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미래 모빌리티 시장의 성장속도와 규모는 집계하기 불가능할 정도로 빠르고 방대하다. 특히 차세대 자동차분야는 인공지능(AI) 등 첨단기술의 접목으로 우리가 인식해온 기존 자동차 개념을 넘어서는 새로운 산업 영역을 구축하고 있다.
분명한 것은 '캐즘(Chasm)'에도 불구하고 전기차와 자율주행차 등 그린카로 불리는 차세대 지능형 자동차 시대는 예상보다 더 빠른 속도로 결국 도래하고야 말 것이라는 사실이다.
국내 대기업들은 잰걸음으로 다가오고 있는 미래 자동차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대규모 투자에 주저하지 않고 있다. 자동차에 접목될 첨단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을 잇따라 사들이고, 글로벌 기업간 협업으로 미래 시장을 미리부터 준비하고 있다.
반면 자동차부품 관련 국내 중소기업들은 투자 여력의 한계, 연구개발(R&D) 역량과 인력 부족, 제품 시험·평가·인증의 어려움 등으로 급변하는 자동차 시장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나라가 글로벌 미래 자동차 시장을 주도하기 위해서는 중소기업의 미래차 전환이 무엇보다 중요한 만큼 이들을 지원해줄 수 있는 정책과 플랫폼이 절실하다.
이런 가운데 자동차분야 지역혁신기반 구축사업의 일환으로 2008년 설립된 지능형자동차부품진흥원(KIAPI)은 차세대 자동차분야 중소기업의 기술개발은 물론, 다양한 인프라를 발판으로 제품 시험·평가·인증을 지원하는 국내 유일 지능형자동차분야 기술지원 및 시험전문기관이다.
KIAPI는 특히 자동차분야 전문 지원 인력을 통해 대구경북지역 자동차부품 관련 중소기업들이 미래 자동차 시장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도록 사업재편을 지원하고, 인력난을 겪고 있는 기업에 청년 인력을 수혈, 지역에 미래 자동차산업 생태계를 만드는 플랫폼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미래차를 위한 시험·평가·인증의 모든것=KIAPI의 핵심 인프라는 역시 2014년에 준공된 41만㎡ 규모의 주행시험장(대구 달성군 구지면)이다.
대구시와 산업통상자원부, 지역자동차기업이 협력해 최첨단 지능형자동차를 테스트할 수 있도록 구축한 국내 유일 시험장이다. 국내 기준은 물론, 유럽과 미국, 중국 기준에 맞는 적합성 평가도 가능하다.
특히 현대자동차와 르노삼성자동차 등 국내 완성차업체뿐만 아니라 넥센타이어 등 자동차 관련 제품의 성능을 테스트하고 평가할 수 있다. 시험장에는 190억원의 사업비를 들여 전용 플랫폼도 구축했다. 차량 통신(V2X) 기반 자율협력주행 시험 지원, 교차로 신호제어통신시스템, 자율주행 규제프리존-3차원 고정밀 도로지도 등을 구축해 자율주행시험이 가능하다.
특히 KIAPI는 주행시험장을 활용해 기업을 지원한 다양한 사례를 남기고 있다. 이 가운데 국내 완성차업체의 전기차 출시를 앞두고 소비자 안전과 직결되는 차량안정성 제어 테스트에 쏟은 노력은 실제 상용화라는 결실로 이어졌다.
또 자동차부품업체 A사의 헤드램프 개발에도 기여했다. KIAPI는 야간 도로 주행시 조명을 조절, 사고를 예방하는 헤드램프의 능동형 안전기능 ADB(Adaptive Driving Beam) 개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A사에 주행시험장과 주행로봇을 이용한 시험방법을 제안해 해당 기능에 대한 기술을 개발하는 데 중요 단초를 제공하기도 했다.
