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광 산업이 몹시 어렵다. 우리나라 태양광 산업을 말하는 것이다. 세계적으로 태양광 산업은 매년 20% 이상의 성장률을 보이며 급격히 팽창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태양광 산업은 역주행하고 있다. 작년에 한화 등 많은 국내의 태양광 기업이 인력 구조조정을 단행했고, 공장 가동을 대폭 줄였다. 국내 태양광 정책에 힘을 받지 못한데다 저가의 중국산 태양광 제품의 공습을 이겨내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한국기계전기전자시험연구원(KTC)은 지난 2022년도부터 산업통상자원부가 주관하고 한국산업기술진흥원이 지원하는 공적개발원조(ODA) 사업인 '모로코 태양에너지 분야 개도국 생산 현장 애로 기술 지도(Technical Advice and Solutions from Korea, TASK) 사업'의 총괄 책임을 맡고 있다. TASK 사업은 개발도상국 특정 산업의 애로사항을 파악하고 관련 국내 전문가를 파견해 문제점을 해결해주는 것을 골자로 한다.
특히, 모로코 TASK ODA 사업은 태양광 분야 현지 민간기업 등을 대상으로 우리 태양광 기술을 전수하여 애로 기술을 해결했다. 국내 기업과 모로코 기업 간의 신규 비즈니스 공동 발굴 기회를 창출했다. 2022년 7월부터 현재까지 40곳 이상의 국내 및 모로코 기업이 현지에서 70여 회 넘는 기술 미팅을 가졌다.
이러한 노력의 결실로 지난 2023년 국내 태양광 설계조달시공(EPC) 기업인 BK에너지와 모로코 EPC 기업인 제트에너지(Jet Energy), 에너지핸들(Energy Handle)이 한-모로코 컨소시엄을 구성해 모로코 탕헤르 지역의 13㎿ 수상 태양광 프로젝트 국제입찰에 공동 참여했다.
모로코는 아프리카 북서부에 위치해 일사량이 2500~3000 kWh/㎡에 달할 정도로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를 생산하기에 최적인 입지로 알려져 있다. 항공으로 20시간 이상 소요되는 원거리 지역으로 국내 기업이 접근하기 쉽지 않은 곳이다. 하지만 모로코 TASK ODA 사업을 통해 국내 태양광 기업은 미지의 땅을 직접 밟았고 이를 통해 국내의 어려운 비즈니스 환경을 타개할 돌파구를 찾았다.
특히 지난 9월엔 모로코 TASK ODA 사업의 참여기업이자 국내 태양광 모듈 제조기업인 한솔테크닉스가 세계 최초로 개발한 미디어 태양광발전(PV) 시스템을 모로코에 성공적으로 설치했다. 미디어 PV는 기존 태양광 패널에 LED를 장착, 전력 발생과 동시에 광고 효과를 낼 수 있는 신개념 태양광 모듈이다.
현지 준공식에서 모로코 수원기관(IRESEN, 신재생에너지연구소)은 2030년까지 모로코 전력 발전원 52% 이상을 재생에너지로 전환하는 국가 목표를 수립하고 기존 옥외광고판을 미디어 PV로 대체한다고 전했다. 특히, 2030년 스페인, 포르투갈과 함께 월드컵 유치를 확정 지었고, 미디어 PV를 통해 재생에너지 강국임을 전 세계에 홍보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쉽게도 모로코 TASK ODA 사업은 올해 말에 종료된다. 30개월이라는 짧은 기간이었지만, 국내 태양광 산업에 활력을 불어넣고 모로코와 북아프리카라는 미지의 시장을 개척하는 기회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모로코 TASK ODA 사업은 남다른 의미가 있다.
KTC는 사업 종료 후에도 국내 기업과 모로코 기업 간의 네트워크를 확대해 실제 수출 계약으로 이어지도록 가교역할을 할 계획이다. 이러한 노력의 결실이 국내 태양광 산업의 부흥으로 이어지길 간절히 바란다.
조성대 한국기계전기전자시험연구원 책임연구원(모로코 TASK ODA 사업 총괄책임), sdcho@ktc.re.kr
안수민 기자 smah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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