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븐일레븐을 운영하는 코리아세븐(세븐일레븐)이 비상경영에 돌입한다. 창사 이래 첫 희망퇴직과 함께 직원 임금 동결을 결정했다. 그룹 차원에서 야심차게 추진한 미니스톱 인수가 결국 독이 됐다는 분석이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세븐일레븐은 전날 희망퇴직 시행과 함께 임금 동결 사실을 공지했다. 김홍철 코리아세븐 대표부터 사원급까지 전 직원 임금이 1년 간 동결된다. 롯데 유통군 계열사 중 임직원 임금을 동결한 것은 '사드 사태' 여파로 고전하던 지난 2017년 이후 7년 만이다.
세븐일레븐 관계자는 “조직 체질 개선 작업 일환으로 희망퇴직과 함께 올해는 전 직원 임금동결을 결정하고 임직원의 양해를 구했다”며 “임금은 상황에 따라 결정되기 때문에 최근 소비침체 등 어려운 기업 상황이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전날 세븐일레븐은 창사 이래 첫 희망퇴직을 발표했다. 현 직급 10년차 이상 근속자와 만 45세 이상의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는다. 지원금액은 기본금 18개월분과 재취업지원금 1000만원이다. 자녀학자금이 있다면 1인당(최대 2명) 1000만원을 추가로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희망퇴직과 함께 임금동결이 결정되면서 사실상 비상경영에 돌입했다는 평가다. 누적된 적자로 고강도 체질 개선이 필요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업계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소비침체가 겹쳤고, 지난 3월 마무리된 미니스톱 통합 작업에도 반전은 이루지 못하고 사업 비용만 늘어 부담이 더욱 커졌다는 분석이다. 지난 2022년 미니스톱 인수 첫해 영업손실은 48억원이었지만 2023년 551억원, 올해 상반기에만 441억원을 기록했다.
세븐일레븐은 미니스톱 인수로 도약을 기대했지만 외형 확장보다는 수익성이 낮은 점포를 정리하는 등 점포효율화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2022년 1만4265개였던 점포 수는 지난해 말 기준 1만3130개까지 줄었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100여점포가 폐점하는 동안 신규개점 점포는 20여개점에 그쳤다.
늘어난 비용 부담에 세븐일레븐은 고강도 체질 개선에 나선 상황이다. 지난 7월 사옥을 서울 중구 수표동 시그니쳐타워에서 강동구 이스트센트럴타워로 옮겼고, 본업에 주력하는 차원에서 현금인출기(ATM) 사업부(옛 롯데피에스넷) 매각도 추진 중이다.
그룹 전반의 비상경영 기조를 고려해 비용 절감에 고삐를 당길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에서는 사업부 통합 등 조직 개편이 이뤄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편 세븐일레븐을 넘어서 롯데그룹 전반의 비상경영이 확산하는 모양새다. 롯데지주는 지난 8월 비상경영 체제를 선언했다. 롯데면세점과 롯데케미칼도 각각 지난 6월과 7월 비상경영에 돌입한 상태다.
강성전 기자 castleka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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