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기반 디지털교과서 도입이 발표되고 정부와 한국교육학술정보원(KERIS)에 의해 가시화되면서, 다양한 관점의 목소리가 사회 여러 분야에 걸쳐 흘러나오고 있다. AI 기반 교과서를 활용하여 교육의 수혜자인 우리의 아이들에게 맞춤화된 학습(individualized learning)을 전달하여 제도화된 교육인 학교 현장의 효과성과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긍정적 주장도 있는가 하면, 여러 우려가 과장되어 전파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교육의 일선 현장에 서 있는 교사나 학부모들이 우려하고 있는 AI 디지털교과서(AIDT) 활용을 위한 준비나 사용 후에 파생될 수 있는 문제점은 수긍할 수 있겠지만, 몇몇 전문가들의 입을 통해 퍼져나가는 극단적 해석이나 오류들을 보고 있자면 매우 통한스럽다.
그 중, 소위 AIDT의 본격적 활용에 따른 학습자의 스마트 디바이스 과몰입과 이로 인해 파생되는 주의력 결핍 등의 주장에 대해 의견을 조심스럽게 펼쳐보고자 한다. 실제로, 초·중등 자녀를 둔 많은 학부모는 집에서 자주 경험하는 태블릿과 스마트폰의 과사용 현상을 학교에서까지 합법적으로 허용하는 것은 아닌지 큰 걱정을 하고 있다. 아직 AIDT의 구체적 인터페이스나 완성본이 나오지 않았고, 어떤 교수학습 방법을 도입하여 어떻게 활용할지 정확히 배포되지 않은 현 상황에서, 이에 대해서는 향후 현장에서 어떻게 추진될지를 감안하여 판단해 볼 필요가 있다.
더 쉽게 이야기해서, 가정에서 사용하는 아이패드와 같은 태블릿 PC를 모든 학생에게 아무런 제약이나 가이드라인 없이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교육부는 2025년부터 정보와 수학, 영어 교과목에 AIDT를 도입할 계획이다. 또한, 디지털 기반 교육혁신 선도학교 운영, 찾아가는 현장지원단, AIDT 현장적합성 검토 지원단 등 다양한 채널로 학교 현장을 지원하고 있다. 이를 통해, 우리는 디지털교과서를 활용한 학습과정을 더욱 면밀히 검토할 수 있을 것이며, 다양한 데이터 포인트를 확보하여 수정·보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최근 권석원 교수의 연구팀(2014)은 디지털교과서 활용이 학습자의 인지기능에 미치는 영향을 뇌파 촬영기법을 통해 조사하였다. 해당 연구에서는 초등학생의 인지과제 수행 시 뇌 기능의 차이를 EEG 촬영 기법을 통해 알아보았는데, 그 결과는 다소 충격적이었다. 디지털교과서를 활용하여 학습을 진행한 초등학생 집단이 서책형 교과서를 활용한 집단보다 뇌를 더욱 효율적으로 쓴다는 것이다. 이러한 연구 결과는 디지털 교과서를 통한 교수법이 학습자의 주의집중을 악화시킬 것이라는 통념과는 반대되는 결과인 것이다.
한때, 음식 주문과 배달을 대행해 주는 스마트폰의 어플이 다음과 같은 광고 문구로 대중의 이목을 사로잡았던 적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우리가 어떤 민족입니까?” 였다. 그렇다. 우리가 어떤 민족인가? 교육을, 특히나 청소년기의 교육과 학습을 그 무엇보다 중요시하는 민족이다. AIDT를 아무런 고민이나 논쟁 없이 그대로 받아들이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적어도, 사회의 빠른 변화와 그보다 더 빠른 기술과 학습자의 변화 사이에서, 어쩌면 피할 수 없는 변화를 근거 없는 모함적 이유를 들어 무조건 반대하는 아집은 지양해야 하겠다.