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의 비만약'으로 불리는 노보노디스크 '위고비' 국내 판매가 시작됐다. 출시 첫 날부터 병·의원 처방이 몰리며 한 때 주문 사이트가 마비되는 등 대란 조짐을 보였다.
덴마크 제약사 노보노디스크의 비만 치료제 '위고비' 국내 유통을 담당하는 쥴릭파마코리아는 15일부터 병·의원을 대상으로 주문 접수를 시작했다. 위고비 국내 허가권자인 한국 노보노디스크제약은 이날 저녁 그랜드하얏트 서울에서 출시 심포지엄을 개최하는 등 마케팅도 본격화한다.
위고비는 펜 모양 주사 1개를 주 1회, 1개월씩 투여하도록 제조된 전문의약품이다. 0.25㎎, 0.5㎎, 1㎎, 1.7㎎, 2.4㎎ 5개 용량으로 구성했다.
이 비만약은 인슐린 분비를 촉진하되 소화 속도를 늦추는 글루카곤유사펩타이드(GLP-1 유사체) 계열 약물이다. 뇌의 시상하부를 자극해 식욕을 억제하고 포만감을 높여 체중 감량 효과를 준다.
특히 이 약물은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인 일론 머스크가 14㎏을 감량한 뒤 간헐적 단식과 위고비를 처방받았다고 말해 화제가 됐다. 유명 모델인 킴 카다시안 역시 마릴린먼로 드레스를 입기 위해 위고비를 처방받아 한 달 만에 7㎏을 빼는 등 세계적인 열풍을 몰고 왔다.
국내에선 지난해 4월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를 받은 뒤 국내 비만 환자들이 출시를 손꼽아 기다려 왔다.
출시 첫 날 병·의원 주문이 폭발하며 오전 한 때 쥴릭파마코리아 사이트가 마비되는 사태까지 발생했다. 출시 전부터 국내 수요가 컸던 데다 공급 물량이 제한적인 만큼 초도 물량 확보 경쟁이 붙었기 때문이다.
일선 병원에도 환자들의 위고비 문의가 폭주했다.
서울의 한 내과의원 관계자는 “아침부터 위고비 처방을 받을 수 있는지 문의가 쇄도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오늘 제약사에 주문을 넣었지만 정확히 어느 정도 물량을 언제 받을 수 있을지는 답변받지 못했다”고 답했다.
대형병원 비만클리닉 관계자 역시 “세계적으로도 위고비 공급이 제한적이라 우리도 얼마나 물량을 확보할 지 모른다”면서 “공급 물량이 확정돼야 처방 가격도 결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위고비는 초기 체질량지수(BMI) 30㎏/㎡ 이상인 성인 비만환자 또는 BMI가 27㎏/㎡ 이상 30㎏/㎡ 미만 과체중이면서 고혈압 등 1개 이상 체중 관련 동반 질환이 있는 환자에게 처방할 수 있는 전문의약품이다. 식약처는 구토, 두통, 설사, 담석증, 모발 손실, 급성췌장염 등 부작용이 따를 수 있어 주의를 당부한 만큼 의사와 상담 후 처방이 필수다.
위고비는 펜 주사기 1개당 공급가가 37만2025원이다.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 의약품이라 실제 가격은 병·의원이나 약국마다 천차만별일 가능성이 높다.
그럼에도 국내에서 위고비 열풍은 거셀 것으로 보인다. 일론 머스크 등 유명인 사례가 퍼지며 비만인들 사이에서 '꿈의 치료제'로 부상한 데다 기존 치료제와 비교해 효능도 월등히 높기 때문이다.
실제 노보노디스크가 출시한 삭센다 역시 2018년 국내 출시했지만, 위고비와 같은 GLP-1 계열임에도 매일 투여해야 하고 56주 기준 평균 7.5% 체중 감량 효과가 있었다. 반면 위고비는 주1회 주사인 데다 68주 투여 기준 체중을 평균 14.8% 감량하는 효과가 확인됐다.
정용철 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