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16 재보궐 선거에서 압승으로 텃밭을 지킨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당정 쇄신'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최우선 쇄신 과제로는 '김건의 여사' 문제를 지목했다. 구체적으로 '라인 정리·활동 중단·의혹 규명 협조' 등을 제안했다. 다음주 윤석렬 대통령과의 독대 회동에도 어떤 영향을 끼칠지 주목된다.
한 대표는 17일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김건희 여사(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관련 대통령실 인적 쇄신이 반드시, 그리고 시급하게 필요하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인적 쇄신은 꼭 어떤 잘못에 대응해서 하는 것이 아니라 좋은 정치, 민심을 위한 정치를 위해서 필요한 때에 과감하게 하는 것이다. 지금이 그럴 때”라고 했다.
한 대표는 또 “김 여사가 대선 당시 약속한 대로 대외 활동을 중단해야 한다”며 “나아가 제기되는 의혹들에 대해 솔직하게 설명드리고 의혹을 규명하기 위한 필요한 절차가 있다면 적극적으로 협조해야 한다”라고 촉구했다.
연일 이어지는 명태균 씨의 폭로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사건 불기소, 야당의 김여사 특검법 재발의 등으로 '김건희 여사' 이슈가 모든 국정의 블랙홀이 되고 있는데 따른 인식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한 대표는 “김 여사 관련 일들로 모든 정치 이슈가 덮인 것이 반복되면서 우리 정부의 개혁 추진들이 국민의 호응을 얻지 못하고 있다”며 “야당의 무리한 정치 공세도 있지만 그간 국민들의 눈높이에 맞지 않는 행동들도 있었고, 의혹의 단초를 제공하고 제대로 설명하지 못해서 민심이 극도로 나빠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 대표의 이같은 공개 요구는 다음 주 초 예정된 윤 대통령과의 독대 회동으로도 연결된다. 한 대표는 지속적으로 김 여사와 관련된 '적절한 조치'를 요구하겠다는 의지를 밝혀왔기에, 핵심 의제로 올라갈 가능성이 높다. 특히 이날 밝힌 3대 요구에 윤 대통령이 어떤 결정을 내릴지 정치권의 관심이 쏠린다. 수용 여부에 따라 당정 관계는 물론 여권의 권력 지형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일각에서는 양측의 입장차가 큰 만큼 이번 독대에서 성과를 내긴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대통령실은 이번 회담을 '면담'이라고 표현하며 힘을 빼고 있다. 또 대통령실에서는 영부인 업무를 전담하는 제2부속실 출범을 대안으로 거론할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해선 친한계가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선을 긋고 있는 상황이다. 독대에서 아무런 성과없이 입장차만 확인하게 된다면, 당정은 물론 당내 갈등은 증폭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 지도부 관계자는 “아직 어떤 형식으로 독대가 이뤄질지 정해지지 않았다”며 “의제와 관련해서는 김건희 여사 문제를 반드시 풀어 나가겠다는 의지가 강하다”고 말했다.
성현희 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