 책정된다는 게 이들의 목소리다.

예를 들어 부산시는 전력자급률이 200%에 육박하지만 10%에도 미치지 못하는 대전(3.1%), 광주(9.3%)와 동일 전기료를 적용받는다. 전력자급률 100% 안팎 울산·세종시, 경남지역도 상황이 같다.

이들 지역은 전력을 자체 생산해 공급하기 때문에 자급률이 낮은 지역 대비 낮은 전기료를 기대하고 있다.

지역별 전기요금 차등제(LMP)
지역별 전기요금 차등제(LMP)

◇'전력자급률' 오해 해소해야

수도권 내에서도 LMP 관련 형평성 논란이 번지고 있다.

경기도는 지난해 기준 전력자급률이 69%에 이른다. 그러나 LMP가 시행되면 전력자립률 12% 수준의 서울과 같은 요금을 내게 된다.

서울시의 발전설비는 서울복합·목동·노원·신정열병합 정도로 총 설비용량 1GW 불과하다. 경기도의 경우 평택시에만 설비용량이 3GW를 넘는 발전설비가 있으며 포천시(2.5GW), 동두천시(1.7GW), 고양시(1GW) 등도 대규모 발전설비를 보유하고 있다. 인천 역시 영흥화력(5GW), 신인천(1.8GW), 서인천(1.8GW) 등 대형 발전원을 가동 중이다.

경기도민 입장에선 수도권이라는 이유로 서울과 똑같은 전기료를 내는 게 불합리하다고 느낄 수 있다.

특히 수도권으로 묶임으로써 기업유치, 소비자 부담 측면에서 불리한 위치에 있는 동두천, 포천, 오산 등 1인당 지역내총생산(GRDP)이 낮은 낙후 지역의 부담은 한층 커진다.

전문가들은 이런 지역의 우려를 해소하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지역별 가격 차등과 전력자급률간 상관관계가 높지 않지만 지역의 불만·우려 또한 당연하다는 것이다.

정연제 서울과기대 교수는 “전기소매요금의 지역 차등에 았어 전력자급률이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다”면서도 “다만, 발전소가 다수 포진한 지자체가 다른 지역 대비 더 낮은 요금을 요구하는 것 또한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상황으로 오해를 해소하고 설득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산업부 관계자도 “해외 사례를 보면 LMP 요금 차등의 기준 또한 전력자급률이 아닌 송전 제약 관련 효과를 통해 산정한다”면서 “지자체 등 다양한 이해 관계자와의 논의를 거쳐 제도를 설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최호 기자 snoop@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