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의 역할은 교육에서 연구, 이제는 사회에 기여하는 창업과 기술지주로 분화하고 있습니다. 디지털 전환 시대에 대응할 수 있는 체질 개선이 대학에도 필요합니다. 앞으로 더 많은 변화가 일어날 수 있도록 다양한 정책실험이 가능해야 합니다.”
'제1회 디지털 교육 규범 릴레이 포럼'이 16일 서울 성북구 고려대 안암캠퍼스에서 열렸다. 지난 6월 교육 분야 주요 학회가 참여한 '디지털 교육 분야 학회 네트워크' 간담회에서 포럼 구성을 밝힌 뒤 열린 첫 포럼이다.
이날 참석자들은 디지털 전환 시대에 맞는 고등교육 정책을 촉구하면서 변화하고 있는 환경에 맞춰 재정적인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안준모 고려대 행정학과 교수는 “그동안 산업계에 새로운 변화가 올 때마다 국가의 정책은 '디지털 인재 10만 양병설'과 같은 학과 신설을 통한 인재 양성이었다”며 “이런 방식은 유행이 지나면 소용없어지는 정책으로 이제 대응책이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강낙원 한국대학교육협의회 고등교육연구소장은 “미래 대학은 지식과 기술을 연구하고 생산할 뿐 아니라 다양한 수요자가 교류하고 선택하고 학습하는 플랫폼이 돼야한다”면서 “대학은 전통적인 방식에서 벗어나 유연하고 개방적인 플랫폼으로 기능할 필요가 있다”고 부연했다.
이 자리에서는 해외 대학 교육 사례가 다양하게 소개됐다. 네덜란드는 대학 AI 교육에서 학제 간 협력을 강조한다. 수학은 물론 언어학, 의학, 생명과학을 비롯해 철학, 미학 등 다양한 분야가 교차하도록 학제 간 접근을 이끈다. 일본은 '단일 국립대학 법인의 복수대학 운영제도' 도입을 통해 국공립대와 사립대의 경계를 넘어서는 연대체계 구축 등 방안을 마련했다.
참석자들은 AI 도입 등 교육 환경의 변화에 필요한 고등교육 재정 확충을 요구했다. 안준모 교수는 “생성형 AI를 대학에서 활용하는데 학생들에게 제공해줄 수 없어 유료 구매를 하도록 하고, 교수 역시 자비로 구매해야 한다”며 “현재 대학이 디지털 전환 교육을 할 수 있는 충분한 교육투자를 하고 있지 못하다”고 짚었다.
강낙원 소장도 “디지털 전환을 지원하기 위한 인프라와 교육 프로그램에 충분한 재정적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라면서 “대학이 혁신적 교육 프로그램에 투자하고 최신 기술을 도입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포럼에서는 디지털 교육 규범에 대한 의견도 제시됐다. 변수연 부산외국어대 교수는 “현재의 디지털 규범은 내용의 폭에 비해 깊이가 원론적인 수준에 그치고 있어 보다 구체화 돼야 한다”며 “디지털 학습기기의 사용에 있어 교육 현장에서 어떻게 대처하는지 등에 대한 규범이 언급돼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변 교수는 “대학과 학생이 디지털 시대를 살기 위해서는 디지털 기술의 사용 여부와 사용 방식을 적절히 선택해야 한다”면서 “선택을 현명하게 하기 위해서는 디지털 교육 규범을 구체화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지희 기자 eas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