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시대 전력 수요 급증에 대한 대응책이 최대 난제로 부상했다. 세계 최대 반도체 장비 기업 어플라이드머티어리얼즈가 AI발 전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컴퓨팅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반도체 기술 혁신의 필요성과 이를 위한 산업계 협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박광선 어플라이드머티어리얼즈코리아 대표는 16일 전자신문과 반도체 패키징 발전전략 포럼이 공동 주최한 '반도체 한계를 넘다' 콘퍼런스에서 “반도체 성능 뿐만 아니라 전력 효율을 어떻게 높일지가 업계가 당면한 과제”라면서 “전력 효율에 대한 비약적 발전 없이는 에너지 수요를 감당하기 힘든 만큼 에너지 효율적인 컴퓨팅 구현이 미래 AI 리더십을 결정하는 주요 요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1조개의 파라미터(매개변수)를 가진 GPT-4 모델을 학습하는데 필요한 에너지는 5만2000메가와트시(MWh)로 5000가구가 1년 동안 쓰는 전력에 맞먹는다. 2030년에는 데이터센터에서 필요한 전력이 전체 전력 수요의 10% 이상을 차지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박 대표는 “이제는 성능 뿐만 아니라 전력 효율 확보가 엄청난 과제가 됐다”면서 “지난 1~2년 사이 고객들도 전력 효율에 대한 많은 요구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박 대표는 특히 에너지 효율 개선을 위해 △첨단 로직 △고성능 D램 △적층 기술 △첨단 패키징 기술 등 4가지 분야 혁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컴퓨팅 속도와 성능을 개선하기 위한 새로운 트랜지스터 구조가 필요하고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고성능 D램이 필요하다”면서 “또 이를 적층하는 기술과 모두를 총체적으로 아우르는 첨단 패키징 기술도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첨단 로직 분야에서 어플라이드가 앞·뒤 인접공정을 하나의 플랫폼으로 단일화하거나 분리하는 첨단 솔루션을 지원하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어플라이드는 차세대 트랜지스터 구조인 게이트올어라운드(GAA) 공정에서 일부 식각과 증착 공정을 묶어서 공정 단계를 줄이고 실리콘 인터페이스의 접촉 저항을 50% 줄였다.
박 대표는 목표 달성을 위한 연구개발(R&D) 협업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실제 실행에 나서, 어플라이드는 실리콘밸리 캠퍼스 내에 반도체 공정 기술·제조 장비 R&D 협업을 위한 EPIC 센터를 구축 중이다. 칩 제조사, 대학, 파트너사가 참여해 반도체·컴퓨팅 산업에 필요한 기초 기술 개발과 상용화를 추진하기 위한 협업 시설이다.
박 대표는 “전통적인 반도체 R&D는 직렬적 구조로 학교에서 기술을 개발해 설비회사와 재료회사를 거쳐 칩 제조사가 제품을 구현하고 상용화하기까지 10~15년이 걸렸다”면서 “EPIC 센터가 본격 가동되면 R&D 효율을 높여서 최대 2배 더 빠른 속도로 기술 상용화가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정현정 기자 ia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