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상공회의소가 수출 제조 기업 448곳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10곳 중 6곳이 지정학적 리스크로 인해 어려움을 격는다고 답했다.
미·중 갈등,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중동 분쟁까지 이어지며 수출 기업 우려가 커진 것이다. 여기에 미국이 11월 5일 대선을 치를 예정이어서 이후 미국과의 관계도 큰 변수가 될 전망이다.
설문 결과를 보면, 미·중 갈등·러·우크라이나 전쟁 등 지정학적 리스크를 경영 위험요인으로 인식한 기업은 66.3%로 나타났다.
지정학적 리스크를 경영 위협요인으로 꼽은 기업 가운데 39.5%가 '일시적 위험 정도'로 인식한 반면 23.7%는 '사업 경쟁력 저하 수준', 3.1%는 '사업 존속을 위협하는 수준'으로 답했다.
이들이 지정학적 리스크를 경영 위험요인으로 판단한 근거로는 △환율변동·결제지연 등 금융리스크(43.1%), 물류차질과 물류비 증가(37.3%) 등을 들었다.
사안 별로 보면 미중 갈등으로 대중국 교역기업의 경우 수출이 줄었고 대러시아 수출입 기업은 '환율변동·결제지연 등의 피해를 보는 것으로 조사됐다.
문제는 이러한 대외 환경이 빠르게 바뀌거나 호전될 양상이 크지 않다는 점이다. 여기에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대통령이 당선될 경우 수출 위협 요인은 더 늘어날 수 있다. 국내 소비도 둔화 흐름세를 이어가는 것을 감안하면 경제 전반적으로 어려움에 처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이러한 국내외 환경에도 불구하고 국회와 정치권은 올해 국정감사에도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김민철 두산그룹 사장, 강동수 SK이노베이션 부사장, 이상균 HD현대 사장, 강한승 쿠팡 대표 등 수십명의 기업인을 줄줄이 증인석에 불렀다. 기업인을 무한정 대기시키거나 윽박지르기를 하는 행태를 이어갔다.
국정감사는 행정부를 상대로 국정 전반을 감사하고 감시·견제를 하는 장이다. 어려운 대외 환경과 싸워야 하는 기업인을 겁박하고 혼쭐내는 장으로 변질돼선 안된다.
올해 국정감사도 끝을 향해 달리고 있다. 정치권은 이제라도 기업인을 죄인 다루듯 하는 국감을 지양하고 위기의 경제가 살아날 수 있게 기업을 지원하고 경제를 살릴 수 있는 방안을 찾는 데 정부와 함께 머리를 맞대야 한다. 정부도 대외 리스크로 수출 피해를 입은 기업에는 수출 바우처를 지원하고 중장기적으로 대외 리스크에 기업이 덜 충격을 받도록 외교적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