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첨단 패키징 산업 경쟁력이 생태계 탓에 대만보다 뒤처졌다는 진단이 나왔다. 첨단 패키징이 반도체 산업 경쟁력을 좌우할 핵심 역량으로 떠올랐지만, 우리나라는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를 중심으로 한 생태계가 빈약하다는 지적이다.
권흥규 스태츠칩팩코리아 상무는 17일 전자신문·반도체 패키징 발전전략 포럼이 공동 주최한 '반도체 한계를 넘다' 콘퍼런스에 참석해 “한국의 첨단 패키징 경쟁력을 강화를 위해서는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산업 경쟁력을 키우고 이를 둘러싼 생태계 육성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스태츠칩팩코리아는 세계 반도체 후공정(OSAT) 3위인 JCET의 한국 자회사로, 인천에 사업장을 두고 글로벌 고객사에 패키징·테스트 서비스를 제공한다. 권 상무는 주요 고객 및 협력사 동향을 기반으로 한국과 대만의 반도체 패키징 생태계를 비교 분석했다. 우리나라는 첨단 패키징 분야에서 대만보다 열위에 있다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대만이 첨단 반도체 패키징 시장을 선점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TSMC가 있다고 권 상무는 평가했다. 세계 1위 파운드리 업체를 중심으로 탄탄한 패키징 생태계가 구축됐다는 것이다. TSMC가 최선단공정 기술력을 앞세워 사업을 수주한 뒤 생태계 구성 협력사들과 함께 제품화하는 형태다. 당연스럽게 OSAT 기업과 유기적 협력이 강할 수 밖에 없다. 대만 OSAT 기업인 ASE가 세계 1위로 도약할 수 있었던 이유다. 글로벌유니칩(GUC)이나 알칩 등 대만 디자인하우스 업계에도 긍정적 영향을 준다.
권 상무는 “한국은 이같은 생태계가 조성되지 못했다”며 “웨이퍼 파운드리의 경쟁력 강화가 우선적으로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나아가 메모리·시스템온칩(SoC) 패키징 인프라 협력, OSAT 기업 간 협력, 디자인하우스 경쟁력 제고도 필요하다고 부연했다.
국내외 폭넓은 인적 네트워크 구축도 풀어야할 숙제라고 권 상무는 지적했다. 교육기관, 연구소, 기업들의 '역할과 책임(R&R)'을 각각 정의하고 대응해 나가야 한다는 조언이다.
권 상무는 인공지능(AI) 시대의 첨단 패키징 패러다임 전환도 소개했다. △처리 성능 개선 △인터페이스 성능 향상 △효율적 열 관리 △비용 절감 등을 위해 하나의 패키지에 여러 반도체를 집적하려는 시도가 늘어난 것이 대표적이다. 또 가격 경쟁력을 이유로 재배선(RDL) 인터포저에 실리콘 브릿지 다이(Die)를 사용하는 2.5D·2.3D 실리콘 브릿지 시스템인패키지(SIP)에 대한 고객 수요도 확대됐다고 전했다.
박진형 기자 ji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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