아울러 지난 6월 산업부 '모빌리티 실제 환경 모사 전자파 장애평가시스템 구축사업'에 선정된 것도 자동차 분야 인증시험에서 기업지원체계 기반을 강화하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향후 4년간 180억원을 투입하는 이번 사업은 전자파 안정성 평가지원센터를 구축, 전자파 관련 평가장비를 갖춘뒤 중소·중견기업의 시험평가, 기술개발을 지원하고, 해외수출까지 지원하는 사업이 목표다.
현재 영남권역의 완성차 전자파 인증기관은 부산테크노파크가 유일하다보니 지역 기업들은 시험과 인증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센터가 구축되면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 전자파 평가, 실제 도심 환경 모사(EME) 시험평가도 가능하다.
또 미래차 전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중소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지역산업 기반 ICT융합기술 고도화지원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ETRI 대경권연구본부를 중심으로 추진되고 있는 이번 사업을 통해 AI융합기술 중심의 고부가가치 기술개발을 중소기업에 지원해 줄 계획이다.
한국산업기술원이 주관해 전국 40개 기관이 소재·부품·장비 관련 기업에 바우처를 지급하는 신뢰성 기반 활용 지원사업도 운영하고 있다. KIAPI는 이 사업으로 지난 5년간 총 22개 기업이 부담해야 하는 15억원의 시험비용중 12억원을 국비로 지원, R&D 비용 절감 혜택을 제공했다.
KIAPI는 우편배달업무에 활용할 수 있는 초소형 전기차의 국내 보급을 확대하는 데도 크게 기여했다. 초소형 전기차에 대한 국내 수요가 늘면서 차량의 안전장치와 편의장치에 대한 성능평가도 필수 요소가 됐다. 그동안 전기차 성능평가와 국토부 안전기준시험을 병행해온 KIAPI는 국내 여러 초소형 자동차 관련 기업의 제품 개발과 인증 평가를 지원했다.
또 최근 자동차에 ADAS 등 첨단 기능이 탑재되면서 2020년부터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협력해 주행시험장을 활용, 자동차 사고 조사를 위한 자동긴급제동장치(AEB) 분석 서비스도 지원하고 있다. 주행시험장에서 실제 사고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국과수가 진행하는 AEB 시스템 성능 한계 실험에 참여해 사고 원인과 자동차의 한계를 분석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KIAPI는 또 환경부로부터 소음·배출가스 인증시험 대행기관으로 지정돼 2021년부터 차량 인증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그동안 개별 수입차량의 소음·배출가스를 동시에 인증시험 할 수 있는 기관은 인천에 위치한 한국환경공단에서만 가능했었다.
또 전기차 제작자 및 중국 전기차 증가에 따라 2021년 말 환경챔버를 구축하고, 이듬해 1월부터 전기차 시험분야로 업무를 확대했다. 지금은 스마트특성화사업을 통해 이륜전기차 1회 충전 주행거리 시험이 가능하도록 차대동력계 및 환경챔버를 구축 중이다. 내년에 이륜차 인증으로 확대하게 되면 KIAPI는 소형 모빌리티부터 대형 전기차까지 전 차종 시험이 가능해진다.
KIAPI는 그외 전기차 보급 활성화를 위해 2022년부터 대구환경공단, 채비와 협력해 전기차 인증시험과 보급대상 평가 항목에 대한 평가지원을 수행했으며, 차량 소음이나 진동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2020년부터 올해까지 현대자동차와 협업해 시트, 전동트렁크 등 차량부품에 대한 NVH(Noise·Vibration·Harshness) 성능평가도 진행했다.
지난 5월에는 산업부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DV) 전장부품 보안평가센터 구축사업에 최종 선정돼 국내 최초로 자동차 전장부품의 보안을 평가할 수 있는 센터도 구축할 예정이다. 올해부터 향후 4년간 총 250억원의 사업비가 투입된다. KIAPI는 이번 사업을 주관해 SDV 전장부품 사이버보안평가센터 및 각종 관련 장비를 구축한다.
◇첨단 장비 구축 및 R&D로 기술지원=KIAPI는 모빌리티 핵심기술을 연구하는 국내 산·학·연과 함께 자율주행기술개발혁신사업에도 참여해 미래 모빌리티 산업을 선도하는 역할을 수행 중이다.
