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 신사업 발굴 난항…디지털 플랫폼 부진에 '고심'

한진 C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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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이 본업과 신사업 사이에서 표류하고 있다. 본업인 택배·물류 시장에서 선전하는 것과 달리 지난 3년 간 조현민 사장이 공들인 디지털 플랫폼 신사업 성과는 부진하다는 평가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한진의 올해 경영 목표는 매출 3조650억원, 영업이익 1380억원이다. 지난 4월 중장기 사업 목표인 '비전 2025' 목표를 낮추면서 올해 수치도 하향 조정했다.

하지만 평균 실적을 고려했을 때 목표 달성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한진의 올 3분기 누적 매출은 2조2111억원, 영업이익은 994억원이다. 작년 동기 대비 7%대 신장률을 기록했지만 목표치와는 거리가 있다. 본업인 택배와 컨테이너 하역 등 물류 사업 분전에도 성장세는 더디다.

회사 안팎에서는 부진한 디지털 플랫폼 사업을 원인으로 보고 있다. 지난 2022년 경영 일선에 나선 조 사장은 미래 먹거리로 플랫폼 사업을 점찍고 매진해왔다. 디지털 플랫폼 본부를 별도 편성하고 직접 사업을 총괄하며 힘을 싣었지만 뚜렷한 성과가 없는 상황이다.

현재 한진은 6개의 디지털 플랫폼을 운영 중이다. 구체적으로 △원클릭 택배 △원클릭 글로벌 △훗타운 △디지털 이지오더 △슬로우레시피 △SWOOP(숲)이 있다. 친환경 물류자재 플랫폼 '그린온한진'은 사업 구상에서 제외됐고 농·축산물 기프트카드 플랫폼 '내지갑속선물'은 지난 7월을 끝으로 종료했다.

남아있는 플랫폼도 존재감이 없다. 업계 최초 개인간거래(C2C) 해외직구 플랫폼을 표방한 훗타운은 이용자 수가 늘지 않으며 고전하고 있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훗타운 월간 모바일 활성 사용자 수(MAU)는 출시 이후 줄곧 8000명대에 그치고 있다.

최근 리뉴얼을 마친 디지털이지오더는 판매 상품이 200여 개 남짓이다. 지난 2021년 출시돼 만 3년차에 접어들지만 고객 후기나 평점 등 이용 흔적을 찾아보기 어렵다. 저조한 이용 실적에 소상공인도 외면했다는 평가다.

물류업계 관계자는 “태생이 물류인 기업이 유통까지 손을 뻗다 보니 전문성이 떨어져 현실 운영과 충돌을 일으키는 모양새”라며 “물류 시장이 성장세 만큼 경쟁도 치열해지는 상황인데 본업 경쟁력 제고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진에 따르면 올해 디지털 플랫폼 사업 본부의 예상 매출 규모는 365억원이다. 기존 택배사업본부 내 매출을 일정 부분 떼어와 운영 중인 '원클릭 택배' 등 물류 솔루션 매출을 감안하면 아쉬운 수치다. 조현민 사장 체제 3년차를 맞는 내년도 경영 목표는 매출 3조5000억원, 영업이익 1750억원이다.

한진 관계자는 “디지털플랫폼사업부는 올해 8월 누계 기준 성장률이 약 20%로 성장세에 있다”며 “원클릭 누적 고객사는 7만7891개, MAU는 8월 기준 9493명이며 훗타운의 경우 올 상반기 기준 매출이 24% 증가했다“고 말했다.

민경하 기자 maxk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