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자이가 알츠하이머 신약 '레켐비(성분명 레카네맙)'를 12월 '비급여'로 국내 출시하기로 확정했다. 국내 가격은 연간 2000만원대로 책정될 전망이다.
한국에자이 관계자는 “12월 출시가 확정돼 비급여 판매를 병·의원에서 시작할 예정”이라며 “가격은 미국이나 일본에서 판매되는 것보다 저렴하고, 조만간 공개하겠다”고 16일 말했다.
레켐비는 뇌 신경세포의 비정상 단백질 '아밀로이드 베타' 응집체와 원섬유를 제거해 질병 진행을 늦춘다. 초기 알츠하이머병 질환 진행과 인지 기능 저하 속도를 늦추는 효과를 인정받은 치매 치료제다. 레켐비 임상에 따르면 알츠하이머 증상 악화를 27% 지연시킨다.
보건복지부 중앙치매센터 자료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치매 환자는 94만명, 2023년 98만명으로 늘었다. 올해는 105만명, 2030년엔 142만명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유례없이 빠른 고령화 속도와 함께 치매 환자가 급격히 늘어나는 양상이다. 다만 치매 환자 100만명 모두가 레켐비 타깃군은 아니다.
한국에자이 관계자는 “경도인지장애와 초기 알츠하이머병 진행 환자들이 대상이고, 이들 중에서도 양전자방출단층촬영(PET) 검사 등을 통해 뇌에 아밀로이드 베타 응집체가 있는지 확인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약가는 일본보다 저렴할 예정이다. 현재 레켐비는 12개월 기준 미국 약 3500만원, 일본은 약 2700만이다. 다만 일본은 국가에서 보험을 적용해 치매 환자 부담을 대폭 낮췄다. 국내는 일본보다 낮은 가격인 2000만원대로 책정될 예정이지만, 정부와 약가 협상이 끝나지 않아 초기 이용자들은 약가 비용을 자부담해야 한다. 레켐비는 2주 단위 정맥 주사로 꾸준히 맞아야 효과가 있다. 이 때문에 가격 장벽이 존재할 수 밖에 없다.
한국에자이 관계자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과 약가를 논의하고 있지만 건강보험료 기준으로 책정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면서 “경제활동을 하고 있지 않지만 고액 자산가일 수 있고, 자녀들이 약가 부담을 책임질 수도 있기 때문에 환자수는 현재 쉽게 예측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레켐비는 국내에서 지난 5월 미국, 일본, 중국에 이어 네 번째로 승인됐다. 최근 국회에서 진행된 국정감사에서 레켐비 승인 과정을 두고 중앙약사심의위원회 검토 없이 허가가 이뤄졌다면서 의문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를 두고 업계관계자는 중앙약사심의위원회 검토는 의무 사항이 아니고, 전체 신약 기준 7% 미만이 열린다고 반박했다.
송혜영 기자 hybrid@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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