자율주행기술개발혁신사업은 2027년까지 레벨4/4+ 자율주행 상용화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정부가 주도하는 약 1조원 규모 R&D사업이다. 현재 270개 기관, 900여명의 연구진이 참여하고 있다. KIAPI는 주행시험장과 자율주행 실증도로, 실차 검증·평가 기술과 장비를 기반으로 모빌리티 핵심기술개발에 나서고 있다.
자율주행실증 테스트베드도 구축했다. 2017년 산업부 자율주행자동차핵심기술개발사업에서 개발되는 9대 핵심부품 및 2대 시스템의 성능 및 신뢰성을 확인하기 위해 '자율주행 기술의 신뢰성 평가를 위한 실도로 기반의 실증 평가 기술개발' 과제의 주관기관으로 실도로 실증 테스트 환경을 구축했다. 대구테크노폴리스로 12.9㎞와 도심로 2.4㎞ 구간에 V2X 통신기지국(RSU), 보행자검지기, 돌발상황검지기, 교통신호제어기 등 노변 인프라 6종을 설치, 자율주행 실증 평가를 위한 환경을 마련했다.
아울러 지난해 6월 국내 최초로 주행시험장 자율주행시험로에 국산 SDR(Software defined radio) 플랫폼이 적용된 통신 노변기지국 3기도 구축했다. 한국전자기술연구원(KETI)와 ETRI, 대보정보통신, 에티포스 등 V2X 관련 기술력을 보유한 기관·기업이 참여해 5G-NR-V2X 기반 대용량 동영상 전송과 초저지연 통신 성능을 검증하기 위한 시연 행사도 마쳤다.
서재형 KIAPI 원장은 “자율주행로인 대구테크노폴리스로는 자율주행 평가를 위해 요구되는 다양한 주행 조건을 갖추고 있다. 자동차전용도로 및 도심로 구간을 포함해 터널, 교량, 지하차도, 교차로, 합류로 및 분기로 등 여러요소를 포함해 최적의 자율주행 실증 환경을 만족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산업부 소재부품기술개발사업 중 신규지원 대상과제로 5인승급 AAM 상용기 탑재용 통합형 전기엔진개발에도 선정돼 올해부터 연구를 수행한다. 한국항공우주산업이 총괄 주관하는 이번 사업에서 KIAPI는 항공용 전기엔진 모터를 제어할 수 있도록 가변형 인버터를 개발하기 위한 HILS 시험 환경 구축과 SW 및 HW 인증 프로세서 개발을 지원한다.
◇미래차 전환 지원 및 인력양성=KIAPI는 지역 자동차부품 관련 중소기업들이 미래차 부품산업에 안정적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종합지원하고, 인력난 해소와 청년 일자리 창출에도 성과를 내고 있다.
우선 2022년 1월 문을 연 미래차전환 종합지원센터는 전기차와 자율주행차, 수소차 등 미래차 생태계 변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자동차부품업계의 미래차로의 전환에 총력을 쏟고 있다. 10월 현재 지역 209개 기업이 협의체에 가입돼 있다.
KIAPI는 이들을 중심으로 모빌리티 산업 기업지원기관 정보 제공, 산업 및 정책자료 제공, 미래차 전환 기업 발굴 및 사업재편 계획 지원 등을 추진 중이다. 특히 지난 7월 '미래자동차 부품산업의 전환 촉진 및 생태계 육성에 관한 특별법'이 시행됨에 따라 지역 자동차부품기업의 미래차 전환을 확대할 계획이다. 센터는 지난해 22개사를 지원해 사업화 매출액 61억4000만원, 신규고용 70명 등의 성과를 창출했다.
지역자동차기업의 인력난 해소와 인재의 지역 정착도 KIAPI의 중요한 과제다. 2019년부터 지금까지 취업준비생과 재직자 대상 모빌리티 혁신인재 양성사업을 꾸준히 이어오고 있다. 그동안 미래 모빌리티 관련 청년인재 169명을 양성했으며, 이 가운데 80%가 지역기업에 취업했다.
