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계가 인사 시즌을 앞두고 숨죽이고 있다. 고금리·고물가로 인한 경기 침체와 신사업 부진 등으로 업계 전반에 위기감이 팽배하다. 지난해에 이어 강력한 쇄신 인사가 나올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그룹은 내달 중순 이후 임원 인사를 단행할 것으로 관측된다. 지주를 비롯해 면세·화학 등 전사적인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한 만큼 변화가 불가피하다. 계열사 대표 14명을 교체했던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의 과감한 쇄신이 점쳐진다.
내년 임기 만료를 앞둔 대표들의 연임 여부가 관심사다. 이동우 롯데지주 대표(부회장), 이영구 롯데웰푸드 대표(부회장)를 비롯해 강성현 롯데마트·슈퍼 대표, 남창희 롯데하이마트 대표, 김주남 롯데면세점 대표 등이 대상자다. 신동빈 롯데 회장의 장남 신유열 롯데지주 미래성장실장 승진 여부에도 시선이 쏠린다.
큰 폭의 조직 개편도 예상된다. 앞서 신 회장은 비효율 사업에 대한 구조조정 의지를 피력한 바 있다. 실적 부진 계열사나 신사업은 과감히 정리하겠다는 의지다. 주요 계열사 내부에서는 부문 축소에 대한 전망도 나온다. 실적이 미진한 사업 부문을 통·폐합해 임원 숫자를 줄이는 방식이다. 위상과 기능이 축소된 사업군 HQ 조직 체계에 대한 재고 가능성도 제기된다.
신세계그룹은 이달 중 정기 인사를 단행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번 인사는 정용진 회장이 승진 이후 처음으로 단행하는 인사라는 점에서 주목 받고 있다. 정 회장은 취임 직후 인사 체계 개편을 통한 인적 쇄신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이번 인사는 변화 폭이 크지 않을 전망이다. 앞서 신세계는 지난해 전체 계열사 40%인 9명의 대표를 물갈이 했고 올해도 실적이 부진한 건설, e커머스 대표를 원포인트 인사로 교체했다. 유신열 신세계디에프 대표를 제외하면 계열사 대표 대부분 재임 기간이 2년 미만이다.
다만 여러 계열사를 겸직하는 대표가 있는 만큼 정 회장의 색깔이 반영된 외부 인사 영입 가능성도 제기된다. 내부 효율화 작업이 가속화되면서 실무급 임원 희비가 엇갈릴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정유경 신세계 총괄사장의 부회장 승진 여부도 주목 받고 있다.
현대백화점그룹은 쇄신보다는 안정에 무게가 실린다. 이미 지난해 지주사 전환과 함께 핵심 계열사인 백화점과 홈쇼핑 대표를 나란히 교체한 바 있다. 안정성을 중시하는 그룹 경영 기조를 고려했을 때 소폭의 변화가 예상된다.
민경하 기자 maxkh@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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