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카드가 AI 기반 플랫폼을 수출하는데 성공하면서 금융권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애플페이 한국 진출을 이끈 현대카드가 이번에는 미래 혁신기술 AI를 금융 플랫폼에 녹여 새로운 5차산업 결과물을 해외로 판매하는 쾌거를 올렸다.
그간 국내 금융사들은 해외진출과 적응을 위해 노력해 왔다. 해외에 사무소를 설립한 뒤 시장 조사를 마치고, 수요가 있는 것으로 판단될 경우 해외법인을 설립하는 절차가 일반적이다. 일부 금융사는 기존에 현지에서 영업중인 법인을 인수하는 방법을 선택하기도 했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정책 기조도 이같은 방식을 지원해 주는데 초점을 맞춰왔다. 자회사 소유 및 설립 제한 규제를 완화해 해외진출 장벽을 낮추는 식이다.
다만 아직까지 해외서 뚜렷한 성과를 보여주고 있는 금융사는 없는 실정이다. 국내 금융사들이 진출 타깃으로 삼는 국가들이 성장중인 동남아시아에 쏠려 있는 등 성과를 내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 올 상반기 신한카드가 해외법인 4곳(카자흐스탄, 인도네시아, 미얀마, 베트남)에서 거둔 순이익은 64억4100만원으로 전년 동기(151억2900만원) 대비 57.4% 감소했다. 미얀마와 인도네시아에 법인을 둔 우리카드는 전년 대비 19.7% 감소한 32억2900만원 순이익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KB국민카드 해외법인 네곳(캄보디아·인도네시아·태국)은 순손실 26억7400만원을 기록하며 적자로 전환한 상태다. 롯데카드 베트남법인은 상반기 134억6900만원 순손실을 기록하며 적자폭이 확대됐다.
업계는 현대카드가 AI와 데이터 기술력으로 일본 진출에 성공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우리나라 금융사가 최초로 소프트웨어를 통해 해외에서 인정받고 수요를 확인했다는 점에서다.
이 같은 배경에는 한국의 기울어진 운동장 규제가 있었기 때문이다.
실제 네카토(네이버, 카카오, 토스)로 대표되는 빅테크 금융 3사는 금융 서비스 혁신보다는 자사 상품 끼워팔기에 집중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전통금융사는 금산분리 규제에 따라 금융업을 바탕으로 금융사는 '금융위가 정하는 업종'으로 자회사 업종을 제한해 플랫폼 사업이 금지된 바 있다. 이 같은 까다로운 규제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이번 현대카드의 수백억 플랫폼 수출은 해외 시장으로 진출할 수 있는 교두보가 되는 기회요인이 될 것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특히 카드사의 경우 여신전문금융법에 따라 영업 수수료 등에 대한 엄격한 규제를 받아 온 상황이어서 의미가 크다.
테크 기업도 아닌 현대카드가 AI 소프트웨어를 일본에 수출했다는 점은 향후 타 금융사들도 특화된 우리나라 기술 해외진출 활로를 모색하게 될 것으로 관측된다.
현대카드는 이번 수출을 우리나라 금융사 중 첫번째 '업의 전환' 사례로 꼽았다. 그간 전통적인 방식인 금융서비스를 통한 해외 진출을 넘어, AI 소프트웨어를 수출하면서 '금융사'에서 '테크기업'으로 전환을 증명했다는 설명이다.
현대카드 관계자는 “기존에 금융사들이 해외 진출을 위해 법인이나 사무소를 설립하는 것과 달리 현대카드는 소프트웨어적으로 접근하고자 했다”며 “국내 금융권 최초로 해외에서 기술력을 인정받았다는 점에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박진혁 기자 s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