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는 여러 산업에서 아시아 허브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하지만 자율주행 측면에서는 높은 인구 밀도와 많은 교통량으로 기술적 난이도가 높은 것이 사실이다.
자율주행 상용화 전환점이 되고 있는 2024년을 지나면서 싱가포르에서도 자율주행 관련 시장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싱가포르를 기점으로 동남아 시장에 진출하려는 자율주행 업체들의 노력과 정부 지원이 맞물리면서, 관련 산업의 성장이 예고되는 상태다. 미중 무역 분쟁 상황에서 중국 업체를 견제하면서도 완전 배제하지 않는 싱가포르의 실리주의도 여러 회사의 다양한 테스트 실시에 도움이 되고 있다.
현재 싱가포르 자율주행 시장의 대표 업체로는 싱가포르 기업 무비타, 우리나라의 오토노머스에이투지, 중국 위라이드와 유아이시 등을 들 수 있다. 또 벤티, 지로스 등 회사들은 항만·물류 등을 위한 자율주행 서비스를 하고 있다.
싱가포르 정부는 자율주행이 가능한 시범 지구를 지정하고, 테스트 단계를 나눠서 기업의 자율주행 면허와 인증을 실시하고 있다. 싱가포르 자율주행은 다른 나라에 비해 높은 기술과 규제 수준을 만족해야 한다. 때문에 싱가포르 다국적 기업은 싱가포르 자율주행 서비스 진행 회사들을 자국에 적극 추천하고 있다.
무비타와 오토노머스에이투지는 싱가포르 자율주행 시범 서비스를 통해 해외 시장에 진출한 대표적인사례다. 무비타는 싱가포르 정부의 많은 지원을 기반으로 성장해 왔다. 자율주행 시장에 도전했던 여러 싱가포르 기업 가운데 유일하게 시장에서 생존하면서, 해외 시장에 진출하고 있다. 무비타는 싱가포르 자율주행 실적을 기반으로 말레이지아와 중국에 진출했다.
오토노머스에이투지도 싱가포르 자율주행 실적을 기반으로 아랍에미리트(UAE)에 진출했다. 아랍에미리트 바야낫 싱가포르 지사가 현지 진출을 도운 바 있다.
위라이드와 유아이시도 싱가포르 시장 진출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위라이드는 싱가포르 센토사섬 호텔간 자율주행 셔틀 시범 서비스를, 유아이시는 싱가포르 창이공항 자율주행 이동 시범 서비스를 시작했다. 중국 기업은 싱가포르 시장 진출을 위해서 상대적으로 저가에 시범 서비스를 진행하면서 투자 성격의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는 평가를 받고 있다.
현대차가 투자한 모셔널도 싱가포르 자율주행 시범 서비스를 진행한 경험이 있다. 이에 현지에서는 현대차 싱가포르 혁신센터(HMGICS)의 로보택시에 대한 싱가포르 진출에 대한 기대와 웨이모 자율주행차의 HMGICS 생산과 싱가포르 진출에 대한 기대도 나온다.
최근 싱가포르에서는 자율주행 생태계 조성을 위해 관련 업체들의 협력 양상도 나타나고 있다. 무비타, 오토노머스에이투지, 위라이드 등은 싱가포르 자율주행 생태계 조성, 관련 제도 마련과 규제 개선, 자율주행 서비스를 위한 노력 등에서 공동 협력을 모색하고 있다.
현지 싱가포르 자율주행 관계자는 '제2의 자율주행 붐이 일어나고 있다'고 평가했다. 경쟁하면서도 협력하는 싱가포르 자율주행 업체의 상용화 노력과 제도적 노력, 싱가포르 정부의 지원을 바탕으로 구체적 관련 시장의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고 밝혔다.
싱가포르 자율주행 시장 성장은 우리나라 관련 기업에게도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오토노머스에이투지는 최근 싱가포르 관련 기업에게 자율주행 차량을 공급하는 협력을 논의 중에 있다. 향후 자율주행 센서, 소프트웨어, 차량 부품 등 우리나라 관련 생태계의 해외 진출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우리나라 자율주행 관련 업체가 싱가포르 시장을 발판으로 동남아와 중동 시장 등에서 좋은 실적을 거둘 수 있기를 기대한다.
정구민 국민대 전자공학부 교수 gm1004@kookmin.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