지역기업 취업자 가운데 65%는 2년 이상 지역에 정착하는 성과를 거뒀다. 미래차 전환기업을 대상으로 한 재직자 교육과 소재부품산업의 모터관련 교육도 수행해 기업들로부터 호평을 받고 있다. 2019년부터 8년간 92개 기업에 518명의 채용장려금을 지원한다. 올해는 현대기아차 협력사, 자동차부품제조기업을 대상으로 근로자 및 기업에 채용장려금과 도약장려금을 지원하고 있다.
◇모빌리티분야 국내외 기관간 협력 강화=모빌리티 관련 국내외 공공·민간기관, 기업과의 협력을 바탕으로 기술 경쟁력을 강화하고, 모빌리티 전문기관의 위상을 높이는 데도 총력을 쏟고 있다
KIAPI는 최근 KETI와 AI 모빌리티 연구 협업 강화를 위한 업무협약도 맺었다. 상호 기술 경쟁력 강화를 통해 AI 모빌리티 시대로의 전환에 발빠르게 대처하겠다는 전략이다. 양 기관은 협업을 바탕으로 신기술분야 정보·인적교류, AI 모빌리티 연구협력, 공동 프로젝트 발굴 등에 적극 나서기로 했다.
재난 발생시 도로교통 네트워크 통제를 위한 기술 고도화와 실증에도 참여하고 있다. KIAPI는 지난해말 경찰청 소관 자율주행기술개발혁신사업의 돌발상황 및 재난발생시 도로교통 네트워크 통제를 위한 현장제어 기술개발 관련 교류회를 열었다.
이번 실증은 자율주행차와 일반자동차가 함께 운행될 경우 생길 수 있는 여러가지 돌발상황에 효과적으로 대처하는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 목표다. KIAPI는 현재 경찰청, 과학치안진흥센터, 자율주행기술개발혁신사업단 지원을 받아 관련 기술들을 개발 중이다.
미래 자동차 관련 인재양성을 위해 대학과의 협력도 빼놓을수 없다. KIAPI는 올해 초 한국폴리텍1대학과 R&D 및 인력양성 협력 협약을 맺었다. 양 기관은 기술협력뿐 아니라 인적교류·인재양성에 나설 방침이다. KIAPI는 이미 2022년 동서울대와 신산업분야 특화 선도전문대학지원사업 지원을 위한 협약도 체결한 바 있다.
◇모빌리티 생태계 구축 위한 다양한 행사 개최=KIAPI는 2017년부터 미래 모빌리티 산업의 핵심 기술을 살펴볼 수 있는 '대한민국 미래모빌리티엑스포(DIFA) 포럼'을 매년 개최해 오고 있다.
올해 포럼은 오는 23일부터 25일까지 사흘간 대구엑스코에서 열린다. 이번 포럼에는 국내외 모빌리티 전문가 40여명이 참석할 예정이다. 첫날 기조강연은 이상엽 현대자동차 부사장이 맡았다. 둘째날에는 엔비디아와 메타 등 관련 기업들이 특별세션을 구성해 강연을 펼친다.
산업부가 주최하는 '대학생 자율주행경진대회'도 대학생들에게 자율주행에 대한 인식을 높이는 행사로 자리잡았다. KIAPI는 2017년부터 행사를 주관해 왔다. 그 이듬해부터는 대회 상훈이 대통령상으로 격상되면서 위상이 높아졌다. 올해는 22일 본선대회가 열리며, 시상식은 23일 엑스코 야외행사장에서 개최된다.
서재형 원장은 “KIAPI는 미래 모빌리티분야 국내 대표 시험전문기관”이라면서 “미래차 관련 연구기관과 협업해 관련 기업에 기술을 지원하고, 모빌리티 고급인력 양성 및 일자리 창출에 기여함으로써 국가 자동차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대구=정재훈 기자 